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빠득빠득, 이갈이 무엇이 문제일까? [김현종의 백세 건치]
최근 수면의 질을 강조하는 신문 기사를 종종 볼 수 있다. 우리가 잠을 자는 동안 충분히 깊고 푹 자야 하는데 수면 중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자주 깨거나 화장실에 가고, 중간에 호흡이 멈추는 수면 무호흡증이 있거나 이를 간다면 그만큼 수면의 깊이가 얕아져 자고 나서도 개운하지 않고 낮에도 계속 피로감이 남아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이갈이는 매우 흔한 수면장애로 낮에 피로감을 유발하는 것뿐만 아니라 턱 근육 이상이나 턱관절 질환 등의 문제를 만들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치아 자체가 깨지거나 치아 뿌리 표면 일부에서 마모가 일어나는 치경부 마모증이 생기며 잇몸병이 생길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점이다.

이갈이가 문제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치아가 수직으로 가해지는 힘에는 강하게 버틸 수 있지만 측면에서 가해지는 힘에는 매우 약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갈이로 인해 잇몸의 치주 인대나 잇몸뼈에 무리한 힘이 가해지면 잇몸뼈가 녹고 치아가 흔들리게 된다.

기존에는 성인 이갈이의 주요 원인으로 ‘치아 불완전 교합’을 지적해 왔다. 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치아가 비정상적으로 닿는 부위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이갈이가 증가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갈이의 진짜 원인은 무엇일까? 많은 연구에서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부분 불안과 스트레스를 주된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불안과 스트레스가 높아지면 근육은 평소보다 긴장 상태를 유지하게 되고 이 긴장이 수면 중 비정상적인 전기 자극으로 근육에 전달되며 턱이 움직여 이를 갈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현대인들은 스트레스가 증가하면서 이갈이도 함께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다면 이갈이의 치료법은 불안감이나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기본이 돼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따라서 이갈이는 직접적인 치료보다는 간접적인 치료 방법이 주로 시행되고 있다.

첫 번째 치료법은 보존적인 방법으로 근육 이완을 돕는 ‘행동 조절 요법’이다. 이는 근전도 장비를 통해 평소 근육의 긴장 정도를 측정하고 스스로 긴장을 줄일 수 있도록 행동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 방법은 치과에서 쉽게 시행할 수 있는 치료법으로 턱의 교합 안정장치를 통해 이갈이를 줄이는 것이다. 위아래 치아의 본을 떠서 이상적인 턱 위치를 유도하는 플라스틱 장치를 만들어 자는 동안 착용하게 된다. 이 교합 안정장치는 턱의 위치를 긴장을 줄이는 방향으로 조정하여 자는 동안 턱 움직임을 억제하고 결과적으로 이를 갈지 않도록 유도한다.

세 번째는 최근 널리 사용되는 보톡스 치료법이다. 이는 입을 다물게 하는 저작근에 보톡스를 주입해 근육을 일시적으로 약화시켜 밤사이 이갈이를 줄여주는 방식이다.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 위의 방법을 모두 병행할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는 인지 요법을 기본으로 하고 교합 장치나 보톡스를 순차적으로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치료의 효율성과 편의성 때문에 보톡스 치료, 교합 장치 치료, 인지 치료 순으로 시행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의 경우에도 이갈이는 자주 나타난다. 어린이의 이갈이 빈도는 대체로 11세 전후까지 평균 14~20% 정도이며 영구치로 교체되는 시기가 되면 8% 정도로 현저히 감소한다. 나이가 들수록 빈도는 더 줄어들며 실제로 60대에서 이갈이를 경험하는 비율은 3%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아이들의 이갈이는 성장 과정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치열이 영구치로 바뀌면 이갈이 현상은 대부분 줄어들기 때문에 별도의 치료가 필요 없는 경우도 많다.

이갈이는 단순한 습관처럼 보이지만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고 나아가 치아와 잇몸 건강에도 해를 끼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무심코 넘기기보다는 치과를 방문하여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현종 서울탑치과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