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영 부문 - 고상구 K-MARKET 회장
하노이 장보거리의 백화점 운영 제안을 받은 그는 유통 경험이 전무했지만 신세계백화점 출신 지인을 설득해 함께 하노이로 향했다. 단 4개월의 준비 끝에 ‘코리아타운’이란 이름의 백화점이 2002년 10월 문을 열었지만, 개장 6개월 만에 자발적 철수를 결정했다. 총 23억 원을 투자했으나 회수한 금액은 3억 원. 그는 이 결단을 “손절”이라고 표현했다.
실패를 딛고 고 회장은 새로운 방식의 식품 유통에 도전한다. 초기에는 Citimart, BIG-C 등 베트남 대형 유통망에 한국 식품을 공급하며 B2B 시장에 주력했지만, 유통기한 내 소진하지 못한 재고 문제가 불거지자 직접 소매유통에 뛰어든다. 그렇게 2007년 하노이 쭝옌에 K-Mart 1호점을 개장한다. 교민 밀집 지역이 아닌 외진 곳에 자리했지만,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최신 한국 트렌드 상품을 선보이면서 차별화에 성공했다. 스타벅스 병커피 같은 고가의 제품도 잘 팔리며 입소문이 퍼졌고, “K-Mart 컨테이너가 언제 들어오냐”는 고객 문의가 이어졌다.
이후 K-MART(현 K-MARKET)는 베트남 내 점포 수를 꾸준히 늘리며 현재 140개 이상의 직영 매장을 운영 중이다. 직원 수만 2천여 명. 고 회장은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 중인 베트남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포착해 새로운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때마다 거점을 선점해왔다. 그는 “대형마트까지 가지 않아도 되는 쇼핑 환경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야채·정육·가정용품까지 갖춘 ‘미니 슈퍼마켓’ 수준의 매장을 편의점 전략으로 설계했다.
특히 베트남의 덥고 습한 기후 속에서 신선식품을 취급하기 위해 콜드체인과 자체 물류 시스템에 수년간 공을 들였고, 현재 전 매장과 물류센터를 중앙 상황실에서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 같은 운영 노하우는 글로벌 편의점 브랜드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온라인 스토어까지 확장 중이다. 기존 베트남 온라인 유통에서 문제로 지적되던 COD 주문 거절, 반품 비용, 비효율적 배송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픽업 가능한 오프라인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 삼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고객은 주문 후 매장에서 직접 수령하거나, 늦은 밤까지 영업하는 K-MARKET을 통해 다음 날 필요한 물건을 바로 찾을 수 있게 되었다.
K-MARKET은 북부 하노이에 이어 남부 동나이 지역에 대규모 물류센터도 건립 중이다. 2025년 완공 예정인 이 복합 물류센터는 냉장·냉동·상온 물류를 통합하고, 남부 농수산물 전진기지 및 온라인 직구 기반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북부와 함께 베트남 전역을 아우르는 풀필먼트 체계를 완성하려는 전략이다.
고 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도 힘을 쏟고 있다. 고아원, 복지원 정기 방문을 비롯해 코로나 시기 17만 달러 상당의 현금·물품 기부, 호치민 한인회 백신 지원, 굿네이버스와의 협업 등 다양한 CSR 활동을 펼쳐왔다. “베트남에서 가장 사랑받는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라는 그의 말처럼, K-MARKET은 단순한 유통 브랜드를 넘어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다리로 성장하고 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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