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변호사들의 변호사' 인터뷰]
국제분쟁 해결사, 그의 무기는 '진정성'…김상철 태평양 변호사[변호사들의 변호사]
“사건을 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심’이다.”
국제중재 전문가인 김상철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 프로젝트금융, 보험, 에너지, 라이선스 등 다양한 분야의 국제분쟁에서 고객을 대리해 왔다. 특히 큰 전략과 세밀한 디테일을 모두 놓치지 않는 치밀함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한경비즈니스 ‘변호사들의 변호사’ 설문에서 경쟁 로펌 변호사들은 그에 대해 ‘법적 논리 구성이 치밀하고 집요하게 상대의 빈틈을 파고든다’고 평가했다. ‘현업에 대한 높은 이해를 바탕으로 협상 전략 수립에도 능하다’는 답변도 나왔다. 김 변호사의 업무 철학은 ‘진정성’이다. 그는 “의뢰인의 시선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끝까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많은 변호사들이 ‘내 사건을 맡기고 싶은 변호사’로 꼽았다.
“사건을 대할 때 늘 ‘진심’을 담아 임하는 점을 높이 평가해 주신 것 같다. 로펌 변호사로서 단순히 맡은 일을 처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의뢰인의 입장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끝까지 고민하려는 태도가 전달됐다고 생각한다.”

-본인만의 ‘업무 철학’은 무엇인가.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다만 고객의 요구를 그대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그 요구가 고객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지 되묻고 최선의 방향을 함께 찾아가는 태도를 지향한다. 그렇게 해야 결국 고객을 위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억에 남는 사건은.
“대규모 발전 프로젝트에서 동시에 발생한 여러 건의 분쟁을 성공적으로 해결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하자와 관련된 기술 쟁점, 외국법과 국가 보안 이슈, 대주단과의 금융 계약 문제, 보험 이슈, 그리고 다수 당사자들의 손해배상 책임이 톱니바퀴처럼 얽혀 있는 사건이었다. 장기간의 분쟁 절차와 협상을 병행하며 최종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얻어냈다. 단일 국면에 집중하는 일반적인 사건과 달리 철저한 법리적 준비와 여러 당사자들의 이해관계 조율이 필요했기에 사건을 성공적으로 마쳤을 때 큰 보람을 느꼈다.”

-복잡한 사건에서 승부를 가르는 ‘결정적 한 수’가 있다면.
“나무와 숲을 동시에 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디테일에만 매몰되면 전체 전략을 놓칠 위험이 있고 반대로 큰 그림만 보면 작은 실수가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사건마다 이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결국 승부를 가르는 힘이 되었고 상대방의 약점을 파악할 때도 같은 원리를 적용해 왔다.”

-커리어에서 가장 큰 전환점이 된 사건은.
“법적 다툼 그 자체보다 고객이 직면한 상업적·평판적 리스크 관리가 핵심이었던 사건이 있었다. 사건 해결을 위해 반드시 한 관계자를 설득해야 했는데 그 역할을 맡아 장시간 노력 끝에 설득에 성공했다. 그 결과 고객의 사업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었고 그 사건을 통해 내가 하는 일이 단순히 분쟁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사업의 성패와 직결되는 중요한 역할임을 느꼈다.”

-후배 변호사에게 조언한다면.
“연차가 낮을 때는 대형 사건보다는 사소해 보이는 일을 맡을 때가 많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작은 일을 기대 이상의 퀄리티로 해내려 노력했던 과정에서 가장 많이 배웠다. 주어진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결국 마음가짐에 달려 있고 그 일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성장의 깊이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AI 기술의 발전으로 직업의 역할도 변화하고 있다. 앞으로 법률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변호사는 어떤 모습일까.
“처음 답변으로 다시 돌아가서 결국 ‘진심’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KAIST 대학원 시절 인공지능(AI)을 연구하면서 느낀 점은 AI가 많은 과정을 모방할 수는 있지만 태생적으로 진정성을 가지고 사람을 이해하거나 ‘진심’을 가질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변호사는 사람과 사회를 다루는 직업인 만큼 그 태도에서 진심이 없다면 AI에 밀릴 수밖에 없다. 반대로 진심을 바탕으로 일을 대한다면 AI 시대일수록 오히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경비즈니스는 국내 7대 로펌 소속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특별 설문을 진행했다. ▲법정에서 상대로 만나기 싫거나 ▲자문 사건에서 상대 대리인으로 만나기 꺼려지는 변호사 혹은 ▲‘내 사건을 맡기고 싶은’ 경쟁 로펌 변호사를 직접 꼽아 달라고 물었다. 7대 로펌에 재직 중인 최정예 전문가 군단이 인정한 ‘변호사들의 변호사’다. 설문은 총 240명의 유효 응답(김앤장 법률사무소, 법무법인 광장, 법무법인 태평양, 법무법인 율촌, 법무법인 세종, 법무법인 화우, 법무법인 지평 소속 변호사)을 받았다. 이름과 소속이 불명확하거나 응답자와 같은 로펌에 재직 중인 변호사를 꼽은 답변은 제외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