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력·가스발전 의존 줄이고
분산형 전력 체계로 전환해야
국내 상황은 정반대다. 정부는 여전히 가스발전소 확충을 중심에 두고 있다. 제주도에서만 약 200MW 규모의 VPP 실증이 진행 중일 뿐 전국 확산은 초기 단계다. 기후솔루션은 28일 보고서를 통해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중앙집중형 화력발전소 확대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분산형 전력자원 기반의 VPP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전력 유연성의 절반 이상을 ESS(에너지저장장치)와 DR(수요반응)이 담당한다. 이를 연결·운영하는 핵심 축이 VPP다. 미국은 현재 30GW 규모 VPP를 운영 중이며, 2030년에는 160GW까지 확대해 전체 전력 피크의 20%를 담당할 계획이다.
VPP는 경제성과 속도 면에서 가스발전소보다 유리하다. 400MW 전력을 확보하는 데 신규 가스발전은 kW당 99달러가 드는 반면 VPP는 43달러 수준이다. 구축 기간도 수개월에 불과해, 수년이 걸리는 대형 가스발전소보다 훨씬 신속하다. 탄소 감축 효과까지 고려하면 정책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제도적 장벽이다. 국내에서는 DR 시장이 별도로 운영돼 VPP와 통합 입찰이 불가능하다. 전기차는 소규모 전력자원으로 인정되지 않아 배터리를 전력시장에 투입하기 어렵다. 40만기 넘는 충전기 대부분이 단방향으로 설치돼 양방향 충·방전(V2G)도 막혀 있다. 실시간 데이터 수집이 어려운 구형 스마트계량기, 부재한 배전망운영자(DSO)도 걸림돌이다.
이에 기후솔루션은 ▲가스발전 전환 정책 중단 ▲VPP 자원 가치를 반영하는 보상체계 개편 ▲양방향 충전기·고도화된 계량기 보급 ▲독립적 DSO 설립 등을 제안했다. 임장혁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AI와 배터리 기술 역량이 있는 한국은 VPP 확산 잠재력이 크지만 제도와 규제로 막혀 있다”며 “시장 조성과 규제 전환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균 한경ESG 기자 cs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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