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10분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출석해 "저는 대법원장으로 취임한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직무를 수행해 왔으며 정의와 양심에서 벗어난 적이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에도 사법부를 둘러싼 작금의 여러 상황에 대해선 깊은 책임감과 함께 무겁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앞으로 국회를 비롯한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이며 국민에 대한 봉사와 책임을 더욱 충실히 다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조 대법원장은 인사말에서 "재판을 이유로 법관을 증언대에 세우면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이 위축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 대법원장은 인사말 이후 퇴장할 예정이었으나,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의 이석 허가를 받지 못해 자리를 뜨지 못하고 1시간 넘게 국감장에 자리를 지키기도 했다.
조 대법원장은 민주당 의원들의 질의에 정면만 바라본 채 굳게 입을 다물었다.
박균택 민주당 의원이 조 대법원장을 향해 '한덕수 총리를 만난 적이 있느냐',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속도 처리한 선거법 재판이 옳았다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했으나, 조 대법원장은 박 의원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 답을 하지 않았다.
서영교 의원이 '윤석열과 만난 적 있느냐', '한덕수와 만난 적 있느냐'고 묻는 질문에도 허공만 본 채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여야 의원들 설전이 이어지는 사이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나서서 조 대법원장의 이석을 요청하기도 했다.
천 처장은 "오늘 대법원장이 출석할지 고민을 많이 했지만 '사법부가 삼권분립을 존중받기 위해서는 우리도 국회를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인사 말씀과 마무리 말씀은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지키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1987년 (개정)헌법이 성립되고 나서는 대법원장이 나와서 일문일답을 한 적이 없다"며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은 독립투사이고, 건국 초기 혼란을 갖다가 (해결하고자) 대표적인 지위를 겸직하신 분으로서 말씀하신 것이지 이렇게 재판사항에 대해 일문일답하신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조 대법원장의 이석을 허가해달라는 국민의힘 의원들과 질의를 이어가려는 민주당 의원들 간 고성으로 아수라장이 이어지다 국감이 중지됐고, 조 대법원장은 오전 11시 40분께 결국 자리를 떴다.
조 대법원장은 국감 종료 전 마무리 발언 때 다시 국감장을 찾을 계획이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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