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3개월째 대법원 계류중...연내 선고 예상

SK 지분 성격·비자금 유입 여부·주식가액 오류 등이 핵심 쟁점
원심 확정시 최태원 지분 상당분 매각 불가피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뉴스1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뉴스1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이 1년 3개월째 대법원에 계류중인 가운데 연내 판결이 나올지 이목이 쏠린다.

앞서 1심과 2심의 재산분할 규모가 각각 665억원, 1조3808억원으로 크게 엇갈린 가운데, 대법원의 판단이 최 회장 개인을 넘어 SK 그룹의 향배를 가를 전망이다.

9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달 18일 전원 회의를 통해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에 관한 재산분할액의 적절성에 대해 논의하는 등 연내 선고를 준비하는 상황이다.

가사소송 대부분이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대법원 판결이 쉽게 결정되는 것과 달리 지난해 7월 최 회장의 상고 제기 이후 심리가 길어지는 것은 항소심 판결 결과가 이례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풀어야 할 쟁점이 많다.

핵심 쟁점은 '특유재산' 인정 여부다.

1심에서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을 고(故) 최종현 SK선대회장으로부터 상속 받은 특유재산으로 보고,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SK㈜ 지분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노태우 대통령이 선경에 제공한 자금이 흘러들었다고 보았다. 주식 형성에 부부의 공동 기여가 있다고 판단해 1심 대비 20배 많은 재산분할을 결정했다.

비자금 유입 여부도 구체적 심리가 필요한 쟁점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노태우 비자금 300억원이 SK에 유입됐다는 노 관장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여기에는 노 관장의 모친 김옥숙 여사가 20년 전 남긴 '선경 300억'이 적힌 메모지와 SK가 발행한 약속어음 사진이 핵심 근거였다.

대법원은 메모와 약속어음이 비자금 유입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력이 있는지 면밀히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 측은 지난해 항소심 판결 이후 기자설명회에서 "비자금의 존재는 확인된 바 없으며, SK 성장과 재산 형성에 기여한 바도 없다"고 밝혔다.

최 회장이 '치명적 오류'라고 주장하는 항소심 재판부의 주식가액 계산 실수에 대해서도 어떤 결론이 날지 이목이 집중된다.

항소심 재판부는 SK 주식의 모태인 대한텔레콤 주식가액을 1000원이 아닌 100원으로 잘못 인지했다. 최 회장 측은 이로 인해 재산분할액 산정에서 100배의 왜곡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판결문을 경정(수정)했지만, 대법원은 본 소송과 별도로 항소심 재판부의 경정이 적합했는지도 구체적으로 따져보고 있다.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  사진=뉴스1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 사진=뉴스1
판결 결과에 따라 SK그룹의 지배구조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선고하면 파기환송심에서 재산분할액이 큰 폭으로 조정될 수도 있다.

원심이 확정될 경우 최 회장이 재산분할액 마련을 위해 SK 주식 상당분을 매각해야 할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파기환송심이 열릴 경우에도 소송 장기화로 재계 2위 SK 그룹의 경영 안정성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한편 세기의 이혼'으로 불리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시계는 지난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 회장은 2015년 혼외자 존재를 공개했다. 그러면서 노 관장과 이혼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고 이후 조정에 실패하자 2018년 2월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노 관장은 이혼을 거부하다가 2019년 12월 재산분할을 요구하며 맞소송을 냈다.

대법원 판단이 연내 나오게 되면 이혼 이슈가 불거진지 10여 년만에 이혼 소송을 마무리하게 된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