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홍민의 끝까지 간다]
K-디지털 트레이닝, 文-尹 거쳐 李정부로 이어지는 디지털 인재 양성 사업
디지털 인재 양성 마중물 된 국기 훈련, KDT와 겹쳐 기준 모호
노동부, 내년부터 내일배움카드 훈련생에 10% 자부담금 부과 계획
국기 훈련 기관 사업주들, 정부의 기울어진 잣대에 눈물로 호소
국가기간 전략 산업 직종 훈련(이하 국기 훈련)이란 컴퓨터, 기계, 에너지 등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기능 인력을 양성해 공급하는 정부의 대표 직업 훈련 프로젝트다. 구직자 및 실업자를 대상으로 내일배움카드를 발급해 훈련비를 정부에서 100% 지급하는 사업이다.
KDT 사업은 2017년 4차 산업혁명 선도 인력 양성훈련 사업으로 출발해 2020년 ‘디지털 핵심실무 인재 양성 사업’으로 변경, 2022년 윤석열 정부의 시작과 함께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대기업을 비롯해 스타트업, 대학 등으로 참여기업·기관이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중소업체가 대부분인 국기 훈련기관과 대기업 위주인 KDT 운영기관 간의 정부 지원금 및 운영방식을 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
“중소 국기-대기업 KDT···똑같은 잣대는 부당” 주장
KDT사업을 주관하는 고용노동부는 내년부터 훈련비 100%를 지원했던 ‘무상교육’을 ‘유료교육’으로 전환, 훈련생에 자부담금을 10% 부과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9월 국회에서 열린 직업능력개발 정책 포럼에서 당시 임영미 노동부 직업능력정책국장은 국기 훈련·KDT·산대특에 훈련생 자부담금 10%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10%의 상한선은 60만원으로 할 계획도 덧붙였다.
노동부의 계획대로 국기 훈련 기관에 자부담금 10%를 적용할 경우(상한선 60만원), 지원 기준 단가 100%인 국기 IT 훈련비는 529만원(기준단가(6,620원) X 800시간)으로 책정된다.
반면, 250% 지원 받는 KDT는 훈련비 1,800만원(기준단가(18,150원) X 1,000시간)으로 훈련생 자비 부담금(10%)이 180만원이 된다. 하지만 노동부의 지침대로라면 훈련생은 60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취업률만 놓고 보면 국기 훈련 기관이 KDT 혁신기관에 비해 월등히 높다. 온라인 교육으로만 운영하는 KDT 기관의 취업률은 30% 미만인 반면, 국기 훈련 기관에서 운영하는 IT 직종 평균 취업률은 69.2%다. 2023년 기준, KDT(취업률 50.3%)와 국기 훈련(59.9%) 간 취업률 간극은 9.6%p다.
반면, 예산의 차이는 정반대다. KDT의 2021년 예산은 2,224억원에서 매년 증가해 올해 2025년 예산은 4,781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반면 국기 훈련 예산은 2021년 4,105억원에서 매년 감소세를 보이며 올해 2,051억원으로 줄었다.
국기 훈련 기관 종사자들은 이 같은 정부의 지원 잣대에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대기업에 몰아주기 위해 중소업체(국기 훈련 기관)들의 밥그릇을 빼앗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 ㄱ씨는 “국기 훈련 기관과 대기업 위주인 KDT 사업장에 똑같이 자부담금 10%를 부과하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는 정책”이라며 “국기 훈련은 일반 실업자 교육이고 KDT는 특화 사업인데 똑같이 묶어 자부담금 10%를 매겨 동일선상에 놓는다는 건 맞지 않는 논리”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 ㄴ씨는 “이번 노동부의 예산안이 통과가 되면 그 계획대로 흘러가기 때문에 국기 훈련 기관에서는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에서 국기 사업장을 하는 분들은 생계에 허덕이며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KDT 훈련생들, 100% 온라인 교육에 훈련생들 만족도↓
이 같은 정부의 훈련생 자부담금 설정은 KDT를 비롯해 산업구조변화대응특화훈련(산대특)에 참여하는 온라인 교육기관 중에서 교육의 질을 유지하지 않은 채 정부 지원금만 받기 위해 운영하는 곳들로부터 출발했다.
실제 훈련생들 중에서는 교육을 받고 난 이후 강의의 질이 현저히 낮은 것에 대해 실망한 이들의 후기는 개발자 커뮤니티 등에 적잖게 올라오고 있다. 온라인 교육을 받은 한 훈련생은 “강사에게 질문을 해도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없었고, 이렇게 배워서 개발자가 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며 “무료라고 신청했는데 시간이 아깝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지적은 실제 현장에서도 드러났다. 앞서 2021년 KDT의 수행기관이었던 코드스테이츠는 무자격 강사를 채용해 교육 품질을 떨어뜨리고, 편법 운영이 논란이 돼 자격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KDT의 100% 온라인 교육 시스템도 지적됐다. 지난해 KDT 사업의 총 예산은 6천억원으로, 그 중 혁신기관 17곳에 절반(약 3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혁신기관 대부분은 온라인 교육을 운영된다. 온라인 교육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이점은 있으나 교육의 실효성에는 늘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기 훈련 기관은 정부의 지침대로 교육장 및 전문 강사 채용 등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하기 위해 시설 투자 등을 부담했으나, KDT 온라인 교육은 별다른 기준이 없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ㄱ씨는 “KDT에 참여하는 A대기업에 지원하면 훈련생들은 다 그 기업에 가서 교육을 받는 줄 알지만 사실은 A와 파트너십을 맺은 전혀 다른 곳에서 교육을 받는 게 문제”라며 “대기업 간판만 빌려 운영하는 곳이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고 성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ㄴ씨는 “(코드스테이츠 등)과거 문제가 드러나 고용노동부에서 전수조사를 했으나 지금도 여전히 KDT 운영기관 중에서는 교육의 질이 문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자리 없어 ‘쉬는 청년’에 60만원 자부담금은 부담
정부가 KDT 등의 사업에 훈련생 자부담금을 부과할 경우, ‘쉬었음 청년’들은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달 5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비경제활동인구 및 비임금 근로 부가조사’결과에 따르면, 올 8월 기준 비경제활동인구는 1622만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대비 약 9천명이 늘어난 수치다. 이 중 ‘쉬었음’ 인구는 264만 1천명이다.
‘쉬었음’ 인구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22년 223만9천명에서 지난해 256만7천명에서 올해 7만3천명이 늘어났다. 쉬었음 청년 10명 중 4명은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렵거나 일자리 자체가 없어 집밖을 나오지 못하는 이들이다.
ㄱ씨는 “최초 이 사업이 만들어졌을 때 직업이 없는 청년들에게 정부에서 교육비를 100% 부담하고, 매월 교통비 등의 명목으로 지원금을 줬는데, 이제는 자부담을 내라고 하면 누가 나와서 교육을 받겠느냐”며 “쉬었음 청년을 더 집에서 나오지 못하게 하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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