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를 찾은 내외국인이 화장품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임형택 기자
성수를 찾은 내외국인이 화장품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임형택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하자,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한국 화장품을 대량 구매 현상이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관세 위협 이후, 미국 내 K-뷰티 제품 구매가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 화장품에 최대 25%의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관세 시행 전 가격 인상을 피하려는 소비자들이 공황 구매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로스앤젤레스의 마케팅 회사 대표 에스더 리(32)는 관세 부과 소식을 들은 뒤 1년 치 한국산 아이라이너와 자외선 차단제를 온라인으로 구매했다. 평소보다 세 배나 많은 양으로, 수백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했다.

구독자 50만 명을 보유한 틱톡 인플루언서 테일러 보스만 티그도 대량 쇼핑 내역을 소셜미디어에서 공유했다. 그는 토너와 모이스처라이저 제품을 소개하며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내가 좋아하는) 특정 한국 스킨케어 제품을 잃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재기 현상은 지난 4월부터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수출품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을 밝혔고, 90일 유예됐지만 최근 다시 25%의 관세를 8월 1일부터 부과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은 더 커졌다.

NYT는 “이런 관세 정책이 K팝·K드라마 인기로 함께 호황을 누리던 K뷰티 산업에도 파장을 일으켰다”며, 실제 한국 화장품의 수출 실적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55억 달러(약 7조 5,0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15% 증가했다. 또 국내 뷰티 기업 아모레퍼시픽도 지난해 해외 매출이 전년 대비 40% 증가했다고 전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롭 핸드필드 교수는 “일부 소비자들이 관세 부과에 앞서 제품을 더 많이 사들이고 있다”며 “한국과 일본이 8월 1일 마감인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합의를 이루긴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K-뷰티의 강점으로는 합리적인 가격이 꼽힌다. 뉴욕 출신 콘텐츠 크리에이터이자 K뷰티 브랜드 ‘크레이브뷰티’ 창업자인 리아 유(36)는 “관세는 뷰티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한국 화장품은 가격 경쟁력이 큰 장점인데, 가격에만 의존하던 브랜드는 이번 관세로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그는 “당장 가격 인상을 단행하진 않고, 앞으로 6개월간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며 “이번 관세가 가격보다 가치 중심으로 산업을 재편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NYT는 미국 소비자들이 한국 화장품을 선호하는 이유로 ▲가격 대비 뛰어난 가치 ▲가벼운 질감 ▲자극이 적은 성분 ▲세련된 패키지 ▲K팝 스타들의 사용 등을 꼽았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