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영 부문 - 박종범 영산그룹 회장

3개 대륙, 22개 법인… 글로벌 누비는 영산그룹의 시간 [2025 한국경제 최고의 리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영산그룹을 창업한 박종범 회장이 올해로 창립 25주년을 맞았다. 지정학적으로 ‘유럽의 중심’에 기업의 터를 잡았지만, 그의 사업장은 러시아 및 CIS를 포함한 유럽과 아프리카, 아시아 등 3개 대륙에 걸쳐 총 17개국 22개 법인을 보유하고 있다.

박 회장은 약속은 반드시 지키고, 한 번 맺은 인연은 절대 가볍게 여기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다국적 기업의 수장이지만 누구를 만나든 소탈하고 겸손한 태도로 응대하며, 일상에서도 진정성을 잃지 않는다. 또한 그는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창업 이후 매년 200일 이상 해외 출장을 다니며, 대부분의 출장도 수행비서 없이 홀로 소화해낸다. 2019년 코로나로 물리적 이동이 어려울 땐 전 세계 바이어 및 법인장들과 화상회의를 이어가며 소통을 멈추지 않았다.

박 회장의 경영 철학은 ‘세계 경영’과 ‘사회 경영’, ‘인간 경영’, ‘예술 경영’으로 요약된다. 그는 이 철학을 통해 글로벌 비즈니스의 선봉에 서 있으며, 동시에 ‘한국인의 정신’을 기업 운영의 근간으로 삼는다. 영산그룹의 슬로건은 “유럽의 중심에서, 한국인의 정신으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존경받는 글로벌 기업”이다.

그가 말하는 ‘한국인의 정신’은 공동체 의식, 애국심, 성실함, 민족적 자긍심 등 한민족 고유의 정체성과 우수성을 말한다. 그의 삶과 경영에는 이러한 가치들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1996년 기아자동차 상사에 재직하던 박 회장은 기아 인터트레이드 오스트리아 법인장으로 발령받으며 처음 비엔나에 정착했다. 당시에는 단기 파견이라고 생각했지만, 2년 뒤 IMF 외환위기가 발생했고 기아차는 현대차에 인수됐다. 복귀와 잔류를 두고 깊은 고민 끝에 그는 오스트리아에 남는 결정을 내렸다.

박 회장은 동유럽이라는 틈새시장에서 기회를 찾았다. 사업 초창기에는 한국산 사탕포장재를 수출하며 우크라이나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차량 부품, 배터리, 석유화학 제품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2004년부터는 우크라이나를 중심으로 한국산 자동차 중계무역을 본격화했고, 현지 딜러들의 자금난을 고려해 오스트리아 금융권을 통해 신용장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박 회장은 사업 다각화를 적극 추진했다. 전기차, 수소버스 등 탄소중립 시대에 걸맞은 신사업에 투자했고, 특히 헝가리에서7.5GWh·9.87GWh·30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 인프라 구축에도 관여하며 제조 기반을 넓혔다. 세르비아에도 산업·의료 폐기물 처리 플랜트를 건립하며 친환경 사업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그 결과, 영산그룹은 무역을 넘어 자동차 부품 공장, 전기차 및 수소버스 조립라인, 인프라 및 플랜트까지 아우르는 종합 제조 기업으로 진화했고, 현재는 전 세계에 16개 생산 거점을 보유하고 있다.

문화 교류와 사회공헌도 그의 경영에서 중요한 축이다. 아내 송효숙 대표가 이끄는 WCN(World Culture Networks)은 유럽과 한국을 잇는 문화교류 전문 에이전시로, 빈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한국투어를 2019년부터 단독 유치하는 쾌거를 이뤘다.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터키 등지에서도 음악회를 주최하며 문화외교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으며, 국내 오케스트라의 유럽 순회도 지원하고 있다.

이 외에도 자선음악회, 장학사업, 유럽 음악 페스티벌 개최, 한인 음악가 후원 등은 영산그룹이 추구하는 ‘배려와 실천의 경영정신’을 보여주는 사례다.

2023년 11월, 박 회장은 세계한인무역협회(World-OKTA) 회장으로 선출됐다. 전체 상임이사 296명 중 256명(86%)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선출된 그는 ‘국내 7대 경제단체 도약’을 기치로 내걸었다.

취임 직후 비엔나에서 열린 ‘2024 KOREA BUSINESS EXPO’는 국내 17개 광역지자체와 20여 기관, 3000여 명의 한인 CEO와 해외 바이어가 참가한 초대형 비즈니스 이벤트로, 총 2,500억 원 규모의 MOU 실적을 올렸다.

이후 안동대회와 인천대회를 잇달아 성공시킨 박 회장은 “세계 곳곳의 한인 경제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 경제의 영토를 더욱 넓히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지구촌 현장을 쉼 없이 누비고 있다.

그에게 경영이란 단순한 이익 추구를 넘어, 사람과 사람을 잇고, 국가와 문화를 연결하며, 신뢰와 약속 위에 쌓아올리는 여정이다. 바로 그 이유로, 박종범과 영산그룹의 이야기는 단순한 기업 성공담을 넘어, 한국인의 정신을 세계에 증명하는 하나의 살아있는 증거로 남는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