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고배당 기업에 대한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25%로 완화키로 가닥을 잡으면서 ‘배당주 매수세’가 급격히 유입된 것이다.
연말을 앞두고 배당 시즌 기대감까지 겹치며 은행·보험주 중심으로 외국인 자금도 빠르게 돌아오고 있다.
11월 들어 12일까지 KRX반도체지수가 1.68% 오르는 동안 주요 보험사 12곳으로 구성된 KRX보험지수는 11.4% 뛰었다. KRX 업종지수 가운데 상승률 1위다. KRX금융지수와 KRX은행지수도 10% 올라 2위를 차지하며 반도체 랠리의 바통을 이어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제 완화 움직임이 금융주 강세의 기폭제가 됐다. 정부는 올 8월 내놓은 ‘2025년 세법개정안’에서 2000만원 이하 배당소득에는 14%, 2000만원 초과~3억원 미만 구간에는 20%, 3억원 초과에는 최고 35%의 세율을 제시한 바 있다. 3년간 배당성향 40% 이상 혹은 배당성향 25% 이상이면서 직전 3년 평균 대비 배당금이 5% 이상 증가한 기업이 대상이었다.
기존에는 배당소득이 종합소득에 합산돼 최고 45%(지방세 제외)의 세율이 적용됐다. 이 때문에 기업 오너가 배당을 꺼리고 기업 이익을 사내에 유보하는 관행이 고착화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정부는 이런 구조를 바꾸기 위해 일정 요건을 충족한 기업의 배당소득에 세제 혜택을 부여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세제개편안에 대해 시장에서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실질적으로 한국 기업에서 자본 배분 주도권을 가진 대주주들의 혜택이 크지 않아 배당 확대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이어졌다.
현행 대주주 양도소득세율(25%)이 10%포인트나 높아 지배주주 입장에서는 배당보다 내부유보 후 지분 매각을 통한 양도차익 실현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소영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도 정부안에 대한 비판에 가세했다. 결국 당정은 최근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25%로 낮추는 방안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시장에서는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완화할 경우 부동산으로 쏠리는 한국 자산시장의 구조를 바꾸는 단초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5000 빌드업’ 보고서를 통해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실현되면 배당에 대한 인식이 불로소득에서 자산형성 수단으로 달라진다는 의미”라며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시행되면 가계가 부동산을 중심으로 자산배분을 해오던 관성에 균열이 생길 수 있고 기업의 배당성향이 높아지면 외국인 순매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주주들의 세 부담이 대폭 줄어들게 됨에 따라 기업이 배당을 확대할 경우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낙수효과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고배당 기업은 금융업에 집중돼 있다. 이날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고배당 요건을 충족한 기업은 전체 상장사(2361개)의 17.3%(409개)인데 이 가운데 제조업은 14.5%(218개)에 불과하지만 금융·보험업은 44.4%(28개)에 달한다. ‘장투’ 하는 개미에게 인센티브 준다여기에 자사주 소각 등 3차 상법 개정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기업의 자사주 소각은 배당과 함께 대표적인 주주환원 수단으로 평가받는다.
소각을 목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면 별다른 호재 없이도 주가가 상승한다. 시장에서 유통 중인 주식 수가 줄어 주당순이익(순이익을 주식 수로 나눈 값)과 자기자본이익률(당기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의 장기투자를 유인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일반 주식 투자자에게 장기 보유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제도 개편을 비롯한 금융세제 전반의 조정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금투세 폐지로 소액주주가 상장주식을 매도할 때 양도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는 만큼 비과세 혜택 확대를 통한 장기투자 유도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단타’로 변동성이 커지던 한국 증시에서 장기보유자가 많아질 경우 시장 안정성이 커지고 투자 문화 역시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실제 데이터를 통해 장기보유자의 수익이 단타족보다 높다는 것이 입증됐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한국 증시의 상승장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거둔 투자자는 60대 이상 여성(26.9%)으로 나타났다. 반면 20대 남성(19.0%)은 전 연령·성별 중 가장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NH투자증권은 “40∼60대 여성 투자자들은 우량 종목 중심으로 꾸준히 투자하며 단기 시장 흐름에 흔들리지 않는 성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반면 남성 투자자들은 종목을 자주 바꾸고 시장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펀드 매수 비중이 높아 수익률이 낮았다고 설명했다.주식 회전율(매수·매도 빈도)을 보면 60대 이상 남성이 211.5%로 가장 높았고 그 뒤를 다른 남성 연령층이 이었다. 전체 남성 평균 회전율은 181.4%로 여성 평균(85.7%)의 두 배를 넘었다.
여당도 이미 ISA 제도 개선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계좌를 3년 이상 유지할 경우 매년 100만원씩 비과세 한도를 늘리는 내용이 골자다.
정책 기대감에 실적 개선이 더해지는 것도 금융주 추가 상승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우리·하나)의 올해 예상 순이익은 18조565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3% 증가할 전망이다. 금융지주사들은 이미 자사주 매입·소각 및 배당 확대를 병행하는 주주환원 정책을 추진 중이다.
KB금융과 신한지주는 분기배당 도입 이후 꾸준히 배당성향을 높여왔고 하나금융과 우리금융도 중장기적으로 주주환원율 5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증시 상승 효과를 그대로 누리는 증권주 역시 거래대금이 급증하면서 수수료 수익이 개선되고 주식시장 회복에 따른 평가이익까지 더해지며 차기 주도주로 거론된다.
주요 대형 증권사 주가가 연초 대비 두 자릿수 이상 오르며 금융지주와 함께 ‘정책+시황’의 이중 호재를 누리고 있다. 특히 자기자본이 큰 대형사들은 기업공개(IPO) 재개, 주식담보대출 확대 등으로 실적 개선 기대가 높다. 올해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이 2조원을 넘어서는 ‘2조 클럽’ 증권사가 탄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KRX증권지수는 연초 대비 100% 이상 상승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IT 위주로 급등하던 코스피가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면서 조정 국면에 진입하자 그동안 소외됐던 은행주로 순환매가 유입됐다”며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비롯한 상법 개정안 등 정책 모멘텀까지 감안하면 오랜만에 돌아온 은행주 랠리가 단기 순환매로만 그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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