[커버스토리 : 2025 100대 CEO]
'가스터빈' 국산화 이끈 주역…체코 원전 수주 총력 지원[2025 100대 CEO]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은‘기계공학의 꽃’으로 불리는 발전용 가스터빈을 국내 최초, 세계 다섯 번째로 국산화한 주역이다.원전·가스터빈·SMR(소형모듈원전)·해상풍력에 이르기까지 박 사장은 두산에너빌리티를 탄소중립 시대의 전방위 솔루션 기업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1988년 두산그룹에 합류한 박 회장은 2016년부터 두산에너빌리티(당시 두산중공업) 회장을 맡아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진두지휘했다. 기존 석탄 중심에서 대형 원전과 가스터빈, 수소터빈 등 청정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했다. 특히 2013년 회사가 유동성 위기에 몰렸을 때 1조 원 이상을 가스터빈에 투자하고 정부·학계·연구기관과 함께 6년간 개발에 매달리며 국내 최초로 가스터빈을 국산화했다.

가스터빈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들 때 쓰는 동력기관이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대용량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박 회장이 선제적으로 준비한 가스터빈 기술력이 재조명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올해 4조3000억원 규모의 해외 가스복합발전소 수주를 따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대형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 핵심 주기기 제작사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15년 만에 유럽으로의 원전 수출에도 성공했다. 최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체코 두코바니 5·6호기 신규 원전 사업을 최종 수주했고, 두산에너빌리티는 팀코리아 일원으로 이 사업에 참여해 원자로 용기(Reactor Vessel)와 증기 발생기(Steam Generator) 등 원전 주기기를 납품할 예정이다. 원전 업계에 따르면 이번 체코 사업 규모는 약 26조원으로 추산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1980년대부터 쌓아온 원전 주기기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표준형 대형 원전인 APR1400 주기기 국산화에 성공했다. 2009년에는 원전 수출 1호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에 주기기를 공급하는 등 전 세계 원자력 발전소에 원자로 34기, 증기발생기 124기를 제작해 공급한 바 있다. 40년간 쌓아온 원전 제작 기술을 바탕으로 한국형 원전의 유럽 수출까지 현실화했다.

SMR 시장에서도 뉴스케일, 엑스에너지, 테라파워 등과 협력하며 ‘글로벌 SMR 파운드리’로 입지를 확대 중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 핵심 부품의 소재를 생산할 수 있는 단조 공장을 자체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 우위를 가진다. 특히 SMR에 필요한 대형 소재까지 제작할 수 있는 이 단조 공장과 기기 제작 시설을 한곳에 갖춘 기업은 전 세계에서 두산이 유일하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