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은행 기업대출 창구 모습/2025.3.31. 사진=한경 김범준 기자
서울의 한 은행 기업대출 창구 모습/2025.3.31. 사진=한경 김범준 기자
중소기업 대출 부실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중소기업 특화은행인 IBK기업은행의 연체율이 1%를 넘어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찍었고 주요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도 8년 반 만에 최고 수준에 올랐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올해 3분기 대출 연체율(팩트북 기준)은 1.00%로 나타났다. 지난 2분기 (0.91%)에서 0.09%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2009년 1분기(1.02%) 이후 최고다. 기업 대출만 놓고 보면 연체율은 1.03%로 2010년 3분기(1.08%)이후 15년 만에 최대치다.

시중은행 상황도 다르지 않다.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올해 3분기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53%로 2017년 1분기(0.59%) 이후 최고 수준이다.

국민은행은 0.54%로 전 분기(0.42%)보다 0.12% 포인트 상승하며 2016년 1분기(0.6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기록했다.

하나은행도 0.56%로 2017년 1분기(0.69%)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우리은행은 0.56%로 소폭하락했지만 직전 분기(0.56%)가 이미 2017년 2분기 이후 최고치였다. 신한은행 역시 0.45%로 전 분기보다 낮아졌지만 연초에는 2017년 이후 최고 연체율을 보였다.

올해 들어 전반적으로 은행권 중소기업 연체율이 오르는 것은 내수 부진이 길어지면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기업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한계기업 비중도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3년 연속 이지보상배율 1미만인 한계기업 비중은 전체 외부감사 기업의 17.1%였다.

중소기업의 비중은 18.0%로 1년 새 0.6% 포인트며 대기업은 13.7%로 1.2% 포인트 상승했다.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돌았다는 것은 한 해 동안 벌어들인 돈으로 대출 이자조차 갚지 못했다는 의미다.

이처럼 연체율이 높아지는 가운데 은행권의 기업대출은 오히려 증가세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따라 은행들이 성장 산업 중심으로 자금 공급을 늘린 영향탓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675조8371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3조6081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기업 대출도 12조753억원 늘었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