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의 모습. 2025.7.1/뉴스1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의 모습. 2025.7.1/뉴스1
지난 20년간 급증한 한국의 가계부채는 경제가 아니라 인구가 만든 결과라는 분석이 국책연구기관에서 나왔다.

5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인구구조 변화가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03~2023년 사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33.8%포인트(p) 증가했다.

이 중 28.6%p는 기대수명 증가, 4.0%p는 연령대별 인구구성 변화에 의해 설명되며 합쳐서 약 85%가 인구 요인이었다는 분석이다.

해당 기간 동안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77.3세에서 83.5세로 6.2세 증가했다. 김미루 KDI 연구위원은 “기대수명이 1세 늘어나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약 4.6%p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생애 전반에 걸쳐 소비 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가계의 성향과 관련이 있다. 노후가 길어질수록 소득이 발생하는 시기에 자산 축적을 늘리게 되고 그 과정에서 부채도 증가하는 경향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반면 인구의 고령화는 가계부채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청장년층(25~44세) 인구 비중이 1%p 감소하고 고령층(65세 이상) 비중이 1%p 증가하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약 1.8%p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김 연구위원은 “청년층은 미래 소득을 현재로 끌어와 소비하려는 성향이 강한 반면 고령층은 차입 수요가 현저히 줄어든다”며 “인구 중심이 고령층으로 이동할수록 부채 증가 압력은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흐름은 장기적으로 더 뚜렷해질 전망이다.

정부는 한국의 기대수명이 2070년까지 90.9세로 6.4세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기대수명 상승만으로도 가계부채 비율은 29.5%p 증가 요인이 된다.

하지만 같은 기간 동안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성 변화는 가계부채 비율을 57.1%p 감소시키는 요인이 되면서 최종적으로는 전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현재보다 약 27.6%p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