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환경·안전 고려 안 돼 위법” 개발계획 취소
“조류충돌위험 부실평가로 계획재량 벗어나” 시민 승소

[법알못 판례 읽기]
새만금국제공항 조감도. 사진=한국경제신문
새만금국제공항 조감도. 사진=한국경제신문
서울행정법원이 새만금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을 취소하라는 시민들의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국토교통부가 조류충돌위험을 부실하게 평가하고 서천갯벌 등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며 공항 건설로 얻는 이익과 안전·환경 피해를 제대로 비교·검토하지 않은 채 계획을 수립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경제성이 없는 지역개발 사업이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 없이 추진되는 관행에 제동을 건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백령도공항, 흑산도공항 등 다른 도서지역 공항 개발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새만금공항 사업은 2028년 완공, 2029년 개항을 목표로 추진됐지만 1심 판결로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조류충돌위험도 무안공항 대비 635배…“대형 참사 우려”

서울행정법원 제7부(재판장 이주영)는 지난 9월 11일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에 참여한 시민 1297명이 국토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낸 새만금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 취소소송에서 원고 3명에 대해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가 2022년 6월 30일 국토교통부 고시 제2022-372호로 한 새만금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2022년 9월 소송이 제기된 지 3년 만에 나온 결론이다.

재판부는 원고들 중 군산시 옥서면과 내초동에 거주하는 A, B, C 3명에 대해서만 원고 적격을 인정했다. 법원은 공항소음방지법에 근거해 가중등가소음도 57dB(A) 이상 지역 거주민에 대해 환경상 이익 침해 우려가 있다고 사실상 추정된다고 봤다.

판결문에 따르면 새만금공항 부지의 조류충돌위험성이 국내 다른 공항들보다 현저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공항 입지 검토 모델에 따른 연간 예상 조류충돌 횟수(반경 13km 기준)는 새만금 부지가 최소 10.45회에서 최대 45.93회로 평가됐다. 이는 인천공항(2.99회), 김포공항(2.84회) 등 기존 국내 공항들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특히 국토부가 새만금 부지와 조류 서식환경이 유사하다고 주장한 무안공항(0.07회)보다 635배 높았다. 치명적 기체손실 사고 발생 예상 간격도 새만금 부지는 19~84년에 한 번꼴로, 인천공항(295년)이나 무안공항(1만2221년)보다 훨씬 짧았다. 법원은 2024년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조류충돌 참사를 판결문에 명시적으로 언급했다.

재판부는 “무안국제공항에서조차 조류충돌로 인한 대형 참사가 실제로 발생한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사업을 추진할 경우 항공운항의 안전성을 충분히 담보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국토부는 타당성평가 단계에서 환경성 항목으로 생태자연도 1등급 훼손 면적, 상수원보호구역 훼손 정도, 보호종 출현 여부만을 검토했을 뿐 조류충돌위험은 평가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조류충돌위험 평가 및 반영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입지를 선정했다”고 지적했다.
2023년 8월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새만금국제공항 사업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진=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2023년 8월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새만금국제공항 사업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진=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서천갯벌 생태계 파괴 불가피…환경보호 대책 “실효성 없어”

법원은 새만금공항 부지에서 7km 떨어진 서천갯벌에 미치는 영향도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서천갯벌은 습지보호지역이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사업부지 인근에는 개리, 큰기러기, 황새, 저어새 등 31종의 법정보호종 조류가 서식하고 있다.

재판부는 증인으로 나선 조류학자 및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의 증언을 받아들여 “일부 저어새류, 오리류, 민물가마우지, 기러기류가 취식·휴식을 위해 서천갯벌과 사업부지 주변 수역을 오가고 있어 사업부지 개발 시 서천갯벌 조류에게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봤다.

국토부는 환경생태용지를 대체서식지로 활용하고 갯벌복원사업을 참고해 훼손된 서식 지역을 타 지역에 추가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환경생태용지가 사업부지로부터 13km 이상 떨어져 있어 조류가 실제로 이동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법정보호종 포획·이주 방안에 대해서도 “야생생물 보호 법률에 반할 우려가 있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지역 개발보다 안전·환경이 우선”

새만금공항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도 문제가 됐다. 2018년 기준 타당성 평가에서 비용편익비(B/C)가 0.479에 불과했다. 총 비용 6535억원 대비 편익은 3129억원으로 산정됐다. 이 사업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국가 정책적 추진 필요성을 이유로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았다.

재판부는 “사업의 비용편익비가 0.479에 불과해 경제성이 없는데도 예비타당성조사까지 면제받았다면 달성될 공익이 침해될 공익보다 상당한 정도로 우위에 있어야만 정당화될 수 있다”고 전제했다.

법원은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공익보다 항공안전과 환경보호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지역 균형발전과 전북권 경제 활력 제고라는 공익이 항공운항 안전성 확보와 생태계 보존이라는 공익을 상쇄할 만큼 중요하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사업 추진은 세계자연유산인 서천갯벌의 환경과 서식하는 조류 등에 악영향을 미쳐 생물다양성을 해치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판부는 “국토부가 조류충돌위험을 근거 없이 축소 평가하고 서천갯벌에 미칠 영향을 부실 검토한 뒤 잘못된 결론을 전제로 이익형량을 수행했다”며 “객관성과 합리성을 결여한 계획”이라고 평가했다.


[돋보기]
판결 후 엇갈린 반응…항소 여부 주목

새만금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 취소 판결 이후 관련 당사자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국토부와 전북도는 항소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반면, 시민단체는 항소 포기를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국토부는 “위법 사유 등을 살펴본 뒤 대응 방안을 결정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조류충돌위험성에 대해서는 “대체 서식지 조성, 조류 퇴치 시스템 도입 등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연간 50회 가까운 조류충돌 예상에 대해서는 “조류 퇴치 활동이 전혀 없는 상황을 가정한 결과”라고 해명했다. 김형우 전북특별자치도 건설교통국장은 “국토부가 항소할 것”이라며 “공항은 새만금 발전뿐만 아니라 기업 유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2심에서 강조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시민단체는 항소 포기를 강력히 요구했다.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은 9월 16일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만금신공항은 전북 경제를 발전시키지 않는다”며 “국토부와 전북도는 조류충돌 대참사를 예고하는 새만금신공항 항소를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공

동행동은 “김관영 전북도지사를 비롯한 국회의원과 도의원 등이 법원 판결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며 “새만금신공항은 조류충돌위험이 무안공항보다 650배나 높아 판결의 핵심 근거가 됐는데도 ‘보완 조치하면 될 일’이라며 망언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갯벌 복원 모범사례인 독일·덴마크·네덜란드의 와덴해 갯벌은 전체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한 뒤 연간 생태관광객이 1000만 명에 달하고 관광 수입만 7조~8조원에 이른다”며 “지역경제 차원에서 갯벌 보존이 공항 건설보다 훨씬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허란 한국경제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