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금지·부패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 시위대가 경찰로부터 빼앗은 방패를 들고 싱하 두르바르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SNS 금지·부패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 시위대가 경찰로부터 빼앗은 방패를 들고 싱하 두르바르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네팔에서 정부의 소셜미디어(SNS) 차단과 만연한 부패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해 유혈 사태로 번졌다. 젊은 세대가 주축이 된 시위는 격화하며 20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스페인 EFE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수도 카트만두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의회 진입을 시도한 청년 시위대에 맞서 경찰은 최루탄과 고무탄을 발사했고, 물대포까지 동원했다. 일부 시위대는 바리케이드를 돌파해 의회 건물로 진입하거나 구급차에 불을 지르며 진압 경찰에 물건을 던지며 충돌은 더욱 격렬해졌다.

진압 과정에서 경찰이 실탄을 사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 시위자는 ANI통신에 “경찰이 무차별적으로 총을 쐈다”며 “내 뒤에 서 있던 친구가 손에 총상을 입었다”고 증언했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 5일, 정부가 네팔통신청(NTA)에 등록되지 않은 SNS 플랫폼의 접근을 전면 차단하면서 비롯됐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엑스(X) 등 26개 플랫폼이 대상에 포함됐다.

정부는 “허위 신분증을 소지한 사용자들이 증오와 소문을 퍼뜨리고, 사이버 범죄를 저지르고, 사회적 화합을 방해하고 있다”며 금지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시위대는 이 금지 조치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비판론자들은 정부가 이 조치로 검열과 반정부 세력 탄압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구조적 부패에 대한 불만이 겹치면서 시위는 급속히 확산했다. 시위대는 “부패를 근절하되 SNS는 차단하지 말라”, “청년은 부패에 맞서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정부 차단 대상에서 제외된 틱톡에는 서민들의 고단한 삶과 정치인 자녀들의 사치스러운 생활을 대비한 영상이 퍼지며 청년층의 분노를 더 자극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참가자 대부분은 20대 청년이었고, 교복을 입은 10대 학생들도 대거 눈에 띄어 현지에서는 ‘Z세대의 시위’로 불리고 있다. 한 시위자는 ANI에 “이것은 네팔의 새로운 세대가 펼치는 시위”라고 말했다.

시위가 격화하자 정부는 결국 9일 오후 SNS 접속 차단을 해제했다. 샤르마 올리 네팔 총리와 라메시 레카크 내무부 장관은 대규모 인명 피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그러나 시위대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같은 날 시위대는 대통령과 장관 자택, 사립학교 등에 방화를 가했고 카트만두 공항이 폐쇄되기도 했다.

이어 간다키주 포카라의 카스키 교도소를 습격해 900명가량의 수감자가 탈옥할 수 있도록 도왔다. 수두르파스침주 카일라리 교도소와 바그마티주 랄리트푸르에 있는 교도소에서도 방화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시위로 현재까지 20명이 사망하고 500여 명이 다쳤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