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해외 주식]
2025년 6월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위치한 애플 본사에서 열린 애플 연례 세계 개발자 회의(WWDC)에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5년 6월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위치한 애플 본사에서 열린 애플 연례 세계 개발자 회의(WWDC)에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애플이 외부로부터 AI 기술을 조달할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퍼플렉시티 AI 인수설, 앤스로픽, 오픈AI에 AI 모델 위임과 관련된 이야기 등이다.

원래 애플은 Siri LLM을 기반으로 디바이스에 AI를 주입시키려는 계획이었을 것이다. 오픈AI의 데이터와 시스템 접근권에 큰 제한을 둔 것도 프라이빗 AI 데이터센터 건설과 ‘코드X’의 공개는 생태계를 내부 기술로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무엇보다 인터페이스의 핵심으로 작용할 AI를 외부의 손에 맡긴다면 애플이 기기 간 일관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힘들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애플 내재 개발의 가능성은 점점 줄고 있다. 올해 3월 AI ‘시리’ 공개를 세 달 앞두고 애플 AI 총책임자인 존 지아난드레아가 시리 LLM 개발에서 손을 떼면서 애플 AI의 민낯이 드러났다. 내년 초 아이폰 업그레이드를 통해 제어판과 앱을 컨트롤하는 AI를 공개하려는 게 언론을 통해 퍼진 최근의 일정이지만 주식시장 내 신뢰도는 확실히 떨어졌다.

애플 성공의 핵심 경쟁력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디자인, 그리고 생태계 내재화다. 직관적인 사용자 경험과 브랜드 이미지는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애플의 사용자 중심의 제품 설계에서 비롯된다. 마우스, 아이콘, 아이폰과 밀어서 잠금해제와 같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특유의 인터페이스는 애플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아이튠스, 앱스토어와 같은 생태계를 구성할 수 있는 힘이 있다.

그럼 애플은 기술회사가 아닌가. 당사는 애플의 기반 기술이 뛰어나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그러나 그 기술은 애플 고유의 기술이 아니다. 애플은 타고난 쇼핑 전문가다. 그 기술들은 대부분 외부에서 사다 만든 기술이다. 칭찬받는 애플 기술 중 애플로부터 시작된 기술은 거의 없다. 현재 AI의 선봉에 선 시리조차도 애플이 인수한 회사다. 스티브 잡스의 마지막 M&A로 유명하다.
완성된 애플 생태계의 퍼즐의 빈 조각을 외부에서 찾는 건 애플의 오래된 문화다. 중요한 건 애플로 오는 순간 애플의 원래 기술인 것처럼 틈새 없이 녹아든다는 것이다. 회사의 철학이 확고하지 않으면 절대 따라할 수 없는 애플만의 차별화된 강점이다.

애플이 이번엔 AI를 틈새 없이 녹이는 데 실패했다. 그러나 애플이 기회를 모두 잃은 것이 아니다. 여전히 AI 디바이스 아이디어는 애플이 주도할 것이다. 당사는 2027년 애플 20주년 아이폰이 일종의 분기점이 되리라 믿는다. 그사이 퍼즐을 채워야 할 텐데 과거 애플의 사례로부터 배우는 성공의 요건은 다음 몇 가지라고 생각한다.

애플은 M&A 이후 내재화를 선호한다. 생태계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애플은 파트너십이 아닌 M&A를 해야만 AI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파트너십은 마치 애플 지도를 만들기 전 구글 지도를 빌려 썼던 것처럼 단기적일 가능성이 높다.

핵심은 AI 기술이 아니라 애플이 고르는 인터페이스다. 인터페이스는 소비자와의 접점이다. 음성인식, 지문인식, 멀티터치, 듀얼카메라에 이어 AI 서비스의 핵심이 될 인터페이스는 무엇일까. 원래 애플은 산업을 선도하는 업체가 아니라 남들이 못 찾은 보석을 찾아내는 팔로어에 가깝다.

2027년 애플이 턴어라운드를 시작할 것으로 기대한다. 아직은 투자 시점의 여유가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중간의 행보들이 2027년 시작의 가시성을 높여 줄 뿐 아니라 AI의 확산 방향을 알려주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이종욱 삼성증권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