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도깅(Raw-dogging)은 휴대폰, TV, 음악 등 모든 외부 자극을 차단한 채 오롯이 지루함을 느끼는 행위를 뜻한다. 원래는 성적 은어로 쓰이던 단어지만, 최근에는 ‘아무런 방해 요소 없이 평범한 일을 견뎌낸다’는 의미로 변형돼 사용되고 있다. 미국 메리엄-웹스터 사전은 이를 “어떠한 도움이나 전환 없이 어렵거나 지루한 일을 수행하는 행위”로 정의한다.
지난해에는 ‘비행기 로도깅’이 유행했다. 장거리 비행 중 책이나 영화, 간식 없이 그저 허공을 응시하는 것이다. 특히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의지력 테스트’처럼 받아들여지며 화제가 됐다. 그리고 1년 만에 로도깅은 ‘지루함 자체를 견디는 챌린지’ 형태로 돌아왔다.
로도깅 챌린지의 핵심은 ‘아무것도 하지 않기’다. 참가자들은 방바닥에 앉아 전자기기 없이 가능한 한 오래 멍하니 있는 모습을 영상으로 기록한다.
이달 초 대학생 케이트(19)는 스웨트셔츠 차림으로 카펫 바닥에 앉아 허공을 응시하는 영상을 올렸다. 카메라 앞에는 타이머가 놓여 있었다. 첫날 15분으로 시작한 로도깅 시간은 6일 차에 20분까지 늘었고, 각 영상은 1,00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챌린지는 틱톡 사용자 로완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도파민 디톡스 챌린지’ 게시글에서 “산책할 때나 식사 중,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SNS를 스크롤했다”며 “이젠 영화를 끝까지 볼 수 없을 정도로 집중력이 떨어졌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디지털 기기에 너무 의존하고 싶지 않아 매일 한 시간씩 화면을 보지 않기로 했다”며 로도깅 챌린지를 시작한 이유를 밝혔다.
로완은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지루함을 견디는 건 중요한 기술”이라며 “지루한 시간은 누구에게나 있다. 이 시간을 피하려 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상 심리학자 마이클 웨터는 야후 인터뷰에서 “Z세대는 자기 생각에 온전히 집중하는 능력을 되찾으려 애쓰고 있다”며 “우리는 잠깐의 정적조차 피하도록 길들어 왔다. 세상의 끊임없는 소음에서 벗어나 마음을 쉬게 하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카네기멜론대 디지털 미디어학과 아리 라이트먼 교수는 로도깅 챌린지에 대해 “짦은 도파민에 덜 의존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좋은 일”이라면서도 “이를 정복해야 할 대상으로만 바라보면 또 다른 유행으로 끝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챌린지에 참여한 인플루언서 웨터스는 “45분 동안 벽을 바라본다고 해서 반드시 생산적일 필요는 없다”며 “헤드폰 없이 산책하기, 일기 쓰기, 창밖 보기, 사람 구경하기 등 자극이 적은 활동도 비슷한 효과를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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