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탄소중립 예산
실효성·집행력 모두 미흡

[한경ESG] 이슈
(왼쪽부터) 진익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국장, 채이배 이로움재단 상임이사, 한수연 플랜1.5 정책활동가,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경제전환팀장, 홍종호 서울대 교수,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 연구위원, 오영민 동국대 교수, 고재경 경기연구원 선임 연구위원, 허경선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아태재정협력센터장, 이동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복지재정위원회 위원장. 사진=녹색전환연구소
(왼쪽부터) 진익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국장, 채이배 이로움재단 상임이사, 한수연 플랜1.5 정책활동가,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경제전환팀장, 홍종호 서울대 교수,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 연구위원, 오영민 동국대 교수, 고재경 경기연구원 선임 연구위원, 허경선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아태재정협력센터장, 이동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복지재정위원회 위원장. 사진=녹색전환연구소
정부가 탄소중립을 위해 2027년까지 89조9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질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왔다. 기후에너지부 신설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기후 예산의 체계적 설계와 집행, 거버넌스 개편 없이는 의미 있는 변화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기후재정 거버넌스 혁신’ 세미나에서 다수 전문가들은 현재의 기후 예산은 각 부처 사업을 단순 합산한 수준이라며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기후재정 시스템 전반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세미나는 기후재정포럼(이로움재단·녹색전환연구소)과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조국혁신당·진보당 의원들이 공동 주최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2023~2027년 사이 감축대책 54조6000억원, 적응대책 19조4000억원, 녹색산업 육성 6조5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2024년 기준으로 목표 대비 집행률은 19.8%에 그친 것으로 추산된다. 세부 사업 내역도 비공개돼 점검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경제전환팀장은 “기후에너지부를 만든다고 해도 재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효가 없다”며 “현재의 계획을 ‘기후재정계획’으로 확장하고, 탄녹위(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중심으로 거버넌스를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재정 혁신을 위한 5대 과제로 ▲전 부처 통합기후정책 체계 구축 ▲탄녹위 실질화 및 국민참여 강화 ▲기후경제부 신설 ▲기후투자공사 설립 ▲기후대응기금 이관 등을 제시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기후예산을 총괄하는 주체가 없고, 부처 간 조율도 부재하다”며 “기재부의 총액배분 자율편성제도(탑다운 예산제)를 실질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처별 기후 사업이 아닌, 전 부처가 공동 책임지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 예산의 ‘총량 추계’ 자체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허경선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아태재정협력센터 센터장은 “기후 대응에 필요한 총예산 규모조차 정밀하게 산정된 적이 없다”며 “정부와 민간이 각각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영민 동국대 교수는 “부처별로 흩어진 기후예산을 심의하고 배분할 통합 기구가 없다”며 “탄녹위나 신설될 기후에너지부에 예산조정 기능을 부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방정부의 재정역량도 문제로 지적됐다. 고재경 경기연구원 실장은 “지역 주도 탄소중립이 강조되지만, 지방의 권한과 재정 여건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중앙정부의 계획과 연계가 미흡하다”고 했다.

이동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복지재정위원회 위원장은 “기재부는 형식적으로 탑다운 예산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론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기후예산은 실질적 작동 메커니즘을 갖춘 새로운 거버넌스 설계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승균 한경ESG 기자 cs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