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부동산은 공직자 도덕성 검증의 첫 관문이자 낙마의 가장 흔한 이유로 꼽히고 있다.
2019년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는 ‘부동산 리스크’가 정권의 신뢰를 무너뜨린 상징적 사건이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1가구 1주택 실천’을 내세우며 부동산 투기와의 전면전을 벌이던 시기였다. 그러나 정책의 키를 쥘 국토부 수장 후보자가 한때 서울 강남과 경기도 성남 분당, 세종시(펜트하우스 분양권) 등 ‘알짜’ 지역에 다주택을 보유한 사실이 드러났다. 여기에 후보 지명 직전 분당 아파트를 딸에게 시세보다 낮게 증여하고 월세로 다시 거주 중인 정황이 알려지며 ‘꼼수 증여’ 논란이 겹쳤다.
서민 주거를 책임지고 투기와 싸워야 할 자리에 오를 사람이 오히려 투기의 거울상이 됐다는 지적이 쏟아졌고 여론은 급격히 돌아섰다. 그는 인사청문회 내내 자신의 부동산 보유에 대해 “살아가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본의 아니게 다주택자가 됐다”고 해명하면서 사과했지만 성난 여론에 결국 자진 사퇴했다.
투기, 편법 증여, 위장전입 등 부동산 의혹은 시대를 가로질러 반복돼 왔다. 위장전입 논란이 처음 공론화된 건 김영삼 정부 때였다. 1993년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자신의 재산을 공개했고 이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들의 부동산 보유 내역이 드러났다. 박양실 당시 보건사회부 장관이 부동산 투기 목적으로 자녀를 위장전입한 사실이 밝혀지며 임명 10일 만에 자리를 내놓았다.
김대중 정부 들어선 ‘부동산 리스크’가 정치권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위장전입 등 여부가 주요 검증 항목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2000년 공직자 재산공개와 인사청문회 제도를 도입했고 2005년부터는 모든 국무위원을 청문회 대상에 포함했다.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이 2002년 장상 국무총리 후보자다. 당시 그는 부동산 투기가 의심되는 위장전입 논란으로 낙마했다. 청문회 생중계에서 의혹과 관련된 질의에 “주소도 모른다”고 답변하면서 ‘그게 무슨 문제냐’는 태도에 여론의 분노를 샀고 결국 국회 인준안은 부결됐다.
2005년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당시 최영도 국가인권위원장의 부동산 투기 목적의 위장전입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이들은 사과로 사태를 수습하려 했지만 “투기의 근절을 외치던 정부의 도덕성과 배치된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결국 불명예 퇴진했다.
이명박 정부 초반에 ‘강부자(강남에 집 가진 부자) 내각’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 요청서에 45억8000여 만원의 재산과 전국 각지의 부동산 40여 건을 신고하면서 투기 의혹이 제기됐고 결국 내정 후 엿새 만에 사퇴했다. 남주홍 통일부 장관 후보자와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 등도 부동산 투기 논란에 잇따라 낙마했다.
박근혜 정부 초기엔 김용준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가 전관예우 논란과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지명 5일 만에 물러났다.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도 부동산 편법 증여 논란에 휩싸였다. 그의 부인과 장남이 1986년 경북 예천 용문면의 임야(21만㎡)를 공동 구입했는데 당시 장남은 겨우 여덟 살이었다. 증여세를 내지 않으려고 편법을 쓴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김병관 후보자는 임야 증여세 미납을 시인하고 땅을 산 지 27년이 지나서야 세금 52만원을 냈다. 그는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지 37일 만에 사퇴를 선언했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부동산을 둘러싼 도덕성 논란은 이어졌다.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자녀 특혜 논란에 더해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등으로 여론의 비판을 받으며 낙마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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