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정체성과 진정성의 유지와 확장성은 과제

[박영실의 이미지 브랜딩]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 삽입곡 ‘골든’을 작사, 작곡하고 직접 노래한 작곡가 이재. 사진=AFP·연합뉴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 삽입곡 ‘골든’을 작사, 작곡하고 직접 노래한 작곡가 이재. 사진=AFP·연합뉴스
2025년 상반기 넷플릭스를 강타한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는 단순한 K팝 판타지를 넘어선 전 세계적 신드롬이었다. 그 중심에는 주인공 루미의 목소리를 연기하고 OST ‘골든(Golden)’을 작곡·가창한 싱어송라이터 이재(EJAE·본명 김은재)가 있다.

그는 화려한 연예계 가문(원로배우 신영균의 외손녀)이라는 배경보다도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으로 10년을 보내고도 데뷔에 실패한 서사와 이를 극복한 실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Golden’은 빌보드 핫100 6위에 오르며 BTS, 블랙핑크도 넘보지 못한 기록을 세웠고 그의 목소리는 “처음엔 샘플 보컬이었지만 감독이 반해버려 그대로 주인공이 됐다”는 극적인 배경까지 더해졌다. 이제 이재는 단순한 작곡가나 보컬이 아니라 글로벌 K팝 내러티브의 주체로 부상 중이다.

Appearance
실패한 연습생에서 그래미 후보 아티스트로 패배를 뒤집다


이재의 스타일은 단순한 패션이 아니라 강한 의지를 담아낸 메시지를 표현하는 행위다. 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최근 사진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프리미어 시사회에서 착용한 블랙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과 어깨에 두른 화이트 실버 매듭이다.

그는 클래식한 블랙 재킷을 루즈핏으로 착용해 부드러움을 강조했고 깊게 파인 브이넥 이너와 함께 레이어링함으로써 ‘유연한 카리스마’를 표현했다. 여기에 실버 로프 모양의 독특한 숄더 매듭은 끊임없이 얽히고 꼬인 인생의 서사를 예술로 끌어낸 작곡가로서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이 스타일링은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한다. ‘나는 패배를 뒤집은 사람이고 이젠 내 이야기를 나만의 방식으로 풀어나간다’는 선언처럼 읽힌다. 흰색 민소매 톱을 입고 뉴욕 자택에서 녹음 중인 사진은 그의 음악이 탄생하는 ‘순간’을 투명하게 드러낸다.

어떤 계산된 스타일링보다도 이 투명성은 진정성의 이미지로 직결된다. 감정적으로 몰입하는 뮤지션의 태도는 ‘치유하는 아티스트’로서의 브랜드 정체성과 맞닿아 있다.

‘WELCOME TO THE FAMILY EJAE’라는 문구와 함께한 단체 행사에서는 과장되지 않은 오버핏 재킷을 통해 자신감을 덧입되 긴장감 없는 자연스러운 웃음으로 안정감을 주는 이미지를 완성했다. 이는 업계 내에서 신뢰받는 협업자로서의 포지션을 드러낸다.

또한 블루 드레스와 시폰 소재의 흰 셔츠, 드롭형 귀걸이를 착용한 그는 마치 영화 속 히어로처럼 연출됐다. 이 이미지의 함의는 분명하다. ‘나는 상업적인 흐름 속에서도 나만의 감성, 나만의 우아함을 잃지 않는다’는 선언이자 동시에 브랜드 확장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처럼 그의 옷차림은 무대 밖 삶의 철학과 예술가로서의 독립성을 동시에 입증한다. 이재는 패션을 통해 자신이 어떤 세계를 살아왔고 어디로 가고 싶은지를 이야기하는 예술가형 이미지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재는 미국 인디 퍼블리셔 Prescription Songs와 계약을 맺고 활동 중이다. 사진=이재 인스타그램
이재는 미국 인디 퍼블리셔 Prescription Songs와 계약을 맺고 활동 중이다. 사진=이재 인스타그램
Behavior
울면서 노래하던 소녀, 세계 차트 위에 서다


이재의 태도에서 가장 인상적인 키워드는 ‘겸손 속의 확신’이다. 그는 성공 후에도 “아직 실감이 안 난다”고 말하면서도 “그래미를 받고 싶다”는 강한 포부를 숨기지 않는다. 이는 겸손이라는 미덕에 갇히지 않고 목표 지향성을 분명히 드러내는 행동이다.

녹음 당시 울며 노래했다는 고백은 단순한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음악을 통한 치유의 과정, 그 절실함이 퍼포먼스의 진정성을 만든다는 신념의 표현이다. 그는 실패를 단순히 숨기거나 미화하지 않고 무대 위에서 도구로 승화시킨다.

이재는 인터뷰에서도 꾸준히 “실패해도 계속하다 보면 된다”, “작곡은 나의 치료다”라고 말하며 삶의 방식과 작업 태도를 일관되게 보여준다. 이는 자기 연민이 아닌 행동 기반의 낙관주의이며 그의 모든 브랜드 활동은 이 철학을 바탕으로 움직이고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를 녹음 중인 이재. 사진=이재 인스타그램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를 녹음 중인 이재. 사진=이재 인스타그램
Communication
목소리로 울리는 진심, SNS로 전하는 연대


이재의 커뮤니케이션은 음악으로 대중과 직접 대화하는 형식과 SNS를 통한 ‘공감 확장’이 병행된다. 가장 강력한 소통 방식은 그의 목소리 자체다.

‘골든’의 가사에 “빛나는 건 바로 나야”라는 메시지를 담고 영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사용하며 글로벌 팬들과 동시에 진정성 있게 연결됐다. 이는 단순히 한국어 삽입이 아니라 문화적 정체성을 지키며 동시에 소통하겠다는 선택이다.

또한 인스타그램에서는 작품에 함께한 동료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자신이 받은 사랑을 ‘함께 만든 성과’로 나누는 태도를 보인다. “감독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제 목소리가 쓰일 수 있었어요”라는 말은 자기 주도성과 타인에 대한 존중을 동시에 보여주는 정교한 커뮤니케이션이다.

팬들과의 거리 또한 SNS를 통해 좁히고 있다. 특정한 이벤트가 없더라도 꾸준히 근황을 전하고 직접 감사 인사를 남기며 자신의 이미지가 ‘먼 셀럽’이 아니라 ‘같이 성장하는 사람’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설계한다.

이재는 성공의 스포트라이트 아래 서 있다. 하지만 진정한 과제는 이후에도 이 브랜드의 정체성과 진정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첫 번째 도전은 지속가능성이다. 단발성 이슈로 그치지 않고 아티스트로서의 비전과 콘텐츠를 계속 생산해야 한다.

두 번째는 시장 확장의 균형이다. 미국 중심의 K팝 확장에서 아시아와 유럽, 라틴 시장까지 확장하며 각 문화권에 맞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세 번째는 감성적 이미지와 실력 기반의 균형 유지다.

이재는 ‘치유의 음악’으로 감성을 전하지만 그 이면엔 철저한 훈련과 내공이 있었다. 앞으로도 이러한 실력 기반 위에서 감동을 선사해야만 브랜드가 허물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재는 단순한 신데렐라가 아니다.

오디션에 수없이 낙방하고 연습생 생활에서 벗어나 음악산업의 기획자와 아티스트가 된 자기 주도형 창작자다. 그가 앞으로 어떤 옷을 입고 어떤 메시지를 노래할지 우리는 계속 주목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이미지 브랜딩의 여정은 지금 막 ‘인트로’가 끝난 참이다.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성공하는 사람들의 옷차림> 저자. 사진=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제공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성공하는 사람들의 옷차림> 저자. 사진=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제공
박영실 퍼스널이미지브랜딩랩 & PSPA 대표·숙명여대 교육학부 겸임교수·명지대 교육대학원 이미지코칭 전공 겸임교수·‘성공하는 사람들의 옷차림’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