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변호사들의 변호사' 인터뷰]
'지식재산권의 대가', 신뢰와 성품이 만든 평판…장덕순 김앤장 변호사[변호사들의 변호사]
장덕순 김앤장 변호사는 국내 특허소송 분야에서 ‘지식재산권의 대가’이자 ‘특허소송 1인자’로 꼽힌다. 40여 년간 지재권 전문 변호사의 길을 걸어온 그는 특허 분쟁이나 영업비밀 침해 관련 소송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왔다. 고객뿐만 아니라 동료 변호사들에게도 신뢰를 주는 성품과 절제된 변론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가 경쟁 로펌 변호사들에게 존경받는 이유다.

- 동료 변호사들이 ‘내 사건을 맡기고 싶은 변호사’로 꼽았다.
“함께 일한 동료, 후배 변호사들 덕분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밖에 두 가지 이유를 추측해 본다면 첫째, 철저한 준비다. 훌륭한 즉흥 연설을 위해 나에게는 대부분 3주 이상의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는 마크 트웨인의 재치 넘치는 표현을 항상 기억하고 실천하려 애쓴다. 둘째, 지금까지 쌓은 지식과 경험에만 의지해 단정적인 의견을 주거나 판단 내리는 것을 삼가하려는 태도도 좋은 평가를 받은 이유였을 것 같다.”

-본인만의 ‘업무 철학’은.
“법정에서 상대 변호사에 대한 존중과 예의를 실천하려 한다. 사건의 결과를 놓고 경쟁하는 관계이기는 하나 상대방 변호사 역시 나를 포함 재판부와 함께 진실과 올바른 결론을 찾기 위해 협력하는 주체인 것을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간혹 법정에서 상대방 변호사를 상대로 감정을 표출하거나 강박적으로 자신의 우월함을 보이려 애쓰는 변호사들이 보이기도 하는데 경계로 삼고 있다. 또 실제 소신이나 직접 확인한 사실에 벗어나는 주장이나 언행을 삼가는 것을 매우 중하게 여긴다. 이는 변호사의 기본 윤리이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 법원과 동료 변호사들을 상대로 자신의 인격과 신뢰감을 쌓아나가는 길이라 생각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미국 무역위원회(ITC)와 국내 민사소송에서 대승을 거둔 영업비밀 사건이 먼저 떠오른다. 국내기업 간 국내에서 벌어진 영업비밀 분쟁 침해를 근거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한 최초의 사례였다. 몇 년 전 찾아온 고객사는 다른 대리인을 통해 영업비밀 침해 형사고소를 진행했지만 1년 넘게 소송에 진전이 없었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미국 ITC 제소를 권유했고 마침 ITC 제소에 필요한 요건을 충족하는 사건으로 판단됐다. 특히 ITC ‘증거개시(디스커버리)’ 절차를 통해 취득한 상대방의 비밀 자료와 정보를 국내 민사소송에 활용함으로써 국내 민사소송 1심에서도 대승을 거둘 수 있었다.”

-과정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양사의 기술이 국가 핵심기술에 해당해 과정이 더 복잡했다. 양사의 기술 자료를 미국 ITC 절차에 제출하기 위해 산업부에 신고하고 승인 받는 절차가 필요했고, 당시만 해도 관련 실무가 정립되어 있지 않아 다각적인 검토와 창의적인 노력이 필요했다. 또 엄격한 비밀유지명령 하에 ITC 절차에 제출된 자료들을 국내 민사소송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미국 대리인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재판부를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 결과 이례적으로 자료를 국내 소송에 현출시킬 수 있었다. 위 사건 이후 국내기업이 경쟁 국내기업들 상대로 미국 ITC 절차나 연방법원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커리어에서 가장 큰 전환점이 된 사건이 있나.
1990년대 중반 3년간 진행된 미국 기업 훽스트셀라니즈의 특허 사건이 기억난다. 각국의 준비 서면 작성 방식과 핵심 메시지 전달법 등 사소한 디테일에서 전략적 차이를 발견했다. 당시만 해도 우리는 준비서면에서 대제목이든 소제목이든 ‘…에 관하여’ 또는 ‘구성요건 1’이라는 식으로 어떤 주제를 다루는지 정도만을 나타내고 있었는데 미국과 영국은 각 제목 마다 그 섹션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를 1~3줄 정도로 요약하여 간결하게 제시하는 것을 보고 훨씬 효과적이라 생각하고 따라했던 기억이 난다. 이 사건에서의 경험은 그 후 국내 기업들의 해외 분쟁을 돕는 밑거름이 됐다.

-후배 변호사에게 하고싶은 조언이 있다면.
“언젠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부터 상대방을 설득하는 데 있어 로고스(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뒷받침)와 파토스(정서적 호소와 공감)는 각기 10~2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 반면, 에토스(인격과 신뢰감)가 60~70%의 비중을 차지한다는 말을 듣고 놀란 적이 있다. 설득의 직업이라 할 수 있는 변호사에게 중요한 자산은 평소 쌓은 소문과 신뢰이다. 이를 위해 준비서면, 의견서는 물론이고 사내의 간단한 이메일조차도 나만의 완벽한 작품을 만들어 보겠다는 업무에 대한 열정이 필요하다."
한경비즈니스는 국내 7대 로펌 소속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특별 설문을 진행했다. ▲법정에서 상대로 만나기 싫거나 ▲자문 사건에서 상대 대리인으로 만나기 꺼려지는 변호사 혹은 ▲‘내 사건을 맡기고 싶은’ 경쟁 로펌 변호사를 직접 꼽아 달라고 물었다. 7대 로펌에 재직 중인 최정예 전문가 군단이 인정한 ‘변호사들의 변호사’다. 설문은 총 240명의 유효 응답(김앤장 법률사무소, 법무법인 태평양, 법무법인 광장, 법무법인 율촌, 법무법인 세종, 법무법인 화우, 법무법인 지평 소속 변호사)을 받았다. 이름과 소속이 불명확하거나 응답자와 같은 로펌에 재직 중인 변호사를 꼽은 답변은 제외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