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장기에는 교육 통한 소득계층 이동 사례 많아
사교육비 줄이고 청년에게 기회 줘야 역동성 높은 사회 될 것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필자가 지방에서 초중고를 다녔던 1970년대 군부독재 시절을 되돌아보면 정치는 삼류였지만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경우가 많았다. 소를 돌보면서도 영어 단어를 외우면서 학업 의지를 불태웠던 친구들이 일류대학에 합격도 많이 하고, 또 고시에 합격해서 공무원이나 판검사가 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당시는 경제가 성장기라서 사업 기회도 많고 성공 사례도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었다.

오늘날은 과거와 비교해서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이야기가 잘 들리지 않는 것 같다. 국가데이터처의 ‘2023년 소득 이동통계’ 발표에 따르면 소득계층 간 소득이동성이 점점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에 1분위 국민의 계층 이동률이 32.2%에서 점차 하락하여 2023년에는 29.9%를 기록했다. 이는 최저소득 계층에서 높아진 임금소득이나 비임금소득으로 1분위를 탈출하는 비율이 점점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역동성이 높은 15세에서 39세 이하 청년층의 1분위 탈출률은 38.4%로 전년 대비 1.7% 감소했고 5분위 소득계층의 소득유지율은 85.9%로 소득계층 간 고착화가 커지고 있었다.

세계적으로 사교육비가 높은 한국에서는 과도한 사교육비로 인해 소비가 위축될 수 있고 이는 경기침체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서울에서도 강남의 부동산 가격이 유달리 높은 데에는 좋은 학군과 다양한 학원 서비스가 한몫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졌다. 이제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가 끝난 것인가.

소득계층이 고착화되면 더 이상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도 속해 있는 소득계층에서 탈출하기가 어려우므로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진다. 이는 사회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시급한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소득계층 간 성장사다리’는 앞으로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성장을 위한 기회이고 희망이다. 특히 청년층에게 성장사다리는 더욱 필요하다. 국가 경제의 미래를 이끌어 갈 청년층이 얼마나 도전적이냐에 따라 국가 경제의 동력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의 청년층에게 주어지는 현실은 어려움이 가중되는 형국이다. 20대 청년을 위한 일자리는 지난 2년 가까이 줄어들고 있고, 청년 부채 증가와 함께 위기 상황에 내몰리는 청년들이 증가하는 실정이다.

이제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국민들에게 성장을 위한 공정한 기회와 이루어질 수 있는 희망이 주어질 때 국가 경제가 강해질 수 있다. 지금과 같이 어릴 때부터 사교육으로 조기 의대 준비반, 로스쿨 준비반이 성행하고 결국 부의 대물림으로 전문직 등을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다면 국가적 성장은 멈출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는 소득계층 간 성장사다리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많은 힘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능력은 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청년들이 전문직 분야에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장학금 등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할 것이다. 또한 대학의 산학협동 프로그램을 강화해 재학 중 대기업이나 공기업에서 인턴을 할 수 있는 기회를 크게 늘리고, 인턴을 통해 경험을 쌓아서 취업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청년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들에게 제공되는 공공형 청년주택을 대대적으로 늘려야 한다. 또 하위 소득구간의 국민들에게 목돈 마련의 기회를 보다 많이 제공해야 할 것이다. 경제적 양극화와 소득계층의 고착화에 대한 국가적인 대응책이 그 무엇보다 먼저 마련되기를 바란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