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디즈, 고객 취향 찾아주는 플랫폼으로 성장
신규 브랜드에는 인지도 높일 수 있는 기회 제공

AI 기반의 효율화, 글로벌 확장, 브랜드 생태계 강화

신혜성 와디즈 대표가 '비욘드엑스포'에서 '한국을 넘어, 국경 없는 크라우드펀딩'란 주제로 단독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와디즈)
신혜성 와디즈 대표가 '비욘드엑스포'에서 '한국을 넘어, 국경 없는 크라우드펀딩'란 주제로 단독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와디즈)
아게모니아 보드게임 한국어판,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층간소음 방지 퍼즐매트, 뮤지컬 애벌레 인형….


국내 최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최근 성공적으로 모금을 마친 제품들이다. 전동킥보드와 노트북 등 테크가전을 중심으로 성장한 와디즈가 이제 독특하고 희소성 있는 제품을 발굴하고 취향을 찾는 이들의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10년의 변화를 거친 와디즈는 이제 단순한 펀딩 플랫폼이 아니다. 고객에게는 취향을 찾을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역할을, 신규 브랜드에는 인지도를 높이고 해외 진출을 꿈꿀 수 있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AI 기반의 효율화, 글로벌 확장, 브랜드 생태계 강화에 나서고 있다. ‘와디즈 2.0’의 시작이다. ◆ 펀딩에서 커머스·광고로 진화한 와디즈와디즈는 2012년 5월 신혜성 대표가 설립한 크라우드펀딩 기업으로 2014년 정식 서비스를 론칭했다. 최근까지 약 8만 건, 총 1조5000억원 규모의 펀딩을 성공시키며 국내 대표적인 D2C(소비자 대상 직접판매) 플랫폼 기업이 됐다.

와디즈의 탄생은 스마트폰 대중화와 관련이 있다. 와디즈의 모델이 된 미국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킥스타터도 2009년 설립됐다. 아이폰 1세대(2007년) 출시 직후다. 2010년 스마트폰 대중화로 달라진 문화는 크게 2가지다. 언제 어디서든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쉽게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자리 잡았다는 것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폭발적인 성장이다.

모바일 결제의 편의성은 쉬운 소비로 이어졌다. 원하는 상품을 찾았을 때 몇 번의 클릭만으로 구매 또는 후원이 가능해졌다. 여기에 SNS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거나 관심을 갖는 제품을 공유·추천하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각종 펀딩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크라우드펀딩도 탄생했다. 혁신 제품의 목표 모금액과 출시 계획 등을 특정 플랫폼에 올리고 다수의 후원자가 이들에게 직접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목표금액을 초과 달성하면 성공이며 제품 또는 콘텐츠 등 리워드를 약속한 기간 내에 이들에게 배송해준 뒤 프로젝트는 완료된다.

와디즈는 여기에 집중했다. 개인이 사업자금을 마련할 수 없거나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기 어려운 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크라우드펀딩 개념을 국내에 도입했다. 개인이나 소규모 단체가 성장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인 셈이다.

와디즈가 유명해진 계기는 2015년 ‘영철버거’다. 2002년 고려대 앞에서 노점상으로 시작해 ‘1000원 버거’로 유명세를 탔지만 재료비 인상, 메뉴 고급화, 경쟁 심화 등으로 2015년 6월 문을 닫았다. 이 사실을 접한 고려대 학생들이 영철버거 살리기에 나섰고 와디즈가 크라우드펀딩 프로젝트 ‘비긴어게인 영철버거’를 전개했다. 2600여 명의 참여로 2주 만에 7000만원을 확보, 영철버거는 다시 매장을 열 수 있게 됐다. 이후 한국에서는 ‘크라우드펀딩=와디즈’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됐다.

아울러 와디즈는 2010년대 IT 기기 브랜딩의 ‘성지’로 통했다. 2016년 펀딩 1위를 기록한 머케인(전동킥보드), 2017년 매출 상위에 오른 아이로드(고속충전기)와 아이휠(전동킥보드) 등은 모두 와디즈를 통해 입소문이 난 브랜드다. 당시 와디즈는 ‘신제품 론칭 테스트베드’로 자리를 잡으면서 다양한 브랜드가 와디즈에서 펀딩을 시도했다.

크라우드펀딩이 IT 기업의 인지도에 도움이 되는 것은 미국에서 먼저 입증됐다. 2014년 메타(옛 페이스북)가 가상현실 기기 업체 오큘러스를 인수한 것도 크라우드펀딩의 힘이었다. 2012년 킥스타터에서 진행된 오큘러스 프로젝트에 9500여 명의 후원자가 모이며 기존 목표액의 10배가 넘는 244만 달러(당시 약 25억원)를 달성했다. 오큘러스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메타의 인수에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10년 기준 와디즈 펀딩 거래액 순위에서도 IT 기기가 상위권 대부분을 기록했다. 2·6위는 베이직스 노트북, 4위는 완벽한우리들의 빔프로젝터 등이다. 특히 2019년 프로젝트를 진행한 베이직스 노트북은 사상 처음으로 20억원이 넘는 펀딩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제조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신뢰도를 높이는 혁신적 마케팅으로 입소문을 탔다.

펀딩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해온 와디즈가 달라진 시점은 2020년대 들어서다. 2021년 9월 ‘와디즈 스토어’를 론칭한 게 그 시작이었다. 참신한 제품과 콘텐츠를 원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취향을 제안하기 위해서다. 펀딩 프로젝트 진행 여부와 상관 없이 △개업한 지 3년 미만의 사업자 △자사 몰 및 타 플랫폼에서 고객 만족도 4.5점 이상, 리뷰 수 1000개 이상 보유한 브랜드는 모두 스토어 입점이 가능하도록 설정해 셀러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같은 해 금융과 비금융 서비스의 법인을 분리하고 IP 사업 ‘팬즈메이커’도 론칭했다. 팬즈메이커는 디즈니, 리그오브레전드 등 유명 브랜드 IP를 펀딩 제품에 붙여 새로운 제품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시도였다. 마케팅 효과를 확대해 소규모 업체의 성장을 돕기 위한 취지다.

2022년 4월에는 스타트업 대출 지원 서비스 메이커론을 선보였다. 펀딩 성공 후 생산 자금이 부족하거나 제품의 개선 자금이 필요한 이들이 자금 걱정 없이 사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시도였다. 다만 이 사업은 현재 진행하지 않는다.

2023년 2월에는 프리오더 서비스도 론칭했다. 특별 구성, 한정판, 국내 단독 등 새로운 혜택으로 차별화한 제품을 소개하는 사전 판매 형태다. 해외 제품이 국내에 공식으로 소개되는 첫 무대로 와디즈 프리오더를 선택한 경우도 ‘프리오더’에 해당한다.

이외에도 스타트업 대출 지원 서비스 메이커론(2022년), 와디즈파트너스 벤처투자회사(VC) 라이선스 취득(2022년), 브랜드 인큐베이팅 자회사 ‘와디즈엑스’ 출범(2023년), 와디즈 스토어 선물하기 론칭(2024년) 등을 이어 오며 브랜드와 후원자를 잇는 중요한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와디즈 AI 에이전트 'WAi', AI 심사 관련 이미지. (사진=와디즈)
와디즈 AI 에이전트 'WAi', AI 심사 관련 이미지. (사진=와디즈)
◆ 해외 갔더니 ‘폭군의 셰프’ 굿즈가 뜬다?특히 와디즈는 올 들어 그 영역을 더 확대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확장을 통해 크라우드펀딩의 생태계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와디즈는 지난 5월 글로벌 서비스를 선보였다. 글로벌 진출이 처음인 브랜드가 쉽게 해외 인지도를 높일 수 있도록 전 과정을 지원하는 서비스다.

AI 번역 기술을 적용해 한국어와 영어로 손쉽게 스토리를 제작 가능한 게 특징이다. 배송은 218개국까지 설정할 수 있어 수출 기회를 빠르게 확대할 수 있다. 현재까지 진행된 글로벌 프로젝트는 500건을 돌파했다.

출시 6개월 만의 성과도 뚜렷하다. 109개국에서 1만5000여 명(한국 외)이 신규 회원으로 가입했고 실제 결제는 35개국에서 발생했다. 결제 금액 기준으로는 스포츠·아웃도어가 33%로 1위를 차지했고 K뷰티 28%, K콘텐츠(캐릭터·굿즈) 13%로 뒤를 이었다.

이색적인 결과도 나왔다. 드라마 ‘폭군의 셰프’ 관련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소녀시대 출신 배우 윤아가 주인공으로 출연, 넷플릭스에서 글로벌 톱10 비영어 TV쇼 부문 2주 연속 1위를 기록한 ‘폭군의 셰프’는 종영 직후 9월 30일 와디즈를 통해 최초로 굿즈 펀딩을 오픈했다. 9월 30일부터 10월 15일까지 글로벌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1억4000만원을 달성했다.

테이블매트, 코스터, 노리개 등 조선시대 속 폭군과 미래에서 온 셰프의 판타지 로맨스 세계관을 반영한 굿즈들로 구성했으며 사전 알림 신청자만 3500여 명을 기록하는 등 주목받았다. 프로젝트 오픈 당일에만 대만, 홍콩, 일본 등 총 15개국에서 결제가 이루어졌다.

헬리녹스 캠핑 쿡웨어도 마찬가지다. 조선 후기 화가 김홍도의 풍속화에서 영감을 받아 ‘전립투&스토브 원’ 캠핑 쿡웨어를 와디즈에서 첫 론칭했는데 누적 4억4000만원의 펀딩 금액 중 약 3500만원을 글로벌 펀딩으로 기록하며 해외 시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특히 대만,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에서 신규 결제가 발생해 새로운 판로를 확인했다.
크라우드펀딩의 진화…문화 생태계 조성 나선 와디즈 2.0
◆ 킥보드에서 반가사유상으로…10년 베스트셀러 추적해보니이 과정에서 펀딩의 카테고리도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IT 기기와 홈리빙, 아웃도어 등 일부 카테고리에서 대부분의 매출이 발생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뷰티, 키즈, 출판, 아트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고르게 매출이 나오고 있다.

특히 희소성과 취향성이 높은 콘텐츠 분야의 프로젝트가 급성장했다. 와디즈가 새로운 취향과 콘텐츠를 발견하는 놀이터가 됐다는 뜻이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수집·팬덤·참여 경험’이 결합된 카테고리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0년대 펀딩 상위 목록은 대부분 전자기기와 홈리빙 상품이었다. 2016~2018년 펀딩 상위 리스트는 전동킥보드, 여행가방, 롱패딩 등이 차지했다. 2019~2020년에도 노트북, 사운드바, 로봇청소기 등이 상위권이었다.

최근 들어서는 미술품, 보드게임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여름은 비수기에 해당하지만 올해 7~9월 아트 분야 펀딩은 전년 동기 대비 25배 이상 성장했다. 결제 횟수는 14배, 프로젝트 수는 3배 증가했다. 이러한 성장세는 단순한 미술품 거래를 넘어 ‘소장형 아트 콘텐츠’로의 소비가 확대된 결과다. 대표적으로 안도 다다오 작품집(3억1000만원), 반가사유상 미니어처(4100만원), 빈센트 반 고흐 갤러리북(4800만원), 헬리녹스×김홍도 협업 쿡웨어(4억4000만원) 등이 있다.

보드게임의 성장도 이색적이다. 2025년 7~10월 게임 카테고리 거래금액은 전년 대비 12배(1089%) 급증, 연간 기준으로도 307% 성장했다. 특히 보드게임이 전체 게임 거래액의 89%를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했다. 보드게임 펀딩은 팬덤 기반 사전 수요 예측이 가능한 구조 덕분에 크라우드펀딩과 궁합이 좋다. 제작사는 수요를 기반으로 생산·유통 전략을 세울 수 있고 서포터는 한정판·한국어판 등 희소성을 가장 먼저 확보할 수 있다. ‘아게모니아’ 한국어판(일일 5억원 돌파), ‘사이버펑크 2077’ 보드게임(3억3000만원 달성) 등이 대표 흥행 사례다.

키즈 분야도 매출이 늘고 있다. 2025년 1~8월 키즈 펀딩 금액은 전년 대비 55% 증가했다. 출산·육아용품(42%)과 교구·문구(97%) 모두 성장세다. 프로젝트당 평균 펀딩 금액은 2600만원으로 30% 늘어났다. 밀레니얼 부모 세대의 프리미엄 소비 성향과 ‘VIB(Very Important Baby)’ 트렌드 확산이 결합한 결과다.

신혜성 대표는 “와디즈는 전 세계 이노베이터를 연결하는 ‘글로벌 혁신 펀딩 플랫폼’으로 도약하고자 한다”라며 “지난 10여 년간 국내 혁신을 발굴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국경을 넘는 혁신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데 집중하고 있다. 각 국가의 창의적 시도를 연결해 혁신이 세계로 확장되는 주요 통로가 되는 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와디즈 2.0’”이라고 설명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