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부족 해소하려면
정부가 유휴 부지로 PPA 공급해야

[한경ESG] 이슈
연도별 재생에너지 사용 확인서에 따른 발급 수단 비율. 2024년 기준 PPA를 통한 재생에너지 조달 비중은 1.8%(244GWh)에 그쳐 글로벌 평균 27%와 비교할 때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자료=CoREi ‘기업 재생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연구 보고서
연도별 재생에너지 사용 확인서에 따른 발급 수단 비율. 2024년 기준 PPA를 통한 재생에너지 조달 비중은 1.8%(244GWh)에 그쳐 글로벌 평균 27%와 비교할 때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자료=CoREi ‘기업 재생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연구 보고서
기업재생에너지이니셔티브(CoREi)가 25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에 기업 전용 전력구매계약(PPA)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 주도 재생에너지 계획입지’ 도입을 공식 제안했다.

기업이 개별적으로 부지를 확보하고 인허가 절차를 밟는 현행 방식은 시간·비용 부담이 크다는 점에서 정부가 직접 발전 부지를 조성하고 이를 PPA 수요와 연계하는 구조적 해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요구와 글로벌 공급망 압력이 거세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다. 그러나 부지 부족, 인허가 지연 등으로 공급이 뒷받침되지 못해 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기업재생에너지재단이 2025년 실시한 국내 기업 재생에너지 시장조사에서 기업의 57%가 태양광을, 58%가 PPA 방식을 선호한다고 답했지만,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CDP)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실제 PPA 계약률은 1%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가 직접 부지 조성해야”

CoREi는 정부가 국가 소유 유휴 부지를 활용해 대규모 태양광 발전단지를 조성하고, 해당 물량을 ‘PPA 전용 입찰 시장’을 통해 기업에 공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렇게 되면 개별 사업자가 부지·인허가 문제를 해결하느라 겪는 지연과 비용 부담이 줄고, 가격 안정성도 확보된다는 설명이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모델이 성공한 사례가 있다. 인도는 정부 주도의 ‘솔라 파크(Solar Park)’ 제도를 통해 불과 10여년 만에 태양광 설비용량을 17배 늘리며 세계 3위 태양광 국가로 성장했다고 CoREi 측은 설명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는 재생에너지구역(REZ)을 지정하고 인프라를 지원해 기업 PPA 계약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양광·풍력 수급 불균형

국내 전력수급계획은 기업의 급증하는 PPA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CoREi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업계는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최소 33~40%까지 상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해상풍력은 대규모 발전이 가능하지만 건설에 오랜 시간이 걸려, 단기적으로는 태양광 중심의 PPA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는 “재생에너지 인프라 확대는 기업의 선택이 아닌 국가 경쟁력의 문제”라며 “정부가 계획입지를 통해 안정적 공급 기반을 만들어야 기업이 예측 가능한 비용 속에서 기후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CoREi는 이번 정책 제안을 뒷받침할 심층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으며 곧 ‘2025 기업 공급망 재생에너지 전환 인식 조사’ 결과도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CoREi는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유6000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WWF세계자연기금이 공동 설립한 이니셔티브로 국내 재생에너지 확대 및 제도 개선을 위한 협의체다.

이승균 한경ESG 기자 cs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