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기념일 호캉스, 가장 머물고 싶은 호텔’
2030 응답자 42.3%, 신라호텔 선택해

[커버스토리: 2030세대 최애 브랜드]
성수동 일대 모습. (사진=이승재 기자)
성수동 일대 모습. (사진=이승재 기자)
2030세대의 소비는 단순 구매에 그치지 않는다. 어디서 놀고, 어디서 쉬느냐가 이들의 정체성과 트렌드로 이어진다. 한경비즈니스 조사에서 팝업스토어 장소로 가장 선호하는 곳은 성수동, 럭셔리 휴식은 신라호텔이 꼽혔다.

‘특별한 기념일 호캉스, 가장 머물고 싶은 호텔’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2.3%가 신라호텔을 선택했다. 2위를 기록한 하얏트(18.8%)와 2배 이상의 격차를 보이며 압도적 1위에 올랐다. 다음으로 파라다이스(10.1%), 워커힐(9.9%), 롯데(9.6%), 조선(7.3%), 플라자(2%)가 뒤를 이었다. 이는 신라호텔이 2030들에게 럭셔리 호텔의 상징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는 신뢰도의 문제와 직결된다. 다른 설문 문항에서 ‘최애 브랜드’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드는 감정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절반 이상(50.7%)이 ‘신뢰감’을 꼽았다. 신뢰감은 곧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으로 이어진다. 신라호텔이 호텔 가운데 가장 높은 선택을 받은 것도 이 같은 심리와 무관하지 않다. 특별한 날 신라를 선택하면 서비스·품질·경험에서 실패할 확률이 낮다는 믿음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의 이미지도 더해졌다는 평가다. 삼성가의 오너가 직접 경영하는 호텔이라는 점은 다른 호텔과 비교할 수 없는 신뢰의 포인트로 작용했다는 얘기다.

신라는 단순한 숙박 공간을 넘어 수영장, 미식 패키지, 뷰티, F&B 프로그램, 전용 굿즈 등을 꾸준히 선보이며 ‘호캉스는 신라’라는 등식을 만들어냈다.

매년 여름 선보이는 망고빙수의 인기도 그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11만원이 넘는 고가에도 긴 대기줄이 생길 만큼 인기를 끈다. 2019년 출시된 시그니처 PB 에코백은 당시 ‘품절 대란’을 일으켰고 올해 7월 업그레이드 버전이 재출시되며 다시 화제가 됐다. 최근에는 비비안 웨스트우드와 협업 패키지를 선보여 아트피스 전시와 애프터눈 티를 결합하는 등 젊은 세대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신라는 이제 한 번쯤 가보고 싶은 호텔을 넘어 2030세대의 로망과 심리적 만족을 동시에 채워주는 ‘실패 없는 선택’으로 소비되고 있다.

팝업의 성지는 역시 성수동이었다. 팝업스토어 방문을 위해 찾은 장소는 전국 기준 백화점(41.5%)이 가장 많이 꼽혔지만 수도권에서는 성수동(30.2%)이 1위였다. 이어 여의도(13.4%), 강남(11.4%), 이태원·한남동(3.6%) 순이었다. 여의도는 더현대 서울의 영향이었다.

성수에는 패션·뷰티·테크·F&B 브랜드의 팝업스토어가 집중돼 있다. 독특한 공간에서 새로운 경험을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고 SNS에 공유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성수는 MZ세대의 ‘놀이터’로 부상했다.

1970~80년대 수제화 산업의 중심지였던 성수동은 외환위기 이후 쇠퇴했지만 저렴한 임대료와 공업지대 특유의 분위기에 매력을 느낀 예술가와 창업가들이 유입되면서 활기를 되찾았다. 이후 디올과 같은 글로벌 브랜드가 들어서면서 성수는 글로벌 ‘핫플’로 성장했다.

10월 미국 데이터 기업 팔란티어도 성수에 팝업스토어를 연다. 한정판 굿즈를 판매하며 한국 시장과의 교류를 강화하려는 계획이다. 글로벌 기업들 역시 성수를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핵심 거점으로 삼고 있는 셈이다.

팝업은 젊은 세대들에게 일상이 되고 있다는 것도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다. 응답자 10명 중 7명(74.6%)이 올해 한 번 이상 브랜드 팝업스토어를 방문했다고 답했다. 팝업은 더 이상 ‘가볼 만한 이벤트’가 아니라 놓칠 수 없는 필수 방문 코스가 됐다. 방문 횟수는 1~2회가 45.5%로 가장 많았고 3~4회(20.2%), 5회 이상(8.9%)까지 합치면 절반을 훌쩍 넘는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