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종전자산가치 초과한 대출, 수주전 과열되며 등장
“건설사가 마련해준 돈”은 오해…상환 못하면 조합원 전체에 전가돼
그러나 대출금액 한도가 지나치게 클 경우, 일부 조합원이 이를 갚지 못했을 때 대출 부담이 조합에 전가되는 리스크 역시 크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주비 대출 규모가 클수록 입주 시 상환해야 하는 원금과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26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지난 23일 수주한 서울 강남구 ‘개포우성7차 재건축’ 수주전 당시 ‘추가 이주비 무제한 대출’이라는 조건을 제안했다.
추가 이주비는 은행에서 각자 주택을 담보로 받은 기본 이주비 대출만으로 이주가 어려운 조합원을 위해 건설사가 조합을 통해 추가로 빌려주는 돈을 뜻한다.
이주비는 재건축, 재개발 현장 철거 뒤 조합원들이 이주할 대체주택을 마련하거나 세입자의 보증금 반환, 근저당권 해제(기존 담보대출 상환) 등의 용도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된다.
그런데 건설사 간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주택 전세 임차료 정도가 아니라 아예 주택을 살 수 있을 만큼 돈을 빌려주겠다고 나선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
특히 정부가 6·27 대책에서 재건축 등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에도 6억원 한도를 적용해 기본 이주비만으로는 비슷한 규모의 주택으로 이주가 어려워지면서 ‘추가 이주비’가 시공사 선정에 중요한 쟁점이 됐다.
하지만 이러한 추가 이주비가 오히려 조합원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합원들 사이에선 추가 이주비에 대해 “시공사가 이주를 위해 마련해준 돈”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엄연히 이자가 발생하는 대출이다.
이주비는 조합원 개인의 담보대출로써 이주와 공사기간동안 이자가 발생하므로 대출원금의 20~50%까지 누적 이자가 쌓인다. 게다가 현행법상 시공사가 제공하는 추가 이주비는 시중 대출금리보다 낮은 금리를 적용할 수 없다.
그럼에도 무리하게 추가 이주비를 대출했다가 상환이 불가능해진 대출이 생기면 조합이 이로 인한 이자부담과 피해가 조합원 전체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일부 현장에서는 조합집행부가 건설사간 과열경쟁을 차단하기 위해 추가 이주비 대출 차단에 직접 나서고 있다. 압구정2구역은 시공사 입찰지침서에 이주비가 종전자산가지 이내인 LTV(담보인정비율) 100%를 넘어서는 안된다고 명시했다. 추가 이주비 금리를 제안해서는 안된다는 내용도 입찰지침서에 포함했다.
압구정2구역 조합은 안내문에서 “종전자산 100%를 초과한 이주비 대출을 실행한 후 해당 조합원이 이를 상환하지 못할 경우, 조합이 대신 변제해야 하고 그 손실은 전체 조합원이 나눠 부담하게 된다”며 “실제 100%를 초과한 추가 이주비 대출이 실행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21일 입찰공고를 낸 성수전략정비구역 1지구도 추가이주비를 LTV 100%만 제안하도록 입찰조건을 제한했다.
정부에서도 추가 이주비가 정부의 대출 규제를 정면으로 거스른다는 점에서 시장 상황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비를 주택 매입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식으로 수주 영업에 나서는 행위가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될 수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최근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과정에서 논란이 된 추가이주비 문제를 주시하고 있다”면서 “조합원의 이주를 지원하는 목적이 아닌 금전지원의 형태가 되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비사업 계약업무처리기준을 개정해 부작용을 줄여보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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