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자 10명 가운데 6명,
“일상서 사용하는 브랜드로 내 정체성을 보여준다”

SNS 통해 소비 정보 수집하며 트렌드 만들어
F&B 취향서 MZ세대 취향 돋보여

테라·참이슬 좋아하고 맥도날드 여전히 1등
치킨, 취향 갈리며 소규모 브랜드 응답도 많아

[커버스토리: 2030세대 최애 브랜드]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식품 업계는 2030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경쟁이 그 어느 업계보다 치열하다. 무엇을 먹고 마시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의 식품 소비 성향은 단순히 구매에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이 샀거나 경험한 제품을 SNS에 올리며 타인들과 공유하며 트렌드를 만들어낸다.

2030을 사로잡기 위해 식품 기업들이 큰돈을 써가며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는 이유다.

한경비즈니스가 이런 특성을 가진 2030세대 1749명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식품을 물었다. 맥주의 경우 하이트진로의 ‘테라’를 즐긴다고 답변한 이들이 많았다. 시장점율율은 카스가 1위였다. 소주는 ‘참이슬’, 커피숍은 ‘스타벅스’, 햄버거는 ‘맥도날드’, 저가 커피는 ‘메가커피’, 치킨은 ‘BHC’와 BBQ가 접전을 펼쳤다.
그래픽=박명규 디자이너
그래픽=박명규 디자이너
소주는 처음처럼보다 새로2030이 선호하는 맥주를 조사하기 위해 ‘스포츠 경기 시청이나 홈파티를 앞두고 내 기분을 끌어올릴 수 있는 맥주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들이 선택한 브랜드는 테라(47.1%)였다. 카스(43.2%)를 근소한 차로 앞질렀다. 국내 맥주 시장점유율과는 약간 달랐다. 올해 1분기 국내 가정 맥주 시장에서 카스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50% 이상으로 추정된다. 14년째 1위를 기록 중이다.

2030이 테라를 즐기는 이유로는 브랜드 이미지가 신선하다는 점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카스의 출시연도는 1994년으로 30년 넘게 판매 중인 장수 브랜드다. 이런 카스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하이트진로가 약 6년 전인 2019년 출시한 브랜드가 테라다. 주요 타깃도 2030이었다. 건강을 중요시하는 이들의 성향을 담아 호주 지역에서 수매한 맥아만을 100% 쓴 ‘청정라거’라는 것을 강조하며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런 부분이 2030의 마음을 파고들어 가장 선호하는 맥주 브랜드에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칠성이 2023년 야심차게 선보인 크러시는 9.7%의 응답률을 보였다. 2030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인기 걸그룹 에스파의 멤버 카리나를 광고 모델로 내세우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으나 아직은 기존 강자들의 적수가 되지 못함이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다.

2030이 가장 좋아하는 소주는 ‘참이슬’이었다. ‘편의점 간단한 안주와 함께 홈술 파티를 할 때 손이 가는 소주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36%의 응답자들이 참이슬을 뽑았다. 이변은 다음 순위다.

참이슬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인 처음처럼(18.5%)을 누르고 새로(24.9%)와 진로(20.6%)가 각각 선호도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두 브랜드가 2030세대를 겨냥해 다양한 체험형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것이 비결로 분석된다.

새로와 진로의 경우 젊은층의 핫플레이스를 중심으로 다양한 팝업스토어를 열고 있다. 새로는 강남구 압구정에 최근까지 ‘새로도원’이라는 레스토랑 형식의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세련된 인테리어와 다양한 굿즈를 판매한다는 것이 입소문 나며 5개월 동안 무려 4만 명이 이 장소를 방문할 만큼 화제를 모았다.

진로도 주류 업계에서 흔치 않은 이색 협업 제품 출시는 물론 업계 브랜드의 상징인 두꺼비 굿즈 팝업스토어인 ‘두껍상회’를 열어 젊고 트렌디한 이미지로 소비자들에 다가간 것이 주효했다.

최근에는 처음처럼도 젊은층이 저도주에 열광하는 추세를 겨냥해 도수를 16.5도에서 16도로 낮추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며 2030에게 어필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이들의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음을 조사에서 엿볼 수 있다.

선호하는 커피전문점에서는 1위가 스타벅스(65.4%)였다. 2위는 투썸플레이스(20.8%)가 차지했고 이디야(7.9%)와 커피빈(5.8%)이 그 뒤를 이었다. 투썸플레이스의 약진과 커피빈의 추락으로 정리할 수 있다.

투썸플레이스는 2030들에게 일명 ‘디저트 맛집’으로 주목 받고 있다. 독일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와 함께 ‘포르쉐 911 케이크’를 한정 출시하는 등 다양한 맛과 모양의 케이크를 출시하며 젊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대부분 넓은 매장을 갖고 있어 카공족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포인트였다.

커피빈은 4위에 그쳤다. 2000년대 초중반만 해도 커피빈은 ‘콩다방’으로 불리며 스타벅스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었다. 질 좋은 원두를 사용한 맛 좋은 고급 커피전문점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이번 결과를 보면 이디야에도 밀릴 만큼 2030에게 낮은 인지도를 갖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경쟁사들이 공격적인 마케팅과 점포 확장 등을 진행할 때 오로지 ‘커피 맛’에만 집중하다 2030에게 입지가 애매모호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치킨 빅3, 선호도 비슷해최근 커피업계 대세로 떠오른 저가 커피 선호도에서는 메가커피(54%)가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컴포즈커피(29.2%), 빽다방(10.3%)을 크게 앞섰다.

세 브랜드는 ‘빽컴메’로 불릴 정도로 저가 커피 시장의 라이벌로 꼽히는데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빽다방이 경쟁 브랜드보다 크게 낮은 선호도를 보였다는 점이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각종 구설에 휘말리며 논란이 된 것이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로 해석된다. 2030들이 브랜드를 선택하는 데 가격이나 맛도 중요하지만 기업 이미지 또한 중요시 여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장 좋아하는 햄버거 브랜드로는 버거킹, 맘스터치, 롯데리아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맥도날드(33.4%)가 2030의 선택을 받았다. 맥도날드는 ‘로코노미’를 강조하며 국내산 식재료를 활용한 ‘한국의 맛’ 메뉴를 연이어 선보이며 국내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소비층에 사회적 기여에 대한 평가가 더해진 셈이다.

로코노미는 지역(Local)과 경제(Economy)의 합성어다.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상품에 대한 소비활동을 의미한다. ‘한국의 맛’은 고품질 국내산 식재료를 활용해 고객에게는 신선하고 색다른 맛을 제공하고 지역 농가에는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된 프로젝트다. 생소한 지역별 특산 식재료를 재해석해 ‘익산 고구마 모짜렐라 버거’, ‘창녕 갈릭 버거’, ‘진도 대파 크림 크로켓 버거’ 등의 메뉴를 출시해왔다. 한물간 브랜드라는 평가를 받았던 롯데리아가 17.2%를 기록하며 의외의 선전을 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최근 사람 머리 크기만 한 돈까스를 넣은 ‘왕돈까스 버거’를 내놓는 등 기존 햄버거의 틀을 깨는 기발한 신메뉴를 앞세워 SNS에서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점이 이 같은 선호도로 이어졌다.

한국인의 소울푸드인 치킨의 경우 브랜드 간의 경쟁이 가장 치열했다. BHC가 30.9%로 아슬아슬한 1위를 기록했다. 교촌치킨(30.6%)이 2위, BBQ가 27.8%로 3위에 올랐다.

치킨 업계 ‘빅3’에 대한 2030 선호도 차이가 크지 않았다는 얘기다. 각각의 브랜드마다 특색 있는 메뉴와 맛을 보유하고 있어 2030이 다양한 브랜드의 치킨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