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7000여 명, 평균 자산 21억원 중 61%가 부동산에
강남에 총 2000채 보유, 자산 증식에 큰 역할
정부 대책 발표 이후 인기 부동산 유튜브 ‘부읽남’에 출연해 “이번 대책에 대해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며 “시장이 안정화되고 소득이 쌓이면 기회는 돌아오게 돼 있다”고 발언한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은 여론의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자 결국 사임했다.
그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소재 판교신도시에 30억원이 넘는 고가 아파트(판교푸르지오그랑블)를 매입한 뒤 전세를 준 점, 그리고 그에 앞서 2017년 분양 받은 ‘판교밸리 호반써밋’을 매도하면서 시세 차익을 얻은 동시에 일명 ‘주인 전세’ 방식으로 해당 주택에 실거주했다는 점 등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10·15 대책을 통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갭투자가 불가해졌다.
공직자라 하더라도 집을 여러 채 보유하거나 갭투자를 하는 등의 행위가 위법은 아니다. “투기목적이 있었다”는 의도성을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
공직윤리시스템에 공개된 공직자 자산을 분석해본 결과 부동산 비중이 높다는 점은 국민 평균과 비슷했다. 그러나 그 규모의 차이는 컸다. 11월 5일 기준 인사혁신처 공직자윤리시스템에 기반한 온라인 서비스 리얼시그널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2년~2025년) 신고된 공직자 총 7004명(퇴직자 포함)의 평균 자산은 21억7808만원으로 이중 부동산이 13억3000만원(61.1%)을 차지했다. 일반적으로 부동산은 공시가격으로 신고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가치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보유한 아파트 등 건물은 2만3869채로 그중 6292채가 서울, 2105채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 위치했다. 서울에 이들 건물을 가진 공직자는 2891명이다. 이중에서는 지방 시도지사, 공무원들도 있다. 외려 오세훈 서울시장의 주식 포트폴리오는 특이한 사례로 주목 받기도 했다. 올해 초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했다가 “서울 아파트 값을 크게 올려놨다”고 비판을 받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엔비디아, 아이온큐, 팔란티어테크 등 미국 주식의 자산 가치가 장기보유한 대치동 소재 다세대 한 채보다 더 높다.
‘부동산 불패’와 ‘서울 불패’, 보수적인 투자성향 그 어딘가에 있는 개인으로서 고위 공직자와 정치인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는 여전히 한국 사회의 논란거리다.
‘공직자윤리법’과 동법 시행령상 재산을 공개하는 공직자는 장차관급 정무직부터 소위 ‘1급 공무원’이라 불리는 고위공무원단 가등급에 속한다. 통상 학력이 높고 전문직 등 고소득 직종 출신이 많다는 점에서 정치인과 고위공직자들이 주거 선호도가 높은 지역에 거주하거나 자산이 많은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공직자 재산을 바라보는 국민 여론은 싸늘하다. 특히 부동산에 대해서는 매우 민감하다. 치솟는 집값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수요자들이 많은 가운데 이를 이용하는 투기세력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오랜 정경유착 등 과거 비리의 역사도 공직자의 재산형성을 삐딱한 눈으로 보게 되는 원인이라는 분석이다.높은 부동산 비중…‘찐부자’는 주식·건물
그다음이 현금 및 예금으로 19.4%(2537조원)였으며 보험 및 연금이 12.1%(1579조원), 지분 증권이 8.5%(1109조원)로 나타났다.
공직자들의 자산 구성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리얼시그널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22~2025년) 신고된 공직자(퇴직자 포함 7004명) 총 자산 중 아파트를 포함한 건물이 약 50%였다. 토지는 11.11%에 불과했다. 증권은 8.9%였다.
규모는 달랐다. 국민 1인당 가계 순자산은 2억5251만원이지만 공직자 순자산 평균은 약 17억원으로 6~7배가량 높았다. 서울에 부동산을 가진 공직자 수는 2891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경기도(2203명)였다.
이 같은 현상은 재산 공개 공직자 중에서도 윗급인 국회의원과 장차관급에서 두드러진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11월 4일 발표한 ‘22대 국회의원 부동산재산 분석결과’에 따르면 현직 국회의원 299명의 평균 부동산 재산 규모는 19억5289만원으로 나타났다. 경실련은 국민 평균 부동산 자산 4억2000만원의 4.68배에 달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국회의원의 총 신고재산 평균은 42억8547만원에 달했다.
유주택자는 234명, 다주택자는 61명으로 전체의 약 20%를 차지했다. 통계청의 2023년 주택소유 통계에 따르면, 일반가구의 주택 소유율은 56.4%로 국회의원 유주택비율(78.26%)보다 낮게 나타났다. 특히 서울에 주택을 보유한 국회의원 134명 중 61명이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에 집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 주택의 평균 가액은 18억2926만원으로 비강남(10억7705만원)보다 8억원, 수도권(5억7036만원)보다는 12억원 가까이 비쌌다.
부동산 자산이 가장 많은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82억원 중 378억원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 소재 건물 가격이다. 박정 의원은 토플 학원으로 유명한 박정어학원 창 업자로 성공한 사업가 출신이다. 박 의원은 당내에서 청년일자리테스크포스 (TF) 간사를 맡기도 했다.
약 315억원의 부동산을 보유한 박덕흠 국민의힘 의 원은 토지로 242억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3위를 차지한 김은혜 의원도 대치동 건물 등의 가치가 189억원에 달한다. 박덕흠 의원은 건설 시공업체인 원화건 설(현 원화코퍼레이션) 대표 출신이다.
박덕흠 의원은 강남구 삼성동 소재 주택을 보유하며 주택 신고가액 순위에서도 3위를 차지했다. 1위는 삼성전자 CEO였던 고동진 의원으로 용산구 한남동에 72억원 상당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공직자들도 ‘강남불패’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강남구 개포동에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대형 평수(144㎡)를 보유하는데 올해 2월 실거래 최고가가 45억2000만원이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올해 3월 서초구 반포동 ‘반포리체’ 106㎡를 41억5000만원에 사들였다.
이재명 정부의 실용인사로서 전정부에서 유임된 송미령 농림부 장관은 아파트 3채를 보유한 다주택자이다. 그중 2채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과 동대문구 제기동에 위치하고 있다. 전직장인 농촌경제연구원이 자리한 전남 나주혁신 도시에도 아파트 1채가 있다.
하지만 가장 부자인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최대 자산은 주식이다. NHN 대표이사를 지낸 그는 인사청문회 당시 약 78억원 가치의 네이버 주식을 보유한 것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최 장관은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에서 “직무 관련성이 높은 네이버 주식과 놀유니버스 비상장주식을 전량 매각할 것”이라며 “매각이 어려울 경우 백지신탁하겠다”고 밝혔다. 놀유니버스는 여행 플랫폼 회사로 최 장관이 보유한 주식 가치는 60억원 정도로 신고됐다.
공직자들이 업무를 통해 얻게 된 정보나 권력을 활용해 자산 부풀리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은 주식, 부동산은 막론하고 지속됐다. 이로 인해 2005년 주식 백지신탁 제도가 시행됐다. 인사혁신처 심사위에서 재산공개대상자가 보유한 주식(3000만원 초과)에 대해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주식을 백지신탁해야 한다.
이 제도로 인해 박근혜 정부 초대 중소기업청장으로 내정됐던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 2022년 서울 구로구청장에 당선된 문헌일 문엔지니어링 대표가 공직을 포기하기도 했다. 구청장 선거는 수십억원 혈세가 투입된다는 점에서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나서서 사과하기도 했다.
주식과 달리 부동산은 백지신탁 제도가 없다. 그런데 부동산에 대한 고위공무원의 직무관련성 논쟁은 더 뜨겁다. 고속 성장 시대에 신문을 장식했던 강남이나 신도시 개발 당시 특권층의 땅투기, 특혜 분양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2021년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3기신도시 개발 예정지 농지를 사들인 사실이 적발돼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의 종점이 양평군 양서면에서 김건희 여사 가족 보유 토지가 있는 강상면으로 바뀌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특검팀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 일가는 오 전 시장이 추진했던 가덕도 신공항 부지의 땅을 사들인 것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주택은 인간 생활의 3대 필수요소인 데다 국내에선 주식에 비해 부동산이 개인 자산가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민감도가 더 크다. 공직자들의 ‘강남 아파트’, ‘갭투자’ 뉴스에 여론이 더 들끓는 이유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강남 아파트를 사든 여러 채를 사든 개인이 부동산을 사들이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며 “문제는 공직자가 된 ‘애프터’가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풀어줘도 막아도 논란
통상 주택 거래나 재건축 규제를 강화하는 여권은 ‘내로남불’(이중잣대) 논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반대로 규제완화 기조인 야권은 “부자들이 자기 배를 불리려 규제를 푼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10·15 대책 이후 현 정부 고위 인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진 것도 ‘내로남불’ 논란 때문이다. 이번 대책은 서울 전역과 경기도 남부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 투기과열지구 등으로 묶어 실거주가 아닌 갭투자 목적의 거래를 차단하고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이상경 1차관뿐 아니라 이번 대책 수립에 관여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미 강남 다주택자이거나 재건축 아파트에 갭투자를 했던 것이 알려진 것이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맹공을 퍼붓고 있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논란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주거용 6채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드러났다. 하지만 이에 대해 “모두 주거용”이라는 해명을 했다. “손, 발, 머리 따로 사는 사람이냐”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보수정부는 ‘자신들을 위한 대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명박 정부는 금융위기 직후 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하고 주택공급을 늘리겠다며 규제완화를 추진했지만 “‘강부자(강남 부자) 내각’이 부자들만 위한다”라는 지적을 받았다. 박근혜 정부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 주도로 시행된 일명 ‘재건축 3법’은 “강남 아파트값을 올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정부는 재건축 조합원이 받을 수 있는 분양 주택 수를 3채까지 늘리고 분양가상한제를 폐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3년간 유예했다.
정책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고 불필요한 논쟁을 키운다는 점에서 공직자 보유 부동산에 대해서도 기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시민단체와 진보당은 ‘부동산 백지신탁’ 법안 발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논의되는 부동산 백지신탁은 실거주 1주택을 제외한 공직자의 부동산을 매각 또는 백지신탁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아예 다주택자나 초고가 주택 보유자는 인사나 승진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 차원에서 인사의 원칙을 정한 뒤 따르면 되는 것인데 크게 문제시될 때만 전수조사를 하는 방식은 요식행위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섣불리 기준을 세워 적용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지사이던 시절 다주택이라는 점이 알려져 강등당했던 4급 공무원이 대법원에서 도를 상대로 승소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 같은 조치는 공직사회에 대한 메시지의 측면이 강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 관계자는 “다주택을 무작정 단속하면 소위 ‘똘똘한 한 채’로만 수요가 쏠려 부동산 양극화가 더 심화할 우려도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기본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어야 각종 논란이 사라지겠지만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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