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시중은행 앞에 대출 상품 관련 홍보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시중은행 앞에 대출 상품 관련 홍보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사진=연합뉴스
은행권 가계대출에서 기본 금융 원칙이 흔들리는 ‘금리 역전’ 현상이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신용점수가 낮을수록 금리가 높아지는 것이 상식이지만 일부 은행에서는 오히려 가장 낮은 신용점수 구간이 바로 위 구간보다 더 낮은 금리를 적용받는 모순적인 구조가 확인된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저신용자 사이에서 금리가 뒤죽박죽 적용되는 상황까지 벌어지며 시장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은행연합회가 공개한 9월 신규 가계대출 통계에 따르면 여러 은행에서 신용도가 낮은 차주가 더 낮은 금리를 부담하는 비정상적인 역전 구간이 드러났다.

NH농협은행의 600점 이하 대출금리는 5.98%로 집계됐지만 바로 위 601~650점 구간은 6.19%였으며 651~700점은 6.11%로 오히려 더 높았다.

최저 신용 층보다 금리를 더 내는 이 두 간의 차주들은 사실상 이유 없는 역차별을 받고 있는 셈이다. 701~750점 구간에서야 금리가 5.3%로 급락해 정상 흐름으로 돌아왔다.

신한은행도 7.49%→7.72%→6.66%→5.82%로 한 구간에서 금리가 거꾸로 뒤집혔다.

카카오뱅크는 역전이 더욱 뚜렷했다. 600점 이하가 8.19%로 가장 높았지만 바로 위 구간인 601~650점은 5.48%로 크게 낮아졌다. 이후 구간에서는 되레 금리가 5.91%→5.93%→5.95%로 상승해 신용점수가 높아질수록 금리도 오르는 역행 현상이 800점대 초반까지 이어졌다.

결국 851~900점 구간에 들어서야 역전이 해소됐다.

하나은행 역시 701~750점(4.36%)보다 751~800점(4.41%) 금리가 더 높게 나타나는 이상 신호가 있었다.

반면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등에서는 역전현상이 발생하지 않아 일부 은행에서만 나타나는 불균형적·비합리적 금리 구조가 더 두드러졌다.

이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 구조의 불평등을 잇따라 비판하면서 은행들이 저신용자 지원을 확대한 것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지원이 초저신용자에 집중되면서 차상위 신용 대출이 오히려 불리해지는 역차별이 발생하는 부작용이 드러난 셈이다.

포용금융에 공감은 은행권 전체에 퍼져 있지만 그 과정에서 기본적인 금융 원칙이 흔들리고 시장의 형평성이 왜곡되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커지고 있다. 불합리한 금리 역전을 막기 위해서는 포용금융 재원 운용을 더 정교하게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