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늦은 10.15대책, 135만호 공급계획 실효성 떨어져
신속한 도심공급 위한 규제 완화도 필요해
그런데 이재명 정부는 취임 후 첫 번째 부동산 대책으로 지난 6월 27일 대출 규제 등 수요억제 정책부터 발표했다. 이후 강남과 한강 벨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오히려 상승했다. 두 번째 대책으로는 서울이 아닌 지방 소멸 지역에서 미분양 주택을 구입하면 주택 수에서 배제하고 PF 등 건설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지방 중심 건설투자 보강 방안을 8월 14일 발표했다.
세 번째 부동산 대책에선 9월 7일 착공 기준 주택공급 135만 호를 5년 내 도심에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은 135만 호가 얼마나 많은 주택인지 잘 모른다. 왜냐하면 지난 정부마다 숫자로만 270만 호, 250만 호 공급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번에 발표한 135만 호는 지난 1989년과 90년에 입주를 시작한 1기 신도시(분당, 일산, 평촌, 중동, 산본 등은 총 29.2만 호)의 4.62배나 되는 물량이다. 그것도 공공택지는 분양하지 않고 직접 시행사가 되어 공공주도형으로 공급하겠다고 한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신도시 등 공공택지에서 37.2만 호, 노후시설과 유휴부지로 3.8만 호, 도심지 주택공급으로 36.5만 호, 민간 공급 21.9만 호, 기타 주택사업으로 35.5만 호 모두 134.9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매년 26만 호 이상 공급되어야 하는데, 실제 이런 물량이 공급될 것이라고 믿는 국민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도심지 주택공급은 대부분 정비사업인데 불과 한 달 만에 역대 초강력한 규제정책을 발표해 실제 공급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그것이 바로 10·15 대책이다. 10·15 대책은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곳을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지정했다. 이 지역에서 주택을 매수하는 경우 2년 거주 조건이 의무화되어 실거주자만 주택매수가 가능해졌다. 물론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고 있고 수요가 증가하여 어쩔 수 없이 규제가 필요했다. 그런데 한발 늦은 감이 있다. 지정 조건을 미리 챙겨서 지난 6·27 대책 때 서울의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규제했다면 지금처럼 가격이 더 오르지 않을 수도 있고 넓은 지역을 규제하지 않아도 될 듯했다. 어쩌면 호미로 막을 수 있었는데 가래로 막는 꼴이 되었다.
10·15 대책은 지역 규제뿐만 아니라 금융 규제를 비롯하여 전방위적인 규제로 전세도 매매도 대출도 모두 힘들어 무주택 서민들 사이에서는 또다시 ‘이생망’(이번 생애는 내집 마련이 어렵다)이라는 말이 나온다.
정부는 공공주도형 주택공급도 좋지만 민간 영역인 도심지의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사업)을 통한 공급 확대가 신속히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역세권 개발이나 도심 복합개발도 너무 많은 공공기여를 요구하고 있어 지금까지 단 한 건도 사업이 마무리된 곳이 없다. 적정한 공공기여를 요구해야 사업이 추진되고 주택 공급이 진행된다.
더 시급한 것은 단기 주택공급 정책이 없다는 것이다. 당장 들어갈 집이 있어야 시장이 안정된다. 단기 주택공급이 가능한 비아파트 부분의 활성화 정책도 필요하다. 비아파트인 다세대·연립주택 등은 3~6개월이면 입주가 가능하다. 하지만 비아파트 부문은 수요자들이 전세보증금을 보호받지 못 할까봐 불안해한다. 그래서 보호받을 수 있는 확실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 그 방법 중 하나가 보증금에 대한 에스크로제도 도입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오피스텔은 일정 면적 이하의 소형일 경우 거주하더라도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방법을 고민해 봐야 한다.
규제가 능사는 아니다. 규제가 시장을 이길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수요자가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지역에, 원하는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다. 이제는 수요를 규제하는 것도 좋지만 이제는 서울·경기권에서 지방으로, 고향으로 이주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취득세와 양도세 등 세제 혜택 등을 완화하거나 일시 면제해 수요를 분산하는 방안도 고민할 때가 되었다.
권대중 한성대 일반대학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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