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주는 느낌 그대로입니다. 스마트폰 SNS 중독으로 긴 글을 읽지 못하게 되면 문해력이 떨어지고 생각의 상실로 이어진다는 주장입니다.
영국 칼럼니스트인 메리 해링턴은 짧은 영상과 이미지를 정크푸드에 비유합니다. 중독성 높고 건강에 해가 되는 ‘인지적 정크푸드’라고 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더 많은 시간을 숏폼과 이미지에 투자합니다. 반면 부유한 소수의 사람들은 도파민 단식 등을 통해 집중력과 사고력을 보존하기 위해 훈련할 기회를 갖는다고 합니다. 이는 또 다른 자산이 된다는 것입니다. 럭셔리의 기본은 희소성입니다. 생각 자체가 희소한 무언가가 된다는 것이지요.
이 글에 더욱 공감한 것은 AI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AI와 함께 살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할 때 생각이라는 프로세스를 생략합니다. 생각 자체를 AI에 맡기는 ‘생각의 외주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틈만 나면 쇼츠와 유튜브를 보고, 일할 때는 AI에 외주를 주는 과정에서 인간을 인갑답게 만드는 깊은 생각의 기능은 퇴화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야구 얘기로 넘어갑니다. 누군가 “야구는 생각하는 스포츠다”라고 했습니다.
우선 선수들. 3시간 넘는 경기 시간 가운데 선수들이 실제 치고 달리고 수비하는 시간은 30분 안팎이라고 합니다. 투수와 포수는 빼고 말이지요. 다른 시간은 무엇을 할까. 생각합니다. 타석에서는 어떤 공이 올까, 수비할 때는 어느 방향으로 날아올까, 주자로 나가서는 어떤 타이밍에 달려야 할까. 감독의 머리는 더 복잡합니다. 그라운드 안은 아무 일이 벌어지지 않을 때도 온통 생각으로 넘쳐납니다.
야구를 보는 관람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응원하는 선수에게 자신을 투영합니다. 투수라면 어떤 볼을 던질까, 타자라면 어떤 볼에 타이밍을 맞춰야 할까. 때로는 감독 입장에서 선수 기용을 생각합니다. 관람객이 경기 내내 선수가 되고 감독이 되는 그런 스포츠입니다. 잘못된 선수 기용으로 경기를 망치면 온 동네 온라인 게시판에는 감독 욕이 도배됩니다. 이유는 단 하나 “내 생각과 다르다”입니다. 다른 스포츠는 생각할 겨를이 없습니다. 그냥 경기의 흐름에 감각을 맡기는 게 관람의 방법입니다.
물론 이런 야구의 매력만으로 요즘 한국 프로야구의 흥행을 설명하기 힘듭니다. 37도를 오가는 무더위에도 야구장은 만원입니다. 굿즈를 사기 위해 젊은 친구들은 땡볕에 긴 줄을 섭니다. 프로야구의 역대급 흥행을 만든 주인공들인 2030세대, 특히 여성들입니다.
그들이 야구장에 가는 이유에 대해 한 콘텐츠 전문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프로야구는 매일매일 열리는 라이브 콘서트이며 확장성을 갖춘 콘텐츠다.” 응원하는 팀이 있고, 팬덤을 갖고 있는 선수가 있고, 노래와 춤이 있는 콘서트장. 여기에 먹거리도 있고, SNS에 올릴 사진거리까지 챙기는데 필요한 비용은 몇 만원. 아이돌 콘서트에 비해 훨씬 저렴한 비용이라는 메리트는 당연합니다. 그것도 매일매일.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팬들은 스스로 콘텐츠 생산자가 됩니다. 직관 영상을 찍고, 숏폼을 생산해 퍼뜨립니다. 유튜브와 인스타, 틱톡이 20대 여성 팬들의 핵심적 유입 경로가 된 이유입니다. 스스로가 콘텐츠 생산자가 되어 야구를 콘텐츠 비즈니스이자 문화로 만들어 버린 것은 한국의 2030 세대입니다.
프로 스포츠는 생산유발 효과가 제조업이나 다른 서비스업보다 훨씬 크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그중 야구는 유발효과가 더 크기 때문에 적게는 2조원, 많게는 3조원대로 연관 산업 규모를 추정합니다.
이런 경제적 효과와 함께 야구는 리더십과 경영전략의 교과서가 되기도 합니다. 국내외 기업들은 유명 감독이나 선수를 초청해 리더십 강의를 듣습니다. 야구는 또 ‘머니볼’(책)을 통해 빅데이터 시대가 왔음을 알리는 전령 역할도 했습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는 시시때때로 리더십과 전략에 영감을 주는 야구단이나 선수 사례 연구가 실립니다. 조만간 HBR이 새로운 모델로 한국 프로야구를 다루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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