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과제를 추진할 때는 왜 해야 하는지 그 목적을 분명하게 알려 줘야 올바른 전략 과제를 만들 수 있다”

사업계획 수립의 출발은 환경분석이 아닌 ‘목적’이다 [IGM의 경영전략]
대개 10월이면 내년 사업계획을 준비한다. 전사에서 단위 조직까지 긴 여정에서 처음 생각하는 것은 대부분 환경분석이다. 시장, 고객, 경쟁사, 자사 등의 환경에서 기회와 위협, 강점과 약점을 정리한다. 이를 통해 전략 과제를 만들고 구성원들에게 알린다. 그러면 구성원들이 받아들이고 실행으로 옮길 수 있을까.

“이걸요, 제가요, 왜요.” 요즘 구성원들이 새로운 과제를 받으면 흔히 한다는 말이다. 얼핏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들리지만 편견이다. 이것을 자신이 왜 해야 하는지 궁금해서 묻는 경우가 더 많다. 따라서 전략 과제를 추진할 때는 왜 해야 하는지 그 목적을 분명하게 알려 줘야 한다. 그리고 목적이 분명해야 올바른 전략 과제를 만들 수 있다. 사업계획 수립의 출발은 환경분석이 아니라 목적 설정이다. 전사든 단위 조직이든 마찬가지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조직의 목적을 분명하게
전사에서 단위 조직까지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한다면 우선 목적부터 분명하게 정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목적은 두 가지로 구분해서 정하는 것이 좋다.

먼저 조직의 존재 이유다. 모든 조직은 존재하는 이유가 있다. 이 존재 이유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과제를 만들고 실행한다. 구글은 ‘세상의 모든 정보를 조직화해서 누구나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존재 이유가 있다. 사업계획을 수립할 때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은 “세상의 모든 정보를 조직화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다. 그 결과 고객 누구나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 따져 보면 된다. 이처럼 존재 이유는 우리가 일을 하는 이유이면서 동시에 고객에게 주는 가치다. 각 조직의 고객을 정의하고 고객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서 그 결과로 고객이 얻는 가치가 무엇인지 정의하면 된다. 각 조직의 고객이 누구인지, 그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지로만 정의하면 된다.

두 번째는 존재 이유를 실현해서 도달하고자 하는 목적지를 정하는 것이다. 흔히 비전이라고 한다. 3년 또는 5년 후에 이루고 싶은 조직의 모습을 그려보면 된다. 사업 관점에서 우리가 어디로 향해 가는지에 대한 분명한 방향성이다. 여기에 더해 구성원 관점에서 만들고 싶은 조직의 모습을 정하는 것이 좋다. 사업 관점의 비전과 구성원 관점의 비전이 연결되면 구성원의 동기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이 해야 할 일의 균형 잡기
조직의 존재 이유를 실현해서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조직이 해야 할 일의 균형을 잡는 것이다.

해야 할 일의 균형을 잡을 때 가장 많이 활용되는 도구가 균형성과표(Balanced scorecard, BSC)다. 기업에서 하는 모든 일은 재무적 결과로 모인다. 그런데 재무적 결과를 결정하는 것은 고객이다.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야 돈을 지불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이는 구성원의 학습과 성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따라서 조직이 해야 하는 일의 균형을 재무, 고객, 프로세스(일하는 방식), 학습과 성장이라는 네 가지로 관점으로 균형 있게 설정할 수 있다.

그런데 조직마다 상황이 다르다. 생산 조직은 생산량, 품질, 원가, 환경안전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 법무나 환경안전 조직은 예방과 대응이 더 좋다. 지원 조직은 전사의 한 방향을 만들기 위해 현업 조직을 이끌고(Lead), 돕고(Help), 확인(Check)하는 것으로 균형을 잡을 수 있다. 전사적으로는 지금 하는 일에서 성과, 새로운 일을 통한 성과로 크게 구분할 수도 있다. 각 조직의 특성에 맞게 해야 할 일의 균형을 잡아보자.
◆환경분석 통해 집중 전략 과제 정하기
조직의 존재 이유, 비전(방향성), 해야 할 일의 균형을 잡았다면 본격적으로 해야 할 전략 과제를 찾는다. 시장, 고객, 경쟁사, 자사의 환경을 분석해서 기회와 위협, 강점과 약점을 찾는 것이 보편적이다. 외부 환경에 기회가 있고 자사의 강점인 영역은 빠르게 실행으로 옮겨야 한다. 단기 과제다. 기회가 있지만 약점이라면 약점을 강점으로 전환할 시간이 필요하다. 중장기 과제다. 외부의 여러 가지 위협 요인이 있지만 자사에 강점이 있다면 강점을 기반으로 위협을 극복할 과제를 찾는다. 차별화 과제다. 이런 방식으로 기회, 위협, 강점, 약점을 입체적으로 분석해서 전략 과제를 찾으면 된다.

그런데 전략 과제가 너무 많으면 기대하는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인텔의 전설적인 CEO였던 앤디 그로브가 한 말이다. “인텔의 모든 구성원은 많은 시간 열심히 일한다. 그런데 성과는 그만큼 나오지 않는다. 차라리 일하는 시간을 줄이자.” 이것이 인텔의 새로운 성과관리(Intel MBO, Management by Objective)의 출발이다. 일하는 시간은 줄이고 더 높은 성과를 만들려면 선택과 집중해야 한다. 달성해야 할 목표를 줄이고 모두가 한 방향으로 집중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리더들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줄이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최근에 성과관리 교육을 하면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생산 조직의 리더가 18개나 되는 과제(목표)를 가지고 상담 요청을 했다. 모든 과제가 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주변 상황이 바뀌면 달성하기 어렵고 집중하기도 힘들다고 했다. 이것을 생산량, 품질, 원가, 환경안전 4개로 줄여 주었다. 나머지는 각 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 실행 계획으로 재배치를 했다. 실행 계획은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 바꿔 주면 된다. 이처럼 조직이 해야 할 일의 균형을 잡았다면 각 요소에 맞는 전략 과제 하나만 정할 수도 있다.
◆정량적인 증거 찾기의 중요성
전략 과제가 달성돼 가고 있는 것과 달성됐다는 것을 무엇으로 확인해야 할까. 정량적인 지표다. 수시로 측정할 수 있어야 제대로 과제를 실행하고 있는지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을 흔히 KPI(Key Performance Indicator)라고 부른다. 이 지표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최근 인텔에서 활용되던 성과관리 방식이 국내에는 OKR(Objective & Key Results)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소개됐다. OKR을 잘 활용한 회사가 구글이다. 예를 들어 구글의 존재 이유인 ‘세상의 모든 정보를 조직화해서 누구나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한다’를 실현하기 위해 최고의 웹브라우저를 만들기로 한다. 최고의 웹브라우저가 됐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한 증거(Key Result)를 다양하게 찾을 수 있지만 ‘사용자 수’ 하나로 정한다. 모든 조직은 사용자 수에 도움이 되는 것은 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하지 않는 것이다. 선택과 집중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려주는 사례다. 그럼 유튜브는 어떤 정량 지표를 가지고 출발했을까. ‘시청 시간’이다. 콘텐츠가 아무리 많아도 시청 시간이 길지 않으면 광고를 싣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나의 지표만 있는 경우 문제가 될 여지도 있다. 고객 만족도 하나의 지표만 있다면 무조건 고객에게 잘해 줘서 실제 수익은 나지 않을 수도 있다. 앤디 그로브는 ‘High Output Management’라는 책에서 고객 재구매율과 같은 보조 지표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부 실행계획의 오너 정하기
조직의 존재 이유를 실현하고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의 균형에 맞게 장단기의 전략 과제를 정하고 정량화된 지표를 만들면 사업계획이 마무리된다. 그러면 실행으로 옮겨야 한다. 조직의 구성원들과 함께 전략 과제의 정량화된 지표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 실행 계획을 만드는 것이다. 세부 실행 계획은 내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수시로 바뀔 수 있다. 매주, 매월 구성원들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활용할 수도 있다. 구성원 모두 집중해야 할 것은 전략 과제의 정량화된 지표다. 이때 중요한 것인 전략 과제와 세부 실행 계획의 오너를 정하는 것이다.

전략 과제나 세부 실행 계획은 여러 구성원의 힘을 모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A 과장, B 대리, C 사원이 함께 과제 실행을 맡아 주세요”라고 하면 제대로 실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분명하게 해당 과제의 오너가 누구인지 정해 주는 것이 좋다. 특히 과제 문서에 오너의 이름을 적어 두면 더 도움이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리더가 먼저 직접 오너를 맡을 과제를 정하는 것이다. “리더는 모든 과제의 오너다”라고 말하고 빠지면 곤란하다. 리더는 직접 오너를 맡는 과제도 있으면서 동시에 모든 과제의 오너다.

대개 사업계획을 수립한다고 하면 환경분석에서 출발한다. 이제 조직의 목적에서 출발하고 목적에 맞게 선택과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 “이걸요, 제가요, 왜요”는 모든 구성원이 물어야 할 당연한 질문이다.

김용우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