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쟁력 기획②] 낡고 집값 비싼 서울, 10위권 못 들어
순위 낮은 지방 도시, 개선 잠재력도 높아 급등지역 다수 포함

삼성전자 화성 나노시티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화성 나노시티 전경. 사진=삼성전자
경기도 화성시가 전국 229개 지자체 중 지역 역량이 가장 뛰어난 곳으로 나타났다. 경기 남부의 일명 ‘반도체 벨트’가 1~3위를 휩쓴 가운데 1년 전 1위를 차지했던 평택은 3위로 내려가며 자리를 내줬다.

수도권과 달리 지방에서는 다양한 조건에 따라 순위가 갈렸다. 경남 창원은 산업, 일자리 등 경제력이 앞섰으며, 주거환경과 삶의 질이 높아 권역 내 상위권을 차지한 지역들도 눈에 띄었다.

데이터 전략 기업 트리플라잇에 따르면 ‘2025~2026 지역자산역량지수(KLACI)’ 평가에서 경기 화성시가 100점 만점에 84.63점으로 가장 높은 종합점수를 기록했다. 그 뒤를 각각 81.64, 79.48점을 받은 경기 용인시, 평택시가 차지했다.

이 밖에 10위권은 물론 20위권까지 수도권과 청주, 천안 등 수도권 인근 충청도 도시들이 채웠다. 특히 반도체, 디스플레이, 바이오 등 첨단산업 기반이 성장하고 있는 도시의 역량이 높게 평가받았다.

반면 전국 지자체의 약 42%는 성장동력이 정체돼 인구 유출, 산업기반 약화, 생활 인프라 부족을 겪고 있었다. 이들 지역 대부분은 KLACI 4개 범주인 인구성장력, 경제활동력, 생활기반력, 안전회복력에서 전반적으로 약점을 보이는 ‘개발도약형’(23.1%)이거나 사회적 안전망 외에 생활기반이 약한 ‘기초안정형’(18.8%)에 속했다.

특히 동남권, 대경권, 중부권, 서남권 등 지방 4대권역에 개발도약형 지자체가 다수 위치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양극화 현상이 극명하게 나타났다.

그럼에도 순위 급등 지역은 지방 도시로 구성됐다. 지방의 성장 잠재력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반면 급락 지역에 서울 자치구도 속해 지역 발전에는 일자리와 생활기반 등의 균형 잡힌 시너지가 필요하다는 점이 나타났다. 서울도 위태…성장 지속하려면 생활기반 갖춰야
경기 화성시, 지역자산역량지수(KLACI) ‘전국 1위’…‘반도체 생태계’ 완성 효과
1~3위 3개 지역은 지난해 순위에서 서로 엎치락뒤치락했다. 화성과 용인은 지난해에 비해 한 계단씩 뛰어오른 모습이다. 화성은 ICT 산업 생태계 구축에 성공하며 압도적인 양적 팽창을 겪고 있다. 대규모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단계적 성장을 하고 있는 평택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화성시가 종합평가에서 1위에 오른 핵심 동력은 ‘인구성장력’과 ‘경제활동력’ 두 부문에서 나왔다. 이는 현재 국내에서 가장 역동적인 인구 유입과 혁신적인 경제활동이 일어나는 지역이 화성이라는 의미다. 삼성전자, ASML 등 국내외 유수 기업으로부터 20조원이 넘는 투자를 유치한 결과로 보인다.

화성시는 청년인구 수, 전입인구 등에서도 높은 점수를 보여 젊고 활력 있는 인구가 유입되는 동시에 GRDP(지역내총생산), 상장기업 수, 벤처기업 수, 특허 건수 등 경제지표 점수도 높게 나타나 반도체 공급망 생태계가 질적으로 고도화하며 자리를 잡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구조적 과제 또한 명확하다. 화성시는 4대 핵심 역량 중 ‘생활기반력’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의료기관 병상 수, 광역시설 교통접근성, 보육시설 수 등의 지표가 약점이었다. 급격한 산업 및 인구성장을 삶의 질과 직결되는 인프라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평택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고덕국제신도시 등 대규모 프로젝트 기반의 단계적 성장을 하고 있다. 현재 고덕국제도시 1, 2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삼성전자 파운드리 생산이 주춤하기도 했다. 평화예술의전당(2025년 준공 예정) 등 생활 인프라 조성은 더딘 편이다. 성장성은 뛰어나나 앞으로도 각 반도체 프로젝트, 도시개발 진행 과정에 따라 순위 변동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용인은 이들 도시보다 정주 여건에서 뛰어난 것이 강점으로 국가적 지원도 등에 업으며 균형 잡힌 성장을 하고 있다. 인구성장력, 경제활동력, 안전회복력 등 모든 범주에서 고르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전입인구, 혼인 건수, 청년인구 순이동 등 인구성장 역량이 순위 상승을 견인했다.

반면 수도권 핵심인 서울 25개 자치구는 한 곳도 종합점수 10위권 내에 들지 못했다. 서울 중구가 13위(74.45점), 강남 14위(74.12점), 영등포 15위(73.99점), 강서 19위(71.89점)로 나란히 서울 자치구 중 높은 순위에 들었다.

서울 자치구들은 평가 지표 중 상장기업 수, 상점 수, 미충족 의료율 등 경제·생활 인프라 지표는 전국 최상위권이다. 20위권에 든 중구와 강남구, 영등포구는 서울 3대 업무지구인 도심(CBD), 강남(GBD), 여의도(YBD)를 품고 있다. 강서구 역시 마곡 개발을 통해 기업과 일자리가 몰리는 지역으로 자리매김했다. 순위 급등 지역 지방에…잠재력 높아
하지만 일부 서울 자치구는 순위 급락 지역 10위권에도 포함됐다. 서울 관악구(35→81위), 양천구(91→149위), 노원구(53→116위) 등이다. 이들 지역은 구도심이자 주거 밀집지역으로 산업이나 일자리 기반이 약한데 비해 거주환경이 노후화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몇몇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은 도시의 미래 활력을 결정하는 인구성장력이 낮다. 합계출산율은 대부분 전국 하위권으로 나타났으며 청년인구 순이동 지표는 서울 지자체 2곳을 제외하고 모두 50점 미만으로 나타났다. 높은 주거비와 생활비, 교통 혼잡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서울은 일명 ‘성숙 도시의 딜레마’에 직면했다. 이미 완성된 인프라라는 자산은 풍부하지만 미래 성장을 이끌 활력은 급격히 약화하고 있다.

순위 급등 지역 10위권에는 수도권 지역이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 순위 급등 지역 1위는 전라북도 완주가 차지했다. 1년 전 137위였던 순위가 100위권 내인 56위로 무려 81계단이나 상승했다. 완주는 지방도시로서는 드물게 전출 인구가 적고 인구가 유입되고 있는 지역이다.

2위는 전남 보성, 3위는 같은 전남의 강진군이 차지했다. 순위 급등 지역 대부분은 지방 농어촌 지역이라는 특성상 제한된 자원 속에서 ‘선택과 집중’을 택해 약진할 수 있었다. 특히 사회안전망과 복지 인프라 확충으로 순위를 만회했다.

순위 급등 지역 중 유일하게 광역시에 속한 대구 수성구는 순위가 42계단 올랐다. 수성구는 사설학원 수 등 교육인프라를 강화하고 주택 노후도를 개선하는 등 주거환경의 질을 높였다.
한편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5극 3특’ 권역별로 살펴보니 권역 내 지역 간에도 격차가 상당했다. 1등 지역과 꼴등 지역 중 가장 점수 차이가 큰 지역은 수도권이었으며 그다음은 동남권(부산·울산·경남)의 격차가 컸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지속가능경제학과 교수는 “5극 3특 권역별로 삶의 질과 성장지표가 다르게 나타나는 만큼 이러한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발전 전략 수립이 필요할 것”이라며 “각 지역의 고유한 특성과 강점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선투입 예산을 줄이고 약점을 특화 자산으로 전환해 지역만의 정체성을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