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상보다 빛난 창작자의 품격
작품성과 정체성의 균형·지속성은 과제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박천휴 작가가 6월 24일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상 6관왕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천휴 작가가 6월 24일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토니상 6관왕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브로드웨이 무대를 장악하며 토니상 6관왕의 위업을 달성했다. 그 중심에는 박천휴 작가가 있었다. 극본과 작사로 이룬 쾌거는 단순한 수상의 의미를 넘어 한국 대중예술이 세계에서 어떤 품격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었다.

그의 수상은 단지 한 명 예술인의 성공이 아닌, 창작자의 태도와 정체성 그리고 그를 둘러싼 이미지의 총합이 어떤 설득력을 가지는지를 보여줬다. 박 작가는 인터뷰, 수상 소감, 공식 석상 등 다양한 장면에서 일관된 자기다움으로 브랜딩을 구축해왔고 이는 글로벌 스테이지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Appearance
정제된 클래식, 지적인 변주 - 옷차림이 전하는 메시지


박 작가는 공식 석상과 방송, 인터뷰 자리에서 일정한 스타일을 유지하며 일관된 인상을 남긴다. 토니상 수상식에서 그는 블랙 턱시도에 새틴 라펠이 달린 포멀한 슈트를 입고 무대에 섰다. 화려함을 배제한 절제된 스타일링은 ‘작품으로 말한다’는 창작자로서의 가치관을 강조한다.

그의 흰 셔츠와 클래식한 블랙 보타이는 무대 위에서 시선을 흩트리지 않고 메시지에 집중하게 하며 단정한 헤어스타일과 적당한 메이크업은 그가 추구하는 지성적 이미지와도 일치한다.

반면 JTBC ‘뉴스룸’ 출연 당시에는 다크 네이비 더블브레스트 슈트에 네이비-화이트 스트라이프 니트, 포켓 스퀘어로 포인트를 준 스타일링을 선보였다. 이 조합은 무게감과 캐주얼함의 균형을 탁월하게 조율한 사례로 ‘작가’로서의 진지함과 ‘대중’과의 거리 좁히기를 동시에 시도한 선택이었다.

특히 스트라이프 포인트 니트는 그의 이미지에 세련된 엣지를 더해준다. 또한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는 베이지 톤 슈트를 선택했다. 일반적인 방송 출연 옷차림과 달리 이 슈트는 부드럽고 따뜻한 인상을 주는 리넨 소재로 구성돼 있으며 크림색 넥타이와 포켓 스퀘어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고급스러운 자연광이 비치는 공간에서 이 스타일은 정서적 울림을 더하며 자신이 만든 ‘감성 뮤지컬’의 정체성과 일맥상통한다.

이처럼 박 작가의 옷차림은 단순한 패션 선택이 아닌,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예술적 메시지와 일관된 미학의 연장선에 있다. 클래식하면서도 단정한 스타일링은 창작자의 전문성과 신뢰를 부여하고 그 속에 숨은 변주는 인간적 진정성을 부여한다.
박천휴 작가가 6월 8일(현지 시간) 토니상 시상식에서 작곡가 윌 애런슨과 함께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박천휴 작가가 6월 8일(현지 시간) 토니상 시상식에서 작곡가 윌 애런슨과 함께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Behavior
겸손과 유머 사이 – 유퀴즈에서 드러난 토니상 수상자의 태도


박 작가는 유퀴즈 출연을 통해 대중 앞에 비교적 친숙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그는 토니상 수상 당시의 비하인드를 전하면서도 거창한 자의식을 드러내지 않았다.

토니상 수상 당시 “우리 둘은 커플이 아닙니다”라는 위트 있는 한마디는 진지한 시상식장의 긴장감을 웃음으로 전환하며 자신과 작곡가 윌 애런슨의 관계를 유쾌하게 풀어냈다. 이는 그가 진지함 속에서도 여유를 유지할 줄 아는 인물임을 보여준다.

또한 방송에서는 자신이 ‘무명의 한국 작가’에서 ‘토니 위너 휴 팍’으로 불리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그는 자축보다는 팀에 대한 감사와 동료에 대한 존중을 반복해서 언급하며 자신의 위치를 객관화하는 태도를 취했다.

이는 단순히 겸손한 모습 그 이상으로, 자신의 브랜딩이 개인이 아닌 ‘공동 창작의 힘’ 위에 세워졌다는 철학을 반영한다. 그는 작품 제작의 고통과 불확실성 그리고 그 안에서 겪는 자기검열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고백했다.

“점점 더 낮은 카테고리로 자신을 위치시키게 된다”는 말은 성공 이후에도 자신을 끊임없이 되돌아보는 창작자의 내면을 보여준다. 이는 겸손이라는 미덕을 넘어 창작자로서의 윤리와 책임감이 내면화된 행동이다.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박천휴 작가. 사진=tvN 캡처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박천휴 작가. 사진=tvN 캡처
Communication
진심을 전달하는 언어 – 창작자의 소통 스타일


박 작가의 커뮤니케이션은 진심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자연스럽다. 수상 소감이나 인터뷰에서 그는 항상 ‘나’보다는 ‘우리’를 강조하며 공동 창작의 가치를 말한다. 이는 그가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 청중과의 관계 속에서 의미를 구축하려는 태도를 보여준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미래 한국의 분위기를 느꼈다’며 감동을 표현한 점은 박 작가가 언어적 소통뿐 아니라 서사와 미학으로 관객과 교감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는 창작자이자 설득자로서의 그의 정체성이 설득력 있게 작동했음을 의미한다.

특히 SNS나 매체 인터뷰에서는 자신의 심리 상태와 일상의 균열까지도 솔직하게 드러낸다. ‘밤늦은 스트레칭’이나 ‘혼자 멍하니 앉아 있는 시간’ 같은 표현은 언뜻 사소해 보이지만 창작자로서의 인간적 고뇌를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다. 이는 팬들과의 거리감을 좁히는 동시에 진정성 있는 작가로서 소통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인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한 장면. 사진=매튜 머피·에반 짐머만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인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한 장면. 사진=매튜 머피·에반 짐머만
다음 챕터를 위한 도전 – 넘어야 할 ‘고지’

박 작가는 브로드웨이에서 인정받은 첫 한국 창작자라는 상징적 존재로 떠올랐지만 그 상징성은 오히려 그를 다음 단계로 밀어내는 무게가 될 수도 있다. 첫째, 그는 이제 창작자 개인에서 글로벌 리더로서의 확장된 역할을 요구받는다.

단순히 좋은 작품을 쓰는 것을 넘어 차세대 예술가들에게 롤 모델이자 지침이 돼야 하는 위치에 선 것이다. 둘째, 한국적 소재의 보편성을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풀어갈지도 과제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미래의 한국이라는 배경을 감성적으로 재현한 성공작이지만 다음 작품에서도 이와 같은 문화적 번역의 성취를 보여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마지막으로 그가 지금까지 유지해온 진정성과 유머, 겸손의 이미지가 글로벌 무대라는 새로운 환경에서도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지나친 상업적 요구나 미디어의 과잉 기대는 작가의 내면과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박 작가가 창작자이자 브랜드로서 작품성과 정체성의 균형을 어떻게 지속해서 설계해 나가는지가 그의 다음 챕터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그의 다음 선택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으며 기대는 이미 시작됐다.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성공하는 사람들의 옷차림> 저자. 사진=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제공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성공하는 사람들의 옷차림> 저자. 사진=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제공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성공하는 사람들의 옷차림’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