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 경쟁 성사돼야 더 나은 조건 제안받아 조합원에 유리해
수의계약 예상되자 일부 조합원 반발에 소송까지
성수1구역이 경쟁입찰을 통해 조합원 이익 극대화를 선택한 만큼 압구정2구역 역시 기존 입장을 접고 ‘삼성물산 대 현대건설’의 ‘빅 매치’가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는 것이다.
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성수1지구 조합은 지난 4일 대의원 회의에서 ‘기존 입찰지침 유지’ 결정이 나왔음에도,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대승적으로 입찰지침을 변경해 재입찰에 나서기로 했다.
이는 기존에 결정된 입찰지침에선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인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수의계약보다 경쟁입찰을 통해 조합원들에게 더 이익이 되는 제안들이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성수1지구, 입찰지침 변경 위해 9일 긴급이사회 소집
새로운 입찰지침서에는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이 ‘독소조항’이라며 변경을 요구한 ▲조합원 로열층 우선 분양 제안 금지 ▲자금 상환 순서 ▲금융조건 제한 ▲천재지변·전쟁 등을 제외한 책임준공 확약 ▲상호 상충 조항 등에 대한 수정 사항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성수1지구의 이번 결정에 따라 업계의 시선은 압구정2구역에 쏠리고 있다. 압구정2구역 역시 국내 굴지의 건설사 다수가 러브콜을 보냈지만, 삼성물산이 과도한 입찰지침을 이유로 발을 빼면서 현대건설과의 수의계약 절차에 들어간 상태이다.
압구정2구역은 시공능력평가순위 1위인 삼성물산과 2위인 현대건설 간 2차 매치가 기대된 곳이다. 양사는 한남4구역에서 한 차례 수주전을 펼친 바 있으며 당시 삼성물산이 시공권을 확보한 바 있다. 이후 압구정2구역에서도 양 측이 모두 입찰 참여 의지를 내비치면서 다시 한 번 치열한 수주전이 예고됐다.
삼성물산은 압구정2구역을 글로벌 랜드마크로 조성하겠다는 취지에서 세계적 건축설계사 ‘포스터 앤드 파트너스’와 혁신적인 대안설계를 준비했고, 5대 시중은행 및 주요 대형 증권사와 협업을 통해 최상의 금융조건을 제공할 계획을 짰다.
그러나 압구정2구역 재건축 조합은 대의원회의에서 대안설계 범위 대폭 제한, 모든 금리 CD+가산금리 형태로만 제시 가능, 이주비 LTV 100% 이상 제안 불가, 추가이주비 금리 제안 불가, 기타 금융기법 등 활용 제안 불가 등이 담긴 입찰지침을 통과시켰다.
삼성물산은 “조합 입찰조건을 검토한 결과 이례적인 대안설계 및 금융조건 제한으로 인해 준비한 사항이 제시될 수 없는 환경”이라며 압구정2구역 입찰 참여를 포기했다. 압구정2 일부 조합원, ‘시공사 선정 절차 진행 중지 가처분’ 신청
일부 조합원들은 조합 집행부가 경쟁입찰을 제한할 정도로 과도한 입찰지침을 설정했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시공사 선정 절차 진행 중기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압구정2구역과 같은 소위 ‘알짜 입지’에서는 경쟁입찰이 조합원에게 더 유리한 절차라는 게 주된 의견이다. 건설사들이 경쟁하는 과정에서 보다 나은 조건을 제시받을 수 있어서다.
특히 회가 거듭될수록 조합원들의 높아진 눈높이에 맞춰 건설사들이 새로운 조건을 제시, ‘역대급 제안’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곳은 모두 경쟁입찰을 통해 수주전이 이뤄진 단지다.
여의도 한양, 용산 정비창1구역, 반포 124주구, 반포 3주구, 한남 2, 3 ,4구역 등 인기 지역 재건축, 재개발 사업에서는 시공사 선정 과정이 경쟁입찰로 진행돼 건설사들이 조합원들에게 최상의 조건을 제시한 바 있다.
‘제로 금리’, 커뮤니티·조경 등의 특화안 제시, 랜드마크 제안을 위한 주문 특화, 금융 비용 절감 및 조합원 이익 극대화안 등이 경쟁입찰을 통해 나온 제안들이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수주전에 참가하는 건설사들도 하청업체를 받을 때 경쟁입찰을 내세운다”면서 “수의계약의 경우 건설사가 우위에 선 상태로 계약이 진행되기 때문에 공사비 등에서 조합원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압구정2구역이나 성수1지구 같은 핵심 정비사업의 경우 시공사가 유찰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경쟁입찰을 통해 건설사들에게 더 나은 조건을 제안받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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