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없이 세계 1위가 된 기업, 코스맥스의 성공 신화[서평]
같이 꿈을 꾸고 싶다
코스맥스, 이경수 지음 | 한국경제신문 | 1만2000원
전 세계를 휩쓴 K뷰티 열풍은 여전히 거침이 없다. 한국 화장품은 지난해에만 약 102억 달러라는 경이적인 수출액을 기록하며 또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런데 이 눈부신 성공 뒤에는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숨은 주역이 있다. 바로 세계 1위 ODM 기업, 코스맥스다.

럭셔리 쿠션부터 화제의 비비 크림까지 소비자들이 전혀 다른 브랜드로 알고 있던 글로벌 히트 상품들이 사실은 같은 공장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놀라움을 넘어 충격에 가깝다. 더구나 2024년 기준 코스맥스가 관여한 수출액은 한국 화장품 전체의 26%에 달한다. K뷰티 수출의 4분의 1 이상을 단 한 기업이 떠받치고 있는 셈이다.

책은 코스맥스가 작은 하청업체에서 출발해 세계적 브랜드들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기까지의 여정을 치밀하게 추적한다. 특히 유럽의 전통 있는 명품 브랜드들조차 한국 ODM 기업의 기술력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제조업을 바라보는 우리의 기존 인식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IMF 외환위기 당시 코스맥스가 보여준 대응 전략은 이 책의 백미 중 하나다. 수많은 기업들이 생존에 급급하던 시기 코스맥스는 정반대로 과감한 설비 투자를 단행했다. 경쟁사들이 움츠러들 때 오히려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고객사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 더 밀착된 파트너십을 구축한 이 전략적 선택은 훗날 비약적 성장의 발판이 되었음을 책은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중국 진출 과정도 흥미롭다. 2002년 광저우에 첫 해외 공장을 세운 이후 현재 중국 내 5개 공장을 운영하는 코스맥스는 초기부터 저가 공세가 아닌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했다. 현지 소비자들의 구매력 상승을 정확히 예견한 이 과감한 노선은 결국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코스맥스의 가장 독창적인 면모는 대기업 고객사뿐 아니라 신생 브랜드까지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점이다. 자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에는 소량 생산이 가능한 유연한 시스템을 제공하고 제품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통합 솔루션을 뒷받침했다. 최근 주목받은 롬앤, 조선미녀, 티르티르 등의 글로벌 인디 브랜드들이 코스맥스와 협력해 성장했다는 사실은 K뷰티 생태계의 역동성을 잘 보여준다. 브랜드들은 초기 부담 없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고, 코스맥스는 새로운 트렌드와 아이디어를 흡수하며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매출의 5% 이상을 꾸준히 연구개발에 투자하며 3000여 건의 특허를 보유한 코스맥스의 기술력은 단순한 생산업체를 넘어선 혁신 기업의 면모를 드러낸다. 최근에는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개인 맞춤형 화장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코스맥스의 아트랩에서는 개인 피부 특성을 정밀 분석해 최적화된 제품을 생산하는 시스템을 구축, 대량생산에서 개인화 생산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의의는 K뷰티의 성공을 단순히 개별 브랜드의 성과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 전체의 역량으로 바라보게 한다는 데 있다. ‘브랜드는 달라도 제조사는 하나’라는 현실은 경쟁보다 협력이야말로 진정한 글로벌 경쟁력을 만든다는 사실을 웅변한다. 화려한 브랜드 스토리 뒤에 가려졌던 제조업의 힘과 기술혁신을 재조명하는 시각은 신선하며 K뷰티 열풍을 피상적으로만 이해해온 독자들에게는 그 성공의 구조적 토대를 이해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코스맥스라는 한 기업의 성장사를 통해 K뷰티 산업의 미래를 조망하는 이 책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성공의 설계자들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K뷰티의 미래에 관심이 있거나 코스맥스의 진정한 경쟁력이 무엇인지 궁금한 이들에게 이 책은 새로운 시사점을 던진다.

윤효진 한경BP 출판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