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식의 와인 랩소디 <57>
칠레 비냐 몬테스의 '디바인 콜렉션‘ 홍보 차 방한한 마케팅 담당자 피아토로(사진 왼쪽)와 수출매니저 에두아르도 스타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칠레 비냐 몬테스의 '디바인 콜렉션‘ 홍보 차 방한한 마케팅 담당자 피아토로(사진 왼쪽)와 수출매니저 에두아르도 스타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번엔 ‘전략적 소비 패턴’ 이야기로 시작한다. 서울 강남에 건물 몇 채를 소유한 김모 회장은 와인 모임 때마다 몬테스 알파를 가지고 온다. 그리고 취기가 올라오면 “칠레 와인이 좋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맛과 향은 이 세상 어느 와인 못지않다”고 말한다.

부동산 부자인 그는 수백만원에 달하는 프랑스나 미국의 최고급 와인을 마셔봤다고 한다. 그러나 비싼 가격 대비 별다른 감흥을 받지 못했다는 것. 우연한 기회에 칠레 와인을 마셔보고 마니아가 됐다. 과연 어떤 매력이 와인 초보자 김 회장의 마음을 끌었을까.
라벨에 천사 그림이 새겨진 ‘몬테스 알파’는 지난번 소개한 ‘1865’와 함께 국내에서 그 인기가 쌍벽을 이루는 와인 브랜드다. 둘 다 마케팅 전략에 성공하면서 우리나라 ‘국민 와인’으로 정착했다.

며칠 전 서울 강남에 위치한 와인 복합문화공간 도운스페이스에서 ‘몬테스 디바인 컬렉션’ 테이스팅 행사가 있었다. 식전 세미나에서 대표 브랜드인 프리미엄급 5개 와인 관련 스토리와 양조 철학, 영감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스파클링을 시작으로 퍼플 앤젤과 알파 엠의 버티컬 테이스팅(같은 와인을 빈티지별로 비교)에 나섰다. 행사는 ‘비냐 몬테스’의 수출 담당자 에두아르도 스타크(Eduardo Stark)와 마케팅 담당자 피아 토로(Pia Toro)가 방한, 직접 진행했다.

먼저 ‘몬테스 스파클링 앤젤 브뤼(Montes Sparkling Angel Brut NV)’로 시작했다. 첫 모금에서 숙성 향과 청량감을 만날 수 있었다. 산도는 중간 정도로 마시기 편하다. 정통 프랑스 샴페인보다 좀 더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했기 때문이다.

아콩가구아 등 태평양 기후 영향권에서 자란 포도로 양조했다. 블렌드 비율은 피노 누아 70%, 샤르도네 30%로 숙성 기간은 36개월이다. 리저브 와인(최상의 포도로 만들거나 더 오랜 기간 숙성시키는 등 특별 관리된 와인)을 20% 사용해 탄탄한 풍미와 풍부한 과실 향을 유지한다.

다음은 몬테스 퍼플 앤젤(Montes Purple Angel) 2010, 2020 빈티지를 각각 비교하면서 마셨다. 두 와인 모두 첫 잔에서 초콜릿과 시가 박스, 자두 등 기본 향이 잡혔다. 다만 2010 빈티지에서 ‘부드러움과 편안함’이 더 많이 느껴졌다. 10년 더 숙성되었기 때문인 듯.

메인 품종으로 콜차구아 밸리에서 재배된 카르메네르(92%)를 사용했다. 그 외 구조감과 보디감을 유지하기 위해 프티 베르도를 소량(8%) 블렌딩했다.

수출 담당자 에두아르도는 “카르메네르는 재배하기 무척 까다로운 품종이다. 최대한 늦게 수확하는 것이 좋은데 그 시기 결정에 매년 애를 먹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너무 이르면 그린 향이 강하고 너무 늦으면 포도알이 얼어붙어 와인 품질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끝으로 몬테스 알파 엠(Montes Alpha M) 2010, 2020 빈티지가 나왔다. 짙은 루비 컬러가 예사롭지 않다. 가을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두 와인 모두 첫 모금에서 산딸기와 오디, 자두 등 검은 과일 향이 단박에 잡혔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가죽, 담배, 오크 향이 섞이면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콜차구아 밸리 아팔타에서 재배된 카베르네 소비뇽 80%, 카베르네 프랑 10%, 메를로 5%, 프티 베르도 5%를 블렌딩했다. 전형적인 보르도 스타일이다.

살다 보면 가끔 분위기에 휩쓸려 고가 와인을 마시기도 한다. 순간적인 감정 때문에 합리적 소비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칠레는 포도 재배에 유리한 자연환경을 갖춘 데다 낮은 생산비와 관계 당국의 과감한 지원으로 가성비 좋은 와인을 생산 중이다. 그를 간파한 김 회장의 주관 뚜렷한 ‘전략적 소비’가 돋보인다.

김동식 와인 칼럼니스트,
국제와인전문가(WSET Level 3)
juju4333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