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시험 5, 6회 동기들이 모여 개소한 위온은 김앤장, 율촌, 지평 등 대형 로펌 출신 젊은 변호사들로 구성됐다. 전문적인 법률서비스를 합리적 가격에 제공하자는 목표로 모였다. 처음부터 일감이 쏟아졌던 것은 아니다.
손 변호사는 “개업 첫 달에는 동업자 4명이서 나눈 수입은 고작 600만원이었다”며 “다행히 그다음 달부터는 이전과 비슷한 수준의 월급을 챙겼지만 독립 첫 달에는 ‘2년간 집에 돈 가지고 갈 생각하지 말라’던 선배들의 조언이 실감 났다”고 말했다. 경력이 짧음에도 불구하고 손 변호사는 7대 로펌 소속 경쟁 변호사들에게서 ‘꼼꼼하고 치밀한 변론’, ‘상대 변호사의 변론을 경청하는 태도’, ‘법리에 밝은 실력’ 등을 인정받았다.
-동료 변호사들의 높은 평가를 받은 이유는.
“변호사는 의뢰인의 인생,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 성실함과 사건에 대한 집중, 그리고 의뢰인과의 원활한 소통 능력을 좋게 봐주신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선배들에게는 특별히 잘난 건 없지만 인간적인 매력이 있어서 설득당한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 편이다.”
-본인만의 ‘업무 철학’이 있다면.
“의뢰인에게 필요한 ‘최적의 문제 해결’을 중시한다. 의뢰인의 법적 문제에는 법률적 쟁점이 포함돼 있지만 대부분 개인 간 감정 문제, 회사의 명운 등 법률문제 이외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섞여 있다. 의뢰인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이를 위한 최적의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집중한다. 때로는 승소보다 합의나 조정이 의뢰인에게 이익이 되는 경우가 있고 다른 사업적 해결책이 더 큰 의미가 있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의뢰인에게 최선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해결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한다.”
-복잡한 사건에서 최종 승부를 가르는 ‘결정적 한 수’가 있나.
“사건기록과 법리에 대한 ‘철저한 준비’다. 사건은 한 순간의 영감이나 기지로 결과가 바뀌는 경우가 드물다. 오히려 끝까지 기록을 꼼꼼히 분석하고 다양한 법리를 적용하면서 준비한 변호사만이 마지막 순간까지 흔들리지 않고 의뢰인과 재판부를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커리어에서 가장 큰 전환점이 된 사건은.
“변호사 생활 초년 시절 건축설계 회사를 대리해 수행한 소송에서 패소한 적이 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소송을 수행한 후 패소한 만큼 아쉬움이 매우 컸다. 그러나 의뢰인이 이후 다시 찾아와 당시 소송에서 최선을 다한 것을 알고 있다며 다른 사건을 수차례 의뢰했다. 동일한 의뢰인의 다른 소송에서는 승소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 사건으로 소송에서는 승소라는 결과가 가장 중요한 것은 맞지만 모든 사건에서 의뢰인의 입장을 충분히 대변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후배 변호사에게 조언한다면.
“먼저 변호사의 업무능력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작성하는 소송서면 및 의견서로 평가될 수밖에 없으므로 그 기초가 되는 꼼꼼한 기록 검토와 법리 분석에 충실하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다음으로 선후배 변호사, 의뢰인 및 재판부에 대한 태도가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업무 과정에서 나타나는 다른 사람에 대한 태도는 자신에 대한 신뢰와 평판을 형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변호사 인원이 점점 증가하고 AI 기술이 발전하는 상황에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본다.”
한경비즈니스는 국내 7대 로펌 소속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특별 설문을 진행했다. ▲법정에서 상대로 만나기 싫거나 ▲자문 사건에서 상대 대리인으로 만나기 꺼려지는 변호사 혹은 ▲‘내 사건을 맡기고 싶은’ 경쟁 로펌 변호사를 직접 꼽아 달라고 물었다. 7대 로펌에 재직 중인 최정예 전문가 군단이 인정한 ‘변호사들의 변호사’다. 설문은 총 240명의 유효 응답(김앤장 법률사무소, 법무법인 광장, 법무법인 태평양, 법무법인 율촌, 법무법인 세종, 법무법인 화우, 법무법인 지평 소속 변호사)을 받았다. 이름과 소속이 불명확하거나 응답자와 같은 로펌에 재직 중인 변호사를 꼽은 답변은 제외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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