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준 포항바이오파크 사원(중증 지적장애인)

#1. 오전 7시 기상, 몸은 천근만근이다. 전날 2시간 가량 동료들과 한 축구경기에서 가벼운 부상을 당해서 일까. 하지만 병원을 가거나 연차를 사용할 정도는 아니다. ‘이 정도쯤이야’라며 가볍게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한다.

오전 10시, 회사로 출근해 하루일과를 체크한다. 오늘은 만들어야 할 건기식(건강기능식품) 제품이 생각보다 많다. 같은 팀인 동료와 배합비율을 체크한 후 오전, 그리고 오후 업무를 무사히 마무리 한다.

#2. 퇴근 후 예정돼 있던 경기를 위해 그라운드로 향한다. 비가 온 뒤라 잔디가 미끄럽지 않은지 체크를 해본다. 감독님의 전술과 오늘 경기의 다짐, 다치지 말라는 명령 같은 조언을 듣고 포지션으로 향한다. 수년 째 호흡을 맞춰 온 ‘빠따(회사동료 별명)’에게 시시콜콜한 농담을 건네며 긴장을 푼다.

상대팀의 움직임이 의외로 빠르고 유기적이다. 감독님에게 수천 번 들었던 몸을 낮추고, 라인을 맞추라는 소리를 오늘도 듣는다. 빠른 속도로 치고 달려오는 공격수의 방향을 읽고 먼저 어깨를 집어넣어 공을 가로챈다. 안전하게 키핑한 뒤 사이드에 있는 빠따에게 정확하게 패스를 건넨다.

또 다시 상대편의 로빙패스로 수비수의 공간이 뚫리기 직전, 수비 라인을 오프사이드 만들어 내 상대편 공격의 흐름을 끊어낸다.
최철준 씨는 중증 지적장애를 가졌지만 축구 실력은 일반인들 못지 않다. 그에게 축구는 취미이자 삶의 활력소다 (사진=포항바이오파크)
최철준 씨는 중증 지적장애를 가졌지만 축구 실력은 일반인들 못지 않다. 그에게 축구는 취미이자 삶의 활력소다 (사진=포항바이오파크)
위 일상은 지적장애로 살아가는 최철준 씨의 하루일과다. 올해 35세인 최 씨는 태어날 때부터 중증 지적장애를 안고 세상에 나왔다. 모든 것이 남들보다 느린 탓에 한 순간이라도 주변의 도움 없이는 생활이 어려운 그였다. 하지만 주변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어엿한 직장인으로서 살아가고 있다.

사회생활 시작 이후 최 씨의 취미이자 특기는 축구가 됐다. 그는 축구를 통해 살아있음을 느낀다고 말한다. 물론, 축구화 끈도 제대로 묶지 못했던 최 씨에게 수백 번, 수천 번 반복 훈련을 시킨 키다리 아저씨들도 있었다. 최 씨는 그들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국내 지적장애로 등록된 장애인은 23만3천명(2024년 기준/e-나라지표)으로 10년 전(2015년 등록 수 19만명)과 비교해 보면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수많은 지적장애인, 그리고 그의 가족들은 최 씨와 같이 스스로 자립하는 꿈을 꾸고 있다. 약관(弱冠)의 나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해 어느덧 사회생활 베테랑이 된 그에게 직업의 세계를 들어봤다.

*최철준 씨의 인터뷰 내용은 독자들이 보기 쉽게 표현했습니다. 위 일상 역시 최 씨와의 대화를 통해 일부 각색한 내용입니다.


여름휴가는 다녀왔나요.
“아직이요. 8월 말쯤 동료들이랑 같이 갈까 생각 중이에요.”

포항바이오파크에서 일 한 지 오래 됐다고 들었어요.
“스무 살 때 들어와서 올해 15년 됐어요. 직급은 사원이고, 나이는 35세입니다.”

어떤 회사인지 소개 부탁해요.
“저희 회사는 2009년에 보건복지부와 포항시가 설립한 중증장애인 직업재활시설입니다. 저와 같은 중증장애인들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곳이에요. 지적장애를 가진 직원들이 60여명, 비장애인 직원 20여명이 함께 근무하고 있습니다.”

주로 뭘 만드나요.
“저희는 커피나 차, 건강기능식품, 선물세트 등을 만들어요. 제약사나 식품기업에서 의뢰를 받아 제품을 만들기도 하고, 제품을 자체 개발하기도 합니다. 자체 개발한 파워푸드 4종 세트는 2020년에 서울 어워드 우수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최철준 씨가 포항바이오파크에서 일하는 모습. 각종 재료를 체크해 비율에 맞춰 배합하고 있다. (제공=포항바이오파크)
최철준 씨가 포항바이오파크에서 일하는 모습. 각종 재료를 체크해 비율에 맞춰 배합하고 있다. (제공=포항바이오파크)
회사에서는 어떤 업무를 맡고 있나요.
“전 제품을 만들 때 칭량(무게를 측정하는 행위) 보조 업무를 맡고 있어요. 원료의 과립 및 건조 작업을 하고, 작업에 필요한 원료 운반도 하고 있어요. 같이 일하는 친구가 한 명 더 있는데, 둘이서 한 팀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업무 순서는 어떻게 되나요.
“각 제품마다 배합비율이 있어요. 비율을 확인한 후에 알맞은 원료를 찾아 운반합니다. 그리고 원료를 정해진 양만큼 칭량하고, 사용한 원료는 다시 제자리에 정리합니다. 특별히 힘든 점은 없어요.”

취업처는 어떻게 알아 봤나요.
“전 포항에 있는 명도학교(특수학교)를 다녔어요. 학교에서는 기본교육부터 청소하는 법, 빵 만드는 기술 같은 걸 배워요. 졸업반이 되면 학교에서 장애인들이 취업할 수 있는 회사를 추천해 주는데, 이 회사를 소개시켜 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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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과정은 어떤 식으로 진행됐나요.
“이력서로 지원하고 면접을 봤어요. 면접 때 ‘일 열심히 할 수 있는지’, ‘흡연은 하는지’ 물어봤던 것 같아요. 사실 흡연은 하는데 안한다고 했어요.(웃음) 근데 지금도 못 끊었어요.”

근무시간은 어떻게 운영되나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5일 근무합니다.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고, 점심시간은 1시간 반입니다.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줍니다. 야근이 없어서 무조건 칼퇴근이에요.(웃음)”

지금은 15년차인 베테랑이지만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땐 힘든 점도 있었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어요.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사람들이랑 어떻게 어울릴지가 너무 걱정 됐어요. 괜히 혼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처음엔 누구나 다 그런 마음이 드는 것 같아요. 어떻게 극복했어요.
“회사동료들이 배려를 많이 해줬어요. 같은 작업도 반복해서 계속 알려주고요. 저도 열심히 하면 잘 할 수 있다고 계속 생각했어요. 요즘에 신입 후배들 들어오면 저도 똑같이 해줘요. ‘괜찮아 나도 그랬어’라고요.(웃음)”

이곳에서 일을 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자질은 어떤 게 있을까요.
“저희는 저울을 정확하게 봐야 돼서 소수점 단위 확인 능력이 중요하고, 실수를 줄이기 위해 일할 때 집중력이 필요합니다. 여러 작업들을 하면서 정확하게 수행하려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10년 넘게 일을 했으니 직업병 같은 것도 있을 것 같아요.
“마트에 가면 습관처럼 상품의 원료와 소비기한을 꼼꼼히 확인하는 버릇이 있어요.”

퇴근 후 또는 쉬는 날에는 뭘 하면서 보내요.
“퇴근하곤 동료들이랑 PC방에 자주 가요. 수요일, 금요일 저녁에는 축구해요. 저희 회사에 발달장애인 축구팀이 있는데, 거기에서 매주 운동하고 있어요.”

월급은 스스로 관리하나요.
“어머니께서 통장을 관리해 주십니다. 한 달에 17만원 용돈을 받고 있어요. 친구들이랑 밥도 먹고, PC방에 가면 조금 부족해요.”


**장애인 근로자의 경우, 같은 일을 하는 비장애인 근로자와 비교 시 작업능력이 70% 미만이면 법적으로 최저임금 미적용 대상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전체 근로자 중 최저임금 미적용 근로자 수는 2023년 기준 9816명으로, 이들의 월 평균임금은 39만7710원이다.
지적장애인들로 구성된 포항바이오파크 축구팀
지적장애인들로 구성된 포항바이오파크 축구팀
원래 축구를 좋아했었나요.
“그 전까진 운동을 많이 해보진 않았어요. 누가 시키면 하는 정도였어요. 경기장에서 뛰어 보니 좋아서 계속 하고 있어요.”

축구는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다 보니 처음에 호흡 맞추기도 꽤나 어려웠을 것 같아요.
“원장님이 하나하나 알려줬어요. 축구화 신는 법부터 패스하는 법, 공을 잡으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하나부터 열까지 수백 번, 수천 번 알려줬어요. 될 때까지.”

철준 씨에게 축구란 어떤 의미인가요.
“인생의 활력소예요. 운동장을 뛰고 땀을 흘리면 정말 좋아요.(웃음)”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장애인이 취업하기 여전히 어려운 면이 있어 보여요. 장애를 가진 구직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팁이 있을까요.
“일을 하고 싶다는 열정을 보여주는 게 중요해요. 그걸 보여주면 일 할 수 있어요.”

혹시 꿈이 있나요.
“열심히 일해서 언젠가는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 꿈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있다면 탕수육을 원 없이 먹고 싶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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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