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호 물리치료사(이안정형외과 재활물리치료센터장)

스포츠 선수들이 순간의 부상으로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몇 년 간의 공백기를 보낼 때가 있다. 피눈물 나는 노력으로 다시금 복귀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한 번의 부상으로 선수생명의 종지부를 찍는 경우를 우리는 흔히 봐 왔다.

그들의 복귀와 은퇴의 갈림길에는 ‘재활’이 있다. 재활은 수술이나 치료 이후 신체의 기능을 원상복구 시키는 치료 행위로 ‘물리치료’의 한 부분이다.

일반인들도 마찬가지다. 최근 러닝과 풋살 등 생활체육이 활발해지면서 치료의 목적을 넘어 기능의 향상을 위해 물리치료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더불어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고령층들의 신체를 유지시켜 주기 위한 물리치료 시장은 더욱 커져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대 초반 물리치료사 국가고시 자격증 취득 후 미국·독일 등 해외에서 물리치료학을 배운 한명호 물리치료사는 20년 넘게 업을 이어 온 베테랑이다. 특유의 선한 인상에 긴 머리를 휘날리며 특유의 눈썰미로 환자들의 통증을 캐치해 내는 그를 만나 물리치료사의 세계를 들어봤다.
한명호 이안정형외과 재활물리치료센터장
한명호 이안정형외과 재활물리치료센터장
물리치료사로 일한 지 얼마나 됐나요.
“2005년부터 시작했으니 올해로 21년 차네요.”

물리치료사는 일반적으로 병·의원에서 많이 접하는 직군인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요.
“물리치료사는 환자들의 신체 기능 장애나 통증을 완화하고 회복시키는 의료 전문가입니다. 의사의 진단과 처방에 따라 환자들이 일상생활을 더욱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죠. 요즘에는 스포츠 선수들을 대상으로 부상당한 부위의 재활을 돕거나 좀 더 신체적 퍼포먼스를 돕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물리치료는 주로 골절이나 근육통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재활을 위해 받는 치료라고 생각하는데, 신체 또는 증상별로 치료법이 나눠지나요.
“물리치료사들의 치료법은 크게 ‘정형계 도수치료’, ‘신경계 재활치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정형계 도수치료는 말 그대로 골절이나 근육에 이상이 생겨 수술 또는 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치료법입니다. 신경계 재활치료는 예를 들어, 뇌에 직접적인 문제가 생겨 한 쪽 팔을 못 쓰는 분들의 회복을 돕는 재활치료예요. 치료법도 운동으로 하는 치료법이나 도수치료, 온열·전기치료 등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되죠. 최근에는 소아·노인·여성 등 나이, 성별로 나눠 치료가 전문화 되고 있습니다.”

환자 증상에 대한 치료법이나 신체 구조, 근육에 대한 지식이 굉장히 높아야겠군요.
“그렇죠. 흔히 말하길 의사는 메스(칼)를 들고 보이는 곳을 치료하지만 물리치료사는 보이지 않는 칼로 보이지 않는 곳을 치료하는 사람들이라고 해요. 그래서 물리치료사는 근골격계를 비롯해 인간의 신체구조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치료방법에 대한 지식도 풍부해야 합니다.”

물론, 의학적 지식의 깊이만큼이나 많은 환자들을 만나 본 임상 경험이 꽤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물리치료사마다 편차가 심한 편이에요. 의사의 경우, 도제식으로 수년 간 배워 의료현장에 나와 개인의 편차가 그리 심한 건 아니거든요. 반면, 물리치료사는 3·4년제의 대학과정을 거쳐 국가자격증을 취득하면 현장에서 활동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말씀하신대로 얼마만큼 많은 환자를 경험하고, 본인의 지식을 적용해 봤는지가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라고 봐야죠.”

다양한 환자를 치료해 본 경험이나 노하우가 쌓인 분들이 베테랑이겠군요.
“그럼요. 하지만 환자들이 병원에 가면 베테랑 물리치료사를 선택할 수가 없는 구조예요. 환경이 그래요. 생각해 보면,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도수치료나 물리치료를 권하면 그때 맞는 물리치료실을 찾아가는데, 자동 배정이 되거든요. 반대로 의사는 환자가 어느 정도 선택할 수 있거든요. 오랜 경험이나 그 분야의 베테랑 의사에게 진료나 수술을 받고 싶으면 예약을 하고 기다릴 수 있는데, 이 분야는 아직 그 단계까지 오지 못했죠.”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케이스는 다양할 텐데, 신입 물리치료사가 난도 높은 환자를 만났을 땐 난감하겠네요.
“저도 그런 적이 있었어요. 예전에 혀가 천장에 닿는 느낌이 들어 불편함을 호소하는 환자가 찾아 온 적이 있는데, 저도 처음 본 환자의 케이스라 당황했죠.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떠한 긴장감으로 인해 그럴 수 있겠다 싶어 목과 어깨를 이완하고 명상을 통해 몸을 이완시켜주니 다행히 효과가 있었어요.(웃음)”
의사가 치료 못하는 영역 해결하는 '이 남자' [강홍민의 굿잡]
그럼 환자들이 물리치료를 받게 되는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예를 들어, 무릎이 아파 병원을 찾은 환자가 있어요. 엑스레이도 찍고, 진단을 해 봤는데 뼈나 인대에는 이상이 없다고 나와요. 하지만 환자는 통증을 호소합니다. 그럴 때 의사는 물리치료의 영역으로 넘깁니다. 그럼 물리치료사는 환자가 언제부터, 어떻게 아픈지를 상담하고 치료에 들어가게 됩니다. 치료는 전기치료부터 도수치료·운동치료·일상교육 등 환자의 증상에 맞게 진행이 되는데요. 가장 중요한 건 환자와의 소통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이 없도록 치료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어떻게 보면, 의사가 치료할 수 없는 영역을 물리치료사가 해결하는 거군요.
“각자의 영역이 다르니 그렇다고 볼 수도 있겠죠.”

물리치료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들었어요. 비용은 병원마다 다른가요.
“비용은 병원마다, 동네마다 다 달라요. 환자들의 사는 정도가 다르니 그럴 수밖에 없을 텐데요. 보통 1회 30분에서 50분 정도 치료를 하는데, 5만원에서 15만원 사이로 책정됩니다. 20만원이 넘어가는 곳도 있고요. 실비보험이 있으면 약 80% 정도 환급 받을 수 있어요. 그럼 환자가 2~3만 원 정도 부담하면 치료를 받을 수 있죠.”

물리치료가 의료 행위이지만 의료보험에 포함되진 않군요.
“우리나라에서 재활치료는 치료의 영역에 들어가지 못한 셈이죠. 사실 병원에서의 치료는 재활까지 포함해 인간의 삶을 질을 높이는 영역이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인정하고 있지 않아요. 국내 병원은 의사 중심 사회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한국의 의료 시스템에서 물리치료 분야는 약간 붕 떠 있는 느낌이 강하죠. 그에 일환으로 법적으로 물리치료사가 하는 행위를 ‘진단’이라고 하지 않고, ‘평가’라고 사용하게 돼 있기도 해요.”

해외에서의 물리치료 시스템, 또는 인식은 어떤가요.
“선진국의 경우, 간호사의 역할만 봐도 일정부분은 스스로 환자의 상태를 판단하고 처방할 수 있는 영역이 있어요. 물리치료사도 마찬가지예요. 특히 국내는 수술이나 치료 후 재활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개념인데, 해외의 경우 수술 전·후로 재활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개념이 있어요. 물리치료의 개념이 해외에서 시작돼서인지 아직 국내에서는 자리를 잡지 못했다고 할까요.”
의사가 치료 못하는 영역 해결하는 '이 남자' [강홍민의 굿잡]
물리치료는 언제, 어디서 시작된 건가요.
“2차 세계대전 당시 부상당한 병사들에게 물리치료를 적용했더니 효과가 너무 좋았던 거죠. 그 전까진 전장에 다시 투입되지 않았던 부상의 정도가 물리치료를 통해 다시 투입이 가능하니 얼마나 센세이션 했겠어요. 이후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교에 처음으로 물리치료학과가 생겨났고,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됐어요.”

국내에서는 국가자격증이 있어야 물리치료사로 활동이 가능한데, 해외도 마찬가지인가요.
“국내외 모두 자격증이 있어야 활동이 가능해요. 다만, 자격증을 취득한 나라에서만 가능해요. 예를 들어, 외국에서 라이선스를 취득한 사람이 국내에서 물리치료사로 활동하면 불법이죠.”

근무환경은 어떤가요. 보통 하루에 몇 명의 환자를 받나요.
“평균 4~5명 정도 받아요. 대형병원이나 물리치료가 특화된 병원은 더 많은 환자를 받고요.”

과거에 비해 달라진 환자들의 특징도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물리치료사를 시작한 2000년대 초반에는 고령의 신경계 재활 환자들이 많았어요. 나이가 들어 몸 움직이기가 어렵거나 통증이 있는 고령층들이 많았어요. 주로 전기치료를 많이 받던 시기였죠. 환자들의 의료 지식이 부족해 질문이 거의 없이 병원에서 해주는 대로 치료를 받고 가는 식이었다면, 요즘에는 물리치료를 받는 환자층이 다양해졌고, 요구하는 부분도 많아졌어요. 예를 들어, 통증 치료를 위해 찾는 환자만큼이나 신체 기능(퍼포먼스)을 향상시키는 치료를 많이 원하고 있어요. 그 이유가 과거에 비해 개인형 실손 보험이 대중화 돼 저렴하게 물리치료를 받는 분들이 늘어난 거죠.”

물리치료사가 갖춰야 할 덕목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봉사 마인드가 필요해요. ‘돈 받고 치료하는데 봉사 마인드까지 필요하느냐’라는 생각을 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사실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아주 예민하고 날이 서있는 상태거든요. 특히 물리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통증으로 일상생활이 힘든 분들이 많아요. 그런 환자의 감정을 오롯이 받아들이려면 봉사 정신이 없인 힘듭니다. 그래서 적절한 마인드 콘트롤이 필요한 직업입니다.(웃음) 또 하나 꼽자면, 관찰력과 판단력이에요. 환자의 움직임을 보고도 어디가 불편한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하고, 환자가 호소하는 통증 부위에 어떤 치료법을 적용시킬지도 판단해야 하죠.”

최근 병·의원뿐 아니라 물리치료사를 채용하는 곳도 많아졌다고 들었어요.
“사실 물리치료사는 취업이 어려운 직종은 아닙니다. 병원에서도 채용이 꾸준히 있고, 스포츠 물리치료 분야도 주목받고 있어 축구나 야구 등 프로팀에 의무담당으로 들어가기도 합니다. 또 유명한 스포츠 선수가 개인 물리치료사를 고용하기도 해요. 특히 최근에는 e-스포츠 분야에서 물리치료가 인기예요. e-스포츠 선수들이 심리적인 스트레스로 오는 몸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물리치료, 재활훈련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물리치료사의 장단점을 꼽자면 뭐가 있을까요.
“장점은 아무래도 직업적 프라이드가 있다는 것 아닐까요. 저를 찾아 온 환자들의 삶의 질이 달라지는 걸 보면 정말 보람 있거든요. 반면, 단점은 수입이 그리 높지 않다는 거예요. 그래서인지 국가고시 자격증을 취득해 사회에 진출한 물리치료사들이 많이 떠나는 분위기예요.”

직업병도 있나요.
“다른 사람들을 쳐다보는 버릇이 있어요.(웃음) ‘걸음걸이를 보니 골반에 문제가 있겠구나’, ‘허리 또는 무릎이 안 좋구나’라는 걸 혼자 생각해요.”

일각에서는 고령화로 인해 물리치료의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하는데요. 향후 물리치료사의직업적 비전은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고령화시대로 바뀌면서 ‘치료’에서 ‘예방과 기능 유지’로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얼마나 신체 움직임을 원활하게 하면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지가 고령화 시대 숙제인 셈이나 마찬가지죠.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AI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커지면서 오히려 저희같은 물리치료사들에겐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으로 봅니다.”
의사가 치료 못하는 영역 해결하는 '이 남자' [강홍민의 굿잡]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사진=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