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신고를 늦추면 청약이 유리하다던데.”
“실거주하려는데 전세퇴거자금대출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요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런 글들이 쏟아진다.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을 둘러싼 번복과 혼선이 이어지면서 실수요층까지 대출 규제의 영향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대출 한도가 촘촘히 제한되자 주택 구매자들은 신생아특례와 신용대출 중 어떤 걸 먼저 받을지부터 사내대출 병행이나 금리 갈아타기 전략까지 꼼꼼히 계산하며 내집 마련 방안을 다시 짜고 있다.
◆대출규제서 빠진 ‘사내대출’ 불티
금융권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직장인들 사이에서 사내대출 활용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5년 전인 2020년 연간 대출액은 8522억원, 2021년에는 9164억원이었고 올해는 8월 기준으로 이미 9059억원이 집행됐다. 이 추세대로라면 역대 최대였던 2023년 1조3922억원 기록을 올해 넘어설 가능성도 점쳐진다(김상훈 국민의힘 의원). 사내대출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기존 금융권 대출 한도가 꽉 차더라도 추가로 자금을 빌릴 수 있다.
공교롭게도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최근 사내대출 관련 깜짝 발표를 했다. 주택 구입과 전세보증금용 사내대출 한도를 직원당 3억원에서 5억원으로 대폭 확대한 것. 임직원 복지 차원에서 사내 기금으로 집행하는 무이자 대출인 데다 DSR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산정에서 제외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내집 마련의 비법은 두나무를 들어가는 것”, “두나무 꿈의 회사 됐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두나무 측은 “한도는 7월 늘어난 것으로 최근 발표된 10·15 부동산 대책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혼인신고를 미루는 신혼부부도 늘고 있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정책 대출과 청약 기회에서 오히려 유리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저금리의 디딤돌대출을 받으려면 미혼자는 연소득 6000만원 이하면 가능하지만 신혼부부는 부부 합산 소득 8500만원 이하로 제한된다. 연소득 1억원 이상의 신혼부부 비중은 2021년 13.8%에서 2023년 20.3%로 늘었지만 이들이 저금리 정책대출을 이용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청약 제도도 마찬가지다. 혼인신고를 미루면 지원 기회가 늘어나 당첨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논리다. 미혼일 때는 각각 청약이 가능하지만 혼인신고 이후에는 가구당 1회로 제한된다.
결혼 후 1년 이상 혼인신고를 늦춘 부부 비중은 2014년 10.9%에서 2024년 19.0%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신용대출 먼저 받는 게 유리?
첫 아이를 품에 안은 A 씨 부부는 요즘 내집 마련을 앞두고 다시 계산기를 두드린다. 규제지역이라 대출 한도가 빡빡한 데다 집값은 워낙 높아 신생아특례대출(최대 4억원)만으로는 부족하다. 취득세 등 추가 비용까지 고려하면 신용대출까지 써야 하는 상황. 문제는 대출 순서다. 주변에서는 “신생아특례대출은 DSR 규제를 직접 받지 않더라도 전체 부채가 늘면 신용대출 한도가 줄 수 있다”며 “신용대출을 먼저 실행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10·15 부동산 대책 이후에도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는 규제지역에서도 기존과 동일하게 집값의 최대 70%(LTV)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신혼부부나 신생아 가구 등에 제공되는 특례대출 역시 LTV 70%를 적용한다.
서민·실수요자 요건을 충족하는 무주택자라면 완화된 기준을 적용받는다. 부부합산 연소득 9000만원 이하, 주택가격 8억원 이하일 경우 은행권의 서민·실수요자 대출을 통해 최대 60%(LTV)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규제지역 내 3억원이 넘는 주택을 소유한 경우에는 전세대출 자체가 불가능하다. 다만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하면 예외로 인정된다. 우선 시군 간 이동하는 경우여야 한다. 직장 이동이나 자녀 교육 및 부모 봉양 등의 사유가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구입 아파트와 임차 주택 모두에서 세대원이 실거주해야 한다.
또 1억원이 넘는 신용대출을 받았다면 대출 실행일로부터 1년간 규제지역 내 주택을 구입할 수 없다. 이는 새로 생긴 규제가 아니라 2020년 11월 16일부터 시행 중인 기존 조치의 연장 적용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신용대출을 9900만원까지만 받으면 괜찮을까요”, “신대 다 갚아야 주담대 받을 때 유리한가요” 등 현실적인 고민이 쏟아지고 있다. 대출 순서와 한도를 두고 셈법이 복잡해진 것이다.
2023년 초 서울 도봉구에 아파트를 매입하며 연 5%대 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던 B(50대) 씨는 최근 금리가 내려가자 갈아타기를 검토했다. 하지만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해당 지역이 다시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계획이 무산됐다. 8억원대 아파트를 살 때 받은 5억원 대출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B 씨는 “금리가 내려가길래 중도상환수수료를 감수하고라도 옮기려 했는데 이제는 대출이 많아야 3억원 나온다고 하더라”고 토로했다.
일주일 전만 해도 B 씨는 갈아타기를 포기해야 했다. 정부는 당초 10·15 부동산 대책에 따라 수도권과 규제지역의 LTV을 기존 70%에서 40%로 낮추며 대출 갈아타기까지 막았다. 대환대출은 새로운 대출로 취급돼 규제지역 지정 전 70%까지 주담대를 받았던 차주가 갈아타기를 시도할 경우 변경된 40% 기준이 적용된 것이다. 집값의 약 30%를 한꺼번에 갚아야만 새로운 대출을 실행할 수 있단 얘기다.
하지만 정부가 말을 번복하면서 다시 갈아타기가 가능해졌다. 서민층의 이자 부담 완화를 위한 ‘대출 갈아타기’마저 막혔다는 비판 여론이 커지자 예외를 두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갈아타기 대출은 신규 주택 구입에 활용될 수 없고 차주의 상환 부담 완화 효과가 있는 만큼 규제지역이라도 증액이 없는 범위 내에서는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10월 27일부터 각 은행에 관련 지침을 내려보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상가·오피스텔 등 비주택 담보대출의 LTV도 오락가락했다. 정부는 당초 “비주택 LTV도 70%에서 40%로 강화된다”고 밝혔다가 이틀 만에 “비주택 담보대출의 경우 기존 70%가 유지된다”고 정정했다.
전세퇴거자금대출을 둘러싼 혼선도 이어졌다. 전세보증금(규제지역)을 돌려주기 위한 퇴거자금대출에도 새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지를 두고 은행권이 혼란에 빠진 것이다. 급격한 LTV 감소에 따라 집주인이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세입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잇달았다.
논란이 커지자 금융당국은 “6월 27일까지 체결된 임대차 계약은 규제지역 여부와 관계없이 기존 LTV 70%를 적용한다”고 정리했다. 앞서 정부는 6·27 가계부채 관리 대책을 통해 수도권 1주택자의 전세퇴거자금대출 한도를 1억원으로 제한했다. 두 번의 규제 모두 6월 27일 이후 맺은 계약에 대해서만 적용한다는 얘기다.
보금자리론의 대출 한도(LTV)도 기존보다 줄었다. 보금자리론은 주택가격 6억원 이하, 부부 합산 소득 7000만원 이하의 무주택자나 실수요자가 받을 수 있는 정책금융상품이다. 만기가 길고 DSR 규제를 받지 않아 청년층과 서민들의 수요가 많다. 집을 새로 사는 용도뿐 아니라 기존 주택담보대출 상환이나 전세보증금 반환에도 활용한다.
하지만 규제지역에서는 무주택자와 생애 최초 구입자를 제외하고 LTV 60%까지만 인정한다. 비규제지역(70%)보다 한도가 10%포인트 낮다. LTV 70%를 꽉 채워 보금자리론을 이용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고 실거주를 계획했던 실수요자들은 자금 계획을 다시 세워야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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