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5일 서울에서 열린 ‘2025 포르투갈 와인 마스터클래스’에 참석한 포르투갈 와인협회 프레데리코 팔카오(Frederico Falcao) 회장이 행사에서 한 모두 발언이다. 와인이 주는 즐거움 중 하나인 ‘새로운 발견’을 실천해보라는 의미다.
실제 포르투갈 와인의 최고 경쟁력은 다양성과 새로움이다. 포르투갈 현지에서는 250개 이상의 토착 포도품종을 재배하고 있고 국제 품종과 뚜렷한 차이점을 보인다. 그와 함께 이들 양조장에서는 오랜 역사와 새로운 블렌딩 기술을 적용해 개성 강한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마스터클래스 강의 진행은 협회 소속 전문 강사인 소피아 살바도르(Sofia Salvador)가 맡았다. 프랑스 파리10대학에서 와인경영학 석사 과정을 마친 그는 1부에서 2000여 년의 역사와 함께 성장한 포르투갈 와인의 토양과 기후, 지형 등을 소개했다.
유럽 남서부 해안에 위치한 포르투갈은 강수량이 풍부한 대서양과 온화하고 따뜻한 지중해, 일교차가 큰 대륙의 영향을 받아 포도 재배에 유리한 기후 조건을 갖추고 있다. 또한 화강암과 편암, 점토질, 석회암 타입의 토양(테루아)은 다양한 토착 품종을 길러낸다고.
포르투갈의 연간 와인 생산량은 6900만 헥토리터(HL)에 달한다. 2024년 기준 세계 10번째 와인 생산국이며 전 세계 와인 시장점유율은 2.6%. 세계 9번째 와인 수출국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1000만 유로에 육박한다. 특히 1인당 연간 와인 소비량은 80병을 넘어 세계에서 와인을 가장 많이 마시는 국가다.
소피아는 “포르투갈 생산 와인 중 레드가 60%로 가장 많다. 화이트 30%, 기타 와인은 10%를 차지한다. 최근 들어 해외에서 와인 교육을 제대로 받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세대교체가 가속화되고 있고 한국 수출 비중도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2부 테이스팅 행사에서는 스파클링 1종과 화이트 7종, 포트 1종 등 모두 9종류의 와인을 선보였다. 포도품종 이름의 경우 프랑스 국제 품종에 길들여진 국내 와인 애호가들에게는 전혀 생소했다. 아린투, 알바리뉴, 아라고네즈, 페룸, 비오지뉴 등 발음조차 힘들었다.
첫 와인은 ‘리리시모 바이라다 스파클링 37년’으로 와이너리 카사 두스 아마두스에서 양조했다. 2007년 첫 빈티지를 출시했다. 12년간 쉬르 리(sur lie, 효모 앙금 접촉) 등 총 13년의 긴 숙성기간을 거쳐 세상에 나왔다.
토착 품종 아린투 100% 사용했으며 첫 모금에서 강렬한 쓴맛을 만났다. 미세한 거품이 지속적으로 올라왔다. 시간이 좀 지나자 모과와 레몬 등 복합적인 아로마를 잡을 수 있었다. 프랑스 샴페인과 기타 지역 스파클링과는 분명히 다른 분위기.
이어 마신 화이트 와인의 전체적인 평가는 ‘쌉싸름한 맛이 강한 편’이라는 것. 반면 향은 초반 약하게 나타났으며 국제 품종과는 전혀 다른 느낌. 그중 특히 세 번째 마신 와인(콜리냐스 데 리스보아 레브)에서는 상대적으로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상큼한 향도 가장 많이 나타났다.
끝으로 마신 포트와인은 ‘CEF 무스카텔 수페리오르’.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9년간 숙성했다. 첫 잔부터 모과와 오렌지 껍질, 꿀 향 등이 강하게 올라왔다. 한 모금 마시고 나면 짙은 농축 향이 오래 남았다.
특히 높은 산도 덕분에 신선함이 강하게 느껴졌다. ‘포르투갈 와인은 역시 포트가 최고’라는 말을 실감했다. 이 와인을 언제 또 마실 수 있을까. 국내에 수입되면 당장 구매하고 싶은 와인이다.
김동식 와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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