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쟁력 기획④ 인터뷰] 지역의 차별적 경쟁력 만들려는 목적에서 KLACI 개발
지역별 히스토리 따라 약점도 강점으로 활용 가능해
한경비즈니스는 국내 최고 인구학 전문가이자 지역자산역량지수(KLACI)를 처음 기획한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지속가능경제학과 교수에게 지방소멸의 원인과 해법에 대해 물었다. 그는 지금의 국가적 성공과 동시에 부작용을 낳은 줄세우기식 중앙 주도 방식 대신 지역 각자의 특성을 살린 상향식 시스템을 제안했다.
Q. 일본을 덮친 지방소멸 문제가 한국까지 상륙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갖가지 정책적 지원에도 문제가 지속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워낙 거센 흐름이다. 요컨대 ‘서울 파워’는 기하급수인데 ‘로컬 복원’은 산술급수라 정책효과는 제한적이다. 잘 살려는 개별의 선택이 서울집중과 로컬 소멸을 낳았다.
서울 블랙홀의 기대효과가 계속되는 한 그에 준하는 파격적, 구조적인 정책 대응이 없다면 도농격차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교육, 취업을 위해 서울로 향하는 지방 청년의 이동을 막아낼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새로운 질서와 담대한 개혁이 필요하다.”
Q. 다른 선진국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다. 한국의 지방소멸 양상에 다른 점이 있나.
“큰 차이가 있다. 한국은 모든 게 중앙집권, 도시우위로 운영된다. 역사적으로 자리 잡은 ‘사람은 서울로’라는 절대가치가 ‘따로 잘 사는’ 연방체제의 선진국과는 구분된다. ‘올인’ 수혜를 받은 맏형이 먹여 살리던 한국(낙수효과)과 달리 다른 선진국들은 개별지역이 제각각의 역할과 능력으로 포트폴리오(분수효과)를 완성했다.
한국은 지금껏 열광적인 도시 전입으로 인해 단기적인 급속도의 자원집적과 경제성장을 이루는 것이 가능했지만 저성장에 진입한 현재는 되레 이 같은 구조가 부작용과 엇박자로 되돌아왔다.”
Q. 지역자산역량지수(KLACI) 평가를 개발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소멸’로 불리는 로컬 피폐화 현상을 완화할 활성 모델에 대해 오래 고민했다. 기존 이론과 선행사례를 연구하면서 제각각 약점과 한계가 많다는 점을 알게 됐다. 특히 한국 사정이 반영되지 못하거나 장점·강점 등 비교우위 위주의 줄 세우기 지표가 많아 안타까웠다.
따라서 229개 국내 기초지자체가 저마다의 위치와 특징 및 스토리를 반영한, 타 지역에서는 복제할 수 없는 특화 분야를 찾을 수 있는 방식을 발굴해 제안하고자 했다. 중앙에서 내려주는 하향식 방식과 예산이 유효했다면 로컬 소멸 현상은 지금보다 적거나 아예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대안을 찾고자 했다.”
Q. 지수를 개발할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과 그에 대한 기대 효과는 무엇인가.
“KLACI는 복원작업에 투입될 잠재적인 강점·약점의 로컬 자산을 종합 비교했다. 229개 기초지자체의 평균선을 중심으로 위쪽은 돋보이는 강점이고 아래쪽은 감추고픈 약점이다. 따라서 순위에 집중할 수 있지만 본질은 평균과의 거리에 있다. 평균으로부터 거리가 멀수록 해당 지역만의 특성으로 묶어낼 수 있다. 또 인구 규모별로 체급도 만들어 산식을 최적화, 고도화했다.
KLACI는 ‘자산=자본+부채’라는 체계를 채택했다. 이 부분이 돋보이는 이유는 자본뿐만 아니라 역발상으로 부채도 잘만 조정, 투입하면 자산으로서 차별적인 로컬 복원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잘한 곳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중요하나 각 지역 현실과 맞지 않을 수 있다. 저마다의 강점을 키우고 약점을 뒤집는 총체적인 자신감이 투영된 지표 개발이 중요하다.”
Q. 5극 3특 등 지역균형 정책의 방향이 단순 분산이 아닌 거점개발로 전환된 추세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229개 지역이 개별적으로 경쟁하도록 하기보다 범위, 규모를 넓힌 거점개발을 통해 ‘가성비’를 높인다는 차원에서 합리적이고 고무적이다. 다만 일률적인 방법론은 반대한다.
광역자치단체와 기초단체가 협력해 차별적이고 특화한 지역 재생작업을 펼치는 게 좋다. 상하관계가 아닌 대등한 협력을 전제로 ESG 기업도 참여하고 지역 학교, 지역경제협의체, 공공기관, 주민조직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상시적으로 모여 논의하는 의사결정체계가 중요하다.
여기서 해당 5극 3특의 특화자원을 추출해 그들만의 방식으로 풀어내자는 취지다. 지역마다 성격이 다르니 다양한 복원모델이 떠오를 수 있다. 그래야 중앙주도식 ‘판박이형 모델’의 함정과 빈틈도 메워질 수 있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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