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기온만 문제 아냐
경제 불황·달라진 트렌드도 영향

바뀐 아우터 트렌드…경량패딩은 왜 대세가 됐나
“어? 이게 경량패딩 맞아? 왜 두껍지?”


프랑스 아웃도어 브랜드 살로몬이 ‘경량패딩’이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제품은 우리가 익히 알던 얇은 제품이 아니다. 경량패딩과 푸퍼패딩(충전재가 부푼 형태)의 중간 정도인 부피감이 특징이다. 겨울까지 착용 가능한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경량패딩의 정의가 달라졌다는 방증이다.

경량패딩은 그간 ‘패션’보다 ‘기능’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었다. 밖에서 보이지는 않고 보온성을 위한 내의로 활용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날씨의 예측 불가능성이 커지고 겨울 이상고온 현상이 길어지면서 경량패딩을 중심으로 아우터 트렌드가 달라지고 있다. ◆ 경량패딩, 예전의 ‘이너’가 아니다올해 유행하는 경량패딩은 과거의 경량패딩과 다르다. 특히 부피감이 그렇다. 구스다운의 충전재를 사용해 보온성을 더하면서 얇은 형태로 활동성은 더 높인 게 특징이다.

올해 주요 브랜드들은 부피감을 키운 경량패딩을 새로운 ‘겨울 패딩’으로 내놓았다. 살로몬이 최근 ‘UNI 크로스 경량 다운 자켓’이라는 이름으로 선보인 제품은 기존의 경량보다 부피감이 있다. 뉴발란스가 선보인 ‘플라잉 경량 후드형 다운’ 제품 역시 ‘경량성’이 핵심 특징이라고 설명돼 있지만 기존의 경량패딩보다 부피가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패딩의 트렌드가 해마다 바뀌고 있다”며 “지난해까지는 뚱뚱한 부피감의 패딩이 유행했지만 올해는 고프코어 스타일이 패딩에 적용된 경량패딩이 인기를 얻고 있다. 조금 더 추워져도 이러한 스타일의 패딩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고프코어는 아웃도어 패션을 뜻하는 ‘고프(gorp)’와 자연스러운 멋을 추구하는 스타일인 ‘놈코어(normcore)’의 합성어로 아웃도어 패션의 일상화를 의미한다.

부피감이 커지면서 경량패딩은 보온성에 초점을 맞춘 기존 ‘이너’에서 자신의 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는 ‘패션’으로 그 개념이 바뀌고 있다.

패션의 영역으로 디자인도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 경량패딩 색상은 흰색, 회색, 검은색이 전부였다. 외투와 입어도 크게 튀지 않는 무채색을 사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올해 시장에 나온 경량패딩은 형광색, 밝은색 등 다양한 색상이 사용됐다. 실제 뉴발란스는 올해 패딩에 라이트그레이, 오렌지, 다크 카키, 실버, 브라운 등의 색상을 적용했다. 또 주머니에 단추가 있거나 주머니 색상을 다르게 표현하는 소매에 디테일을 더하는 등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 요소도 여러 가지로 나온다.
바뀐 아우터 트렌드…경량패딩은 왜 대세가 됐나
◆ 기온만 문제 아냐…경제·트렌드도 영향 이 같은 추세에 맞춰 브랜드들은 두꺼운 패딩보다 경량패딩의 물량을 더 늘렸다. 실제 노스페이스, 뉴발란스 등 패딩으로 인기가 있는 주요 브랜드들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경량패딩 제품의 물량을 늘려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특히 노스페이스는 공식몰 기준 경량패딩 신제품의 초도 물량이 9월 초 이미 품절되며 폭발적인 반응을 기록했다. 당시 1인 1매 한정 판매임에도 ‘벤투스 온 재킷’이 출시 약 40분 만에, 또 다른 경량 패딩인 ‘웨이브 라이트 온 재킷’은 출시 당일 품절됐다.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에서 실버 색상은 발매가 21만8000원 대비 2배 이상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현재 노스페이스는 인기 경량 패딩의 리오더(추가 생산)를 진행 중이다. 노스페이스 관계자는 “단독으로 걸치거나 레이어링(겹쳐입기)으로도 활용 가능해 겨울철까지 활용하기 좋아 인기가 좋다”고 설명했다.

뉴발란스는 브랜드 앰배서더 에스파 윈터와 함께 선보인 ‘UNI 플라잉77 슈퍼라이트 구스다운’이 공식 온라인 스토어 선발매와 동시에 전량 완판됐다. 특히 시즌 메인 컬러인 라이트 그레이 제품은 선보인 직후 불과 2분 만에 완판되었으며 동시 접속자 수가 1만 명 이상 몰리며 주문 폭주로 뜨거운 반응을 증명했다.

살로몬의 ‘크로스 인슐레이션’ 재킷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9월 발매가 32만원에 출시된 라이트 그레이 컬러는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59만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라이트 그레이 외 오렌지 캐롯, 다크 브라운, 시드 그린 등 다른 컬러도 품절됐다.

이외에도 무신사, 스파오 등 SPA 브랜드의 경량패딩도 인기를 얻고 있다. 패션업계는 여행룩, 출근룩 등 다양한 상황에서 경량패딩을 즐기는 소비자가 늘어나며 해당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량패딩이 유행한 주된 요인은 △이상고온 현상 △경제적 부담 △패션 트렌드의 변화 등의 영향이다.

우선 날씨의 영향이 가장 크다. 지난해 따뜻한 겨울이 길었고 올해도 연말까지 따뜻한 기온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11월 기온은 평년보다 대체로 높을 가능성이 크다. 11월 이상고온 발생 일수는 평년(1.2~3.6일)과 비슷하거나 많을 확률이 80%에 달한다. 이 때문에 부피감이 큰 패딩이 아닌 활동에 적당한 패딩을 선호하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경제적 부담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판단했다. 부피감이 있는 패딩에는 충전재가 더 들어가고 기능성을 강화해 가격대가 올라간다. 브랜드 패딩은 평균 50만~80만원대에 판매하며 일부 아웃도어 브랜드 제품은 100만원을 넘기도 한다. 반면 경량패딩은 20만~30만원대로 설정돼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겨울 아우터 흐름에도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는 패션 트렌드의 변화다. 아웃도어 패션인 고프코어가 일상에서도 자리 잡은 영향이다. 또 1020세대가 통넓은 바지와 함께 입을 때 얇은 상의(또는 달라붙는 상의)를 입는 방식을 선호하면서 경량패딩의 선호도가 올라갔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량패딩이 패션의 영역으로 들어오면서 내구성이나 충전재에 대한 관심보다 어떤 스타일이냐가 더 중요해졌다”며 “젊은 사람들은 원하는 핏과 색깔이 있다면 충전재가 저렴하더라도 구매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과거와 달리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