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보다 더 흥미진진한 명화 속 뒷이야기가 궁금하다면[서평]
명화의 비밀, 그때 그 사람
성수영 지음 | 한경arte | 2만3000원
미술은 친해지고 싶지만 선뜻 다가가기 어려운, 가까워지려면 용기를 내야 하는 동경하는 친구와도 같다. 유려한 스토리텔링으로 네이버 문화 구독자 1위를 기록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성수영의 그때 그 사람들’을 연재하고 있는 저자가 ‘명화의 탄생, 그때 그 사람’과 ‘명화의 발견, 그때 그 사람’에 이어 세 번째 책 ‘명화의 비밀, 그때 그 사람’을 펴냈다. 그가 이 책을 통해 미술과 진정한 친구가 되는 빠르고 쉬운 길을 안내한다.

앞선 두 권의 책에서와 마찬가지로 그가 제안하는 방식은 화가의 드라마틱한 삶 속으로 성큼 들어가 보는 것이다. 그는 어떠한 배경 속에서 삶을 살았고 ‘이 작품을 그렸을 때는 그는 어떤 마음이었을까’를 짐작해보는 것, 그리고 그들이 느꼈던 기쁨과 슬픔과 고뇌, 그리고 각자가 가진 인생철학을 공감해보는 것. 누군가와 우정을 깊이 나누고자 할 때 먼저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게 가장 중요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앞선 책과 다른 이번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선과 색으로 단순함의 극치를 구현하고자 한 피에트 몬드리안, 파블로 피카소의 라이벌이었던 앙리 마티스, 최초의 추상화를 그린 바실리 칸딘스키처럼 근현대 미술 거장들의 작품들을 대거 수록하여 현대 미술과의 접점을 더했다는 점이다. 또한 누구보다도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행보가 돋보였던 화가들을 비롯하여 자신만의 정체성으로 활동을 이어나간 주목할 만한 여성 화가들과 모성이 키워낸 화가들의 파란만장한 인생 여정은 물론 빛과 어둠 또는 삶과 죽음이라는 동일한 주제를 놓고 서로 극명히 대비되는 행보를 보였던 화가들, 또한 삶 그 자체만으로도 생전에 수많은 논쟁거리가 되었던 화가들의 숨겨진 놀랍고도 재미있는 스토리를 엿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저자는 당대에는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훗날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인정받아 무려 수백억원에 낙찰 받은 독창적인 화풍의 그룹 ‘청기사파’와 직설적인 대신 비유와 상징을 통한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선보여 예언자라는 별칭이 붙은 그룹 ‘나비파’를 소개하면서 상대적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화가들의 주옥같은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또 ‘여성과 모성’이라는 주제 아래 작품 못지않게 순수한 열정으로 아들 친구와 사랑에 빠졌던 수잔 발라동 vs 독신주의자로 살았지만 늘 어머니와 아이 그림을 그렸던 메리 카사트, ‘빚’이라는 주제를 놓고 내면의 빛을 구현하고자 한 빌헬름 함메르쇠이 vs 세상의 빛을 추구한 호아킨 소로야, ‘정치권력’이라는 환경적 영향 앞에서 이를 멀리하는 길을 택한 일리야 레핀 vs 정치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린 귀스타브 쿠르베, ‘죽음’이라는 인생의 화두 앞에서 죽음과 생명을 양면성으로 바라본 아르놀트 뵈클린 vs 죽어가는 연인을 그리면서 마침내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난 페르디난트 호들러처럼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지만 대비되는 행보를 펼쳤던 작가들을 비교 배치하여 읽는 맛을 더하고자 했다. 본문 안 그림도 최대한 많이 수록하여 한층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고자 했다.

탄탄한 미술사적 배경과 지식을 기반으로 하되 따뜻하고 깊이 있는 시선을 유지하고 있는 저자의 친근하고 부드러운 문체는 어렵고 낯선 미술을 부담 없이 마주할 수 있는 작은 통로가 된다. 그림을 읽고 삶을 돌아보고 예술가들의 고민을 엿보다 보면 어느새 우리의 일상도 조금은 달라져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알면 알수록 드라마보다도 더 재밌고 흥미진진하며 더 찾아보고 더 알고 싶어지는 화가와 명화들의 향연, 책을 덮을 무렵 우리는 미술을 그저 아는 것을 넘어 이미 미술과 가깝게 마음을 나누고 교류하는 ‘베프’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이혜영 한경BP 출판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