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 전문가,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실질 권한 부여 촉구

[한경ESG] 이슈
기후재정포럼 제1회 기후재정 거버넌스 혁신 세미나에서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 07. 10. 사진=녹색전환연구소
기후재정포럼 제1회 기후재정 거버넌스 혁신 세미나에서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 07. 10. 사진=녹색전환연구소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로 설계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이하 탄녹위)가 형식적 기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기후재정 거버넌스 혁신’ 세미나에서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탄녹위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설정하면서도 실제 예산 조정이나 이행 점검 권한은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며 “실질 권한을 보장하는 제도 개편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2050 탄소중립과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이라는 목표를 설정하는 역할은 탄녹위가 맡고 있으나,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 예산 권한은 전무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기후대응기금과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제 등 주요 재정 수단을 실질적으로 총괄할 주체가 없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현재 기후대응기금은 기획재정부가 명목상 총괄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각 부처가 독자적으로 편성·집행하고 있다.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제 역시 기재부와 환경부가 총괄하나 부처 자율에 맡겨져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2025년 예산서 기준, 61개 예산 편성 기관 중 감축인지예산서를 작성한 부처는 16개에 불과했다. 보건복지부는 125조원 규모 예산 중 감축인지 예산이 ‘0원’이었고, 행정안전부는 아예 감축인지예산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이 연구위원은 “현재 제도는 감축 사업만 인지 대상으로 포함하고, 배출 사업은 누락하고 있어 반쪽짜리에 그치고 있다”며 “감축·배출 사업을 통합적으로 파악하고 관리할 실질 주체로서 탄녹위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경제전환팀장도 “탄녹위는 21개 부처 장관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법적 위상을 갖고 있지만 실질 조정 기능은 없다”며 “부처 파견 공무원 중심의 사무국, 비상근 민간위원 구성으로는 부처 간 이해를 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탄녹위가 실질 정책 기획과 예산 조정 기능을 수행하려면 상근위원제 도입과 기후정보 분석 역량 강화, 사회적 대표성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고재경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탄녹위가 기후재정 조정 기구로 기능하려면 법적 권한 외에 실질 조정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우 민변 복지재정위원회 위원장은 “기후경제부가 아닌 기후에너지부로 정부조직 개편이 이뤄질 경우 탄녹위의 위상을 강화해 산업 정책 전반에 기후 대응 관점을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수연 플랜1.5 정책활동가는 “연도별 감축 목표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도 이를 강제하거나 개선을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며 “감축 실패 시 후속 조치를 의무화하고, 탄녹위가 정책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실질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균 한경ESG 기자 cs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