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인도 대법원이 델리 수도권의 떠돌이 개 수천 마리를 즉시 포획해 제거하라고 명령했다.

법원은 개의 공격성과 인도 내 심각한 광견병 발생률을 이유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11일(현지 시각)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이 조치로 인해 공공 안전을 중시하는 시민과 동물 보호 단체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판결에 따라 시 당국에 모든 떠돌이 개를 포획해 중성화 수술과 예방 접종을 실시한 뒤, 새로 건설되는 보호소로 옮겨야 한다. 법원은 8주 안에 보호소를 완공하고 CCTV를 설치해 어떤 동물도 다시 거리로 방사되지 않도록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JB파르디왈라 판사는 “중성화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길거리 개를 잡아들여야 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어린이들은 자전거를 타거나, 노인들은 산책할 때 안전하다고 느껴야 한다”며 즉각적인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동물을 중성화한 뒤 살던 곳에 방사하는 기존 인도의 동물 출산 통제(ABC) 규정에 대해 "터무니없고 비효율적"이라며, “동물 애호가들이 목숨을 잃은 아이들을 되돌릴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판결은 예외를 두지 않으며, 제거에 저항하는 경우 처벌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델리뿐 아니라 인도 여러 지역에서 떠돌이 개 문제는 시민 갈등 문제로 떠올랐다. 일부 주민은 유기견을 위협적인 존재로 여기지만, 다른 주민들은 가족처럼 돌보고 있다. 동물 애호가들은 ‘지역 사회 급식소’를 운영하며 유기견들에게 사료·물·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판결 당일 밤, 시내 중심가에서는 법원 결정에 항의하는 촛불 행진이 열렸다. 참가자 니시마 바가트는 “우리는 목소리 없는 개들을 위해 걷고 있다”며 “그들을 보호소에 가둘 수도, 삶의 터전에서 쫓아낼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인도는 세계에서 광견병 사망률이 가장 높은 나라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매년 약 5,700명이 광견병으로 사망하며, 세계보건기구(WHO)는 실제 사망자가 최대 2만 명에 달할 수 있다고 추정한다.

2012년 마지막 개체 수 조사에서 델리의 떠돌이 개는 6만 마리로 집계됐지만, 현재는 100만 마리에 육박할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델리에서는 올해 6월까지 물림 사고 3만 5,198건과 광견병 발병 사례 49건이 보고됐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