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도 직장 끌어안는 MZ 직장인… ‘잡 허깅’ 확산
글로벌 MZ세대 직장인들 사이에서 만족스럽지 않은 직장이라도 떠나지 못하는, 이른바 ‘잡 허깅(Job Huging)’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자, 더 나은 기회를 찾아 과감히 이직하던 잡 호핑(Job Hopping) 트렌드와는 반대 흐름이 나타나는 것이다.

최근 뉴스위크,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자신의 의지가 아닌 필요로 직장에 매달리는 잡 허깅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채용이 정체되고 취업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잠재적으로 이직 의향이 있어도 굳건하게 현 직장을 지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 노동통계국(BLS)의 자발적 퇴사율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2.3%였던 수치는 팬데믹 초기 2020년 1.6%로 하락했다가, 2021~2022년에는 3.0%로 치솟았다. 그러나 이달 초 기준 다시 2.0%로 급락했다.

레주메빌더의 지난 8월 미국 직장인 2,200명 대상 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46%가 잡 허깅 유형에 해당했다. 이들 중 95%는 ‘구직 시장에 대한 불안’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실제로 미국 고용 지표는 악화하고 있다. BLS에 따르면, 지난 7월 비농업 고용 증가는 7만 3,000개에 그쳐 예상치(11만 개)를 크게 밑돌았다. 8월에도 2만 2,000개 증가로 전망치(7만 5,000개)와 큰 차이를 보였다.

7월 구인 건수 역시 약 720만 건으로, 지난해보다 17만 6,000건 감소했다. 지난해 9월 이후 최저치로, 예상치(740만 건)도 밑돌았다. 2021년 4월 이후 처음으로 구인 공고 수가 전체 구직자 수(740만 명)보다 적었다.

무디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잔디는 “구인 감소는 고용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신호”라며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구직자 수가 채용 공석을 넘어섰다는 점은 심각한 경고”라고 분석했다.

경제학자 이오아나 마리네스쿠는 "구인당 실업자 수가 증가하고 있고, 이는 노동 시장이 냉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긴축이 완화되면 일반적으로 임금이 낮아진다"고 덧붙였다.

고용 불안은 근로자들의 심리에도 반영되고 있다. 미시간대 8월 소비자 심리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12개월 내 실업률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하는 소비자 비율이 약 60%에 달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수치는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조사에서도 미국 직장인의 구직 신뢰도는 2013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글로벌 컨설팅 및 인재 관리사 콘 페리의 맷 본 파트너는 뉴스위크에 “몇 년 전만 해도 직장인들은 임금 협상만으로 빠르게 이직했다”며 “하지만 물가 상승과 임금 삭감이 겹치면서, 불만이 있어도 현재 직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잡 허깅을 “직장인들이 생명을 걸고 버티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며, “새로운 기회를 쫓는 사람이 줄어들면 임금 성장이 둔화하고 혁신이 정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잡 허깅은 호주에서도 확인된다. 호주 통계국(ABS)에 따르면 직업 이동률은 2년 연속 하락해 현재 7.7%에 불과하다. 팬데믹 직후 2023년 2월 9.6%까지 올랐던 수치가 연속 감소세를 보이는 것이다.

채용 플랫폼 스마트리크루터스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부사장 리치 루이스-존스는 호주 매체 news.com.au에 “채용 흐름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특히 Z세대와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은 새로운 기회보다 안정성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퇴사(Great Resignation) 개념을 처음 제시한 런던 UCL 경영대 앤서니 클로츠 교수는 뉴스위크에 “고용 시장 침체와 AI·로봇의 일자리 대체 가능성이 맞물리면서, 직장인들이 더 나은 직장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믿음을 떨어뜨렸다”며 “결국 그들은 현재 직무를 포옹하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