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전문가들 예상대로 풍선효과는 즉시 발생했다. ‘경부 라인’이자 ‘반도체 벨트’에 속한 화성 동탄, 그리고 서울 동북부와 인접한 구리 등에 빨간불이 켜졌다.
예의주시하던 정부는 발 빠르게 규제지역 외에 동탄과 구리 아파트 거래에 대해서도 부동산 기획조사와 현장 점검에 나선다고 밝혔다. 규제지역 추가 지정 가능성도 제기되는 분위기이다.
그럼에도 서울 등 수도권 일부 지역에 집중됐던 관심은 점차 비규제 지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부동산이나 지역 커뮤니티에서는 어느 지역까지 풍선효과의 바람이 거세게 불어올지, 이번 규제의 영향이 어디까지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거래 터진 동탄 시범, 다음 타자는 어디
올 10월 동탄2 시범 단지들이 위치한 화성시 청계동의 아파트 실거래량은 10월 2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기준 148건으로 나타났다. 9월 전체 거래량은 129건보다 20여 건 많다. 그런데 이 중 84건은 부동산 대책이 나온 15일 이후 계약됐다. 아파트 실거래 신고 기한이 30일이므로 10월 말 실거래 건수는 더 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개통, 반도체 활황 등 각종 호재에도 하락했던 이곳 아파트 가격이 다시 반등했다. 10월 18일에는 ‘동탄역시범한화꿈에그린’ 전용면적 84㎡ A타입이 13억500만원에 손바뀜됐다. 저가 매물이 소진되면서 수도권 부동산 경기가 정점이던 2021년 기록한 전고점인 13억9500만원에 다다르고 있는 것이다.
한강을 끼고 서울 광진구, 중랑구와 인접하고 8호선 역세권을 품고 있는 구리, 남양주 등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이들 지역에선 10억원 이하 매물들이 활발하게 거래된 뒤 호가가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8호선, 경의중앙선 더블역세권인 구리역 앞 ‘e편한세상 인창 어반포레’ 전용면적 39㎡는 10월 26일 6억3500만원에 실거래 계약이 체결됐다. 최초로 6억원을 돌파한 해당 타입은 소형으로 실거주보다 전월세를 낀 투자 가능 매물로 주목받고 있다. 구리는 서울 등 토지거래허가구역과 달리 아파트 매매거래에 대해 지자체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는 만큼 실거주가 아닌 ‘갭투자’ 목적 거래도 가능하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구리는 서울과 인접한 데다 8호선까지 지나고 있어 사실상 서울이라고 할 만한 지역”이라며 “이번 대책에서 비슷한 조건의 하남이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반면 구리, 남양주는 빠지면서 이 같은 상황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고 말했다.관심 모이는 김포, 시세 상승은 아직
국토부는 10월 26일 “부동산 교란 행위를 집중 점검하겠다”면서 화성 동탄과 구리 2개 지역을 기존 규제지역과 더불어 ‘의심조사’ 대상에 포함한다고 밝혔다. 9월 신고분부터 허위 계약일 신고나 2년 실거주 의무 위반, 편법 자금조달 행위 등이 없는지 집중조사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시장의 관심은 다른 지역까지 번지고 있다. 안양 만안구나 김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지역은 서울과 광명, 분당 위주였던 호갱노노 인기 지역, 인기 단지(입주완료 단지 기준) 순위 상위권에 속속 이름을 올리고 있다.
10월 29일 한 때 김포 고촌읍 소재 ‘고촌 센트럴 자이’가 실시간 인기 단지 1위에 올랐다. 호갱노노 인기단지는 플랫폼 내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아보는 아파트를 뜻한다. 고촌 센트럴 자이는 이날 오후 2시 기준 2386명이 찾고 있어 2위인 동탄역 롯데캐슬 1101명에 비해 관심도가 높게 나타났다.
2023년 청약시장에 나온 고촌 센트럴 자이는 고분양가 논란에 부동산 경기 불황까지 겹치며 미분양을 기록했다. 그런데 지난해 6월 입주까지 마친 이 아파트의 미분양 물량이 최근 들어 상당 부분 소진됐다는 소식이다. 김포 고촌읍은 김포에서도 서울과 인접한 곳이고 김포골드라인을 통해 한 정거장 만에 5호선, 9호선 환승이 가능한 김포공항역으로 접근이 가능하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김포의 경우 풍무역세권이나 고촌 등 서울 접근성이 높은 동네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편”이라면서도 “풍무지구에 대한 수요자들 관심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나 공급물량이 많은 탓에 당장 시세가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주에는 안양시 만안구 소재 ‘래미안 안양 메가트리아’도 10위권에 올랐다. 안양 만안구는 같은 안양 내 동안구나 광명, 의왕 등 주변 지역과 달리 규제를 비껴간 곳이다. 서울 관악, 금천과도 인접하고 있다. 2016년 입주한 4250가구 규모 대단지 래미안 안양 메가트리아는 동안구와 접하고 있어 평촌의 생활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다.
래미안 안양 메가트리아는 실거래 건수가 늘면서 10월 27~29일 사이 거래량이 많은 아파트 2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 밖에 평택, 파주, 시흥 등 비규제 지역 아파트 단지들이 순위권에 속속 이름을 올리고 있다. 갈아타기는 서울, 전세난민 외곽으로
그러나 이 같은 관심이 꼭 갭투자 수요만은 아니다. 비규제 지역도 수도권이면 6·27 대책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되지만 담보인정비율(LTV) 60%가 적용된다. 이에 따라 서울 고가 아파트에 진입하기에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거나 비교적 저렴한 새 아파트를 원하는 실수요도 이들 비규제 지역을 찾고 있다.
게다가 지속적인 전세 상승과 규제지역 임대차 매물의 감소로 비규제 지역 풍선효과는 계속될 전망이다. 실거주용으로만 아파트를 매수할 수 있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새로운 전세 매물이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전세난민’들이 저렴한 매매, 또는 전세 매물을 찾아 외곽으로 이동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반면 비규제 지역에서 매도한 일부 매도인들은 ‘갈아타기’ 차원에서 다시 서울 등 규제지역으로 진입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외곽의 거래 활기가 서울 중심부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일종의 ‘순환매’도 발생할 수 있다.
한 동탄 아파트 소유주는 “동탄 아파트 가격이 오르고 있어 현재 보유한 아파트를 잘 매도하고 직장이 위치한 서울에 아파트를 매수해 실거주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서울 핵심지역은 규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서울 주택가격의 상승과 전세 매물 감소로 인해 앞으로도 풍선효과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그러나 동탄이나 구리 외에 다른 비규제 지역은 전고점을 돌파할 정도로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고 있는 것이 아니며 현재 규제에 대한 시장 참가자들의 불만이 높은 상황에서 정부가 추가로 규제지역을 지정하기 위해서는 신중을 기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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