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디브·발리에 하와이까지… ‘기후세’ 전 세계로 확산
세계 각국 주요 관광지들이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기후 세금’을 도입하고 있다. 관광으로 인한 환경 피해를 줄이고, 수익을 기후 복원에 사용하는 방식이다.

5일(현지 시각) 영국 BBC는 “전 세계적으로 점점 더 많은 여행지에서 호텔 숙박, 페리 티켓, 국립공원 입장료 등에 기후 관련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사례는 미국 하와이다. 지난 5월 하와이주는 ‘기후 위기’를 명시한 관광세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 내에서 기후 대응을 명확히 명시한 관광세 입법은 처음이다. ‘그린피(Green Fee)’로 불리는 이 법은 기존 숙박세에 0.75%를 추가로 부과하는 방식으로, 2026년부터 시행된다. 산불 복구, 산호초 복원, 기후 적응 사업 등에 연간 약 1억 달러(1,390억 원)의 세수를 확보할 계획이다.

하와이 주지사 조쉬 그린은 “연간 1,000만 명의 관광객이 섬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며 “새로운 법안은 자연재해가 빈번해지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광범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그리스는 지난해 기존 숙박세를 ‘기후 위기 회복세’로 변경했다. 이에 여행객들은 숙박 시설 등급과 시기에 따라 1박에 0.5유로에서 10유로(약 1만 6,000원)까지 지불하게 된다. 인기 관광지인 미코노스·산토리니 등에서는 성수기 기준 최대 20유로(최대 3만 2,000원)의 추가 요금이 붙는다. 연간 4억 유로의 세수는 수자원 관리, 재난 예방, 생태계 복원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발리도 지난해부터 외국인 여행객에게 15만 루피아(약 1만 3,000원)의 환경기금을 징수하고 있다.

몰디브는 2015년부터 ‘그린 택스’를 운영해왔고, 올해 1월부터 그 금액을 두 배로 인상했다. 현재 호텔이나 리조트 이용 시 1인당 1박 12달러(약 1만 7,000원)를 부과하고 있으며, 해당 세금은 해안 복원과 폐기물 처리 등에 활용된다.

뉴질랜드는 2019년 도입한 ‘국제 방문자 보호 및 관광세’를 지난해 약 100뉴질랜드달러(약 8만 2,000원)로 약 세 배 인상했다. 이 수익은 전국의 환경 보호와 지속가능한 관광 인프라 확충에 쓰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후세가 여행객에게 큰 부담은 아니지만, 투명한 관리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캐나다 토론토 메트로폴리탄 대학의 관광경영학과 레이첼 도즈 교수는 “지역 주민과 방문객에게 세금의 사용처가 얼마나 명확하게 전달되는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관광세는 지속가능성이나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손쉬운 추가 수입원이 될 수 있다”면서도 “실제로 예산이 사용되도록 하려면 투명성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일부 국가는 이미 세금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몰디브는 매달 ‘그린 펀드 보고서’를 통해 세금이 해안 보호, 폐기물 처리, 수자원 관리 등에 어떻게 쓰였는지 설명한다. 뉴질랜드는 연례 보고서를 통해 세금으로 자금이 투입된 프로젝트와 성과를 밝힌다. 폭풍 피해 트레일 복구, 사이클 트레일 조성 등이 대표 사례다.

하와이 역시 기후 자문팀(CAT)을 출범시켰으며, 60페이지 분량의 회복력 강화 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CAT 위원장 크리스 벤자민은 “관련 데이터를 공개하면서 기후세에 대한 여론도 호의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여행객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부킹닷컴의 ‘2024 지속가능 여행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여행객의 75%는 “앞으로 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여행하겠다”고 응답했다. 71%는 “여행을 통해 방문한 지역을 더 나은 모습으로 남기고 싶다”고 밝혔다. 유로모니터의 2023년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약 80%가 “지속가능한 여행 옵션에 10% 이상의 추가 비용을 낼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속가능성을 단순한 부가 사항으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세계여행관광협회(WTTC)의 지속가능성 담당 부사장 크리스토퍼 임센은 “여행자들이 별도로 지속 가능성을 ‘선택’하지 않아도 되도록, 처음부터 모든 운영과 서비스에 그것이 반영돼야 한다”며 “지속 가능성은 더 이상 추가 비용이나 복잡성이 아닌, 당연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